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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취재

‘AI 대학살’, 한국이 막아낼까?

녹십자연구소 “2009년 AI 백신 개발 완료… 너무 늦지 않기만 바랄 뿐”

  • 강양구 프레시안 과학·환경팀 기자 tyio@pressian.com

‘AI 대학살’, 한국이 막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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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팬데믹 보름이면 전세계 전파, 1억명 사망
  • 녹십자 목암연구소, 국내 첫 AI 프리-팬데믹 백신 前임상 중
  • “개발 중 백신, 변종 AI 방어 효과도 뛰어나”
  • 2009년 전남 화순에 연 5000만명분 백신 공장 완공
  • 정부지원 턱없이 부족…“시판 이후 백신 공급 중단될 수도”
‘AI 대학살’,  한국이 막아낼까?
2003년 1월, 중국 광둥성에서 괴질로 몇 개월째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통제에도 이 소문은 인터넷을 타고 전세계로 퍼졌다.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돌던 무렵 광둥성 광저우의 한 의사가 2월21일 홍콩을 방문했다. 그는 친척 결혼식에 참석할 참이었다. 비극은 이렇게 시작됐다.

며칠 전부터 몸이 좋지 않던 의사는 한 호텔의 9층에 투숙했다. 닷새 후인 2월2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사업가가 괴질로 쓰러졌다. 그는 광저우 출신 의사가 묵었던 호텔 9층에 투숙했던 사람이다. 3월1일 싱가포르에서는 한 스튜어디스가 쓰러졌다. 그 역시 같은 호텔 9층을 사용했다. 그로부터 사흘 후에는 그 호텔 9층에 숙박했던 캐나다 토론토의 중년 여성이 사망했다. 그렇게 홍콩의 한 호텔 9층에 묵은 9명이 괴질에 감염됐다.

사태는 심각했다. 괴질은 베트남, 캐나다, 홍콩의 병원 직원에게도 퍼졌고 곧 유럽에도 상륙했다. 싱가포르에서 발병한 스튜어디스를 치료한 영국 의사와 그 가족이 쓰러져 사망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병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이라고 이름 붙였다. 홍콩 보건당국은 사스 환자가 발생한 아파트를 전면 폐쇄했다. 며칠 만에 아파트 전체에서 321명이 사스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같은 날 홍콩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도 22명이 사스에 감염됐다.

‘SARS’보다 센 놈이 온다!

이렇게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사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기세가 꺾였다. WHO는 7월5일 사스 진압을 공식 선언했다. 사스는 약 8개월 동안 전세계 26개국에서 약 8500명을 감염시켰다. 그중 916명이 사망했다. 감기 증세와 설사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인 ‘코로나 바이러스’. 그 변종이 일으킨 연쇄 살인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비극의 서막에 불과했다. 이보다 몇백 배 더 ‘센 놈’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스의 원인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밝혀졌을 때 많은 과학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그것이 인플루엔자였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매년 겨울 사람을 괴롭히는 독감이 이 인플루엔자다. 그런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전염병은 사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센 놈이다.

사스는 전염되고 나서 5일이 지나 열이 나고 기침을 한다. 이렇게 증상이 나타나고서도 며칠이 지난 뒤에야 전염된다. 이 때문에 사스 환자가 자신이 병에 걸렸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타인에게 감염을 시키고 다니는 일은 거의 없다. 증상이 나타난 환자를 격리하는 ‘구식’ 조치만으로도 폭주하던 ‘살인마’를 잡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인플루엔자는 다르다. 일단 인플루엔자에 걸린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이곳저곳에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고 다닌다. 더구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쉽게 전파된다. 만약 괴질이 사스가 아니라 그만한 살상력을 가진 인플루엔자였다면 전세계 전염병 대유행(팬데믹·pandemic)으로 번졌을 것이다.

비록 사스 확산은 막았지만 인플루엔자 팬데믹의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최근 들어 그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리를 불안케 하는 것은 ‘조류 인플루엔자(AI·Avain Influenza)’이다. 조류를 대량 살상으로 몰아넣은 이 고병원성 AI는 10년 전인 1997년에 처음 사람에게 감염돼 사망에 이르게 했다.

AI 바이러스는 평소에는 자연 숙주인 조류에 기거하다 돼지와 같은 제3의 숙주를 통해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유전자를 맞바꾸거나, 자체적으로 돌연변이를 함으로써 직접 인체에 들어간다. 조류와 인간 사이의 벽을 숙주를 이용해 뛰어넘는 것. 1997년 세 살배기 아이의 목숨을 앗아간 AI 바이러스 ‘H5N1’은 아주 미세한 돌연변이로 이 벽을 넘었다.

H5N1은 지난 10년간 간헐적으로 희생자를 냈다. 그러나 현재까지 H5N1에 감염된 사람은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조류와 접촉한 이들이다. 타이,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H5N1이 가족 간에 감염된 사례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이 역시 환자 체액과의 지속적 접촉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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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 프레시안 과학·환경팀 기자 tyio@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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