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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고발

부적합 시험, 과다투여… 사망자 속출

‘임상 허브’ 한국은 사람 잡는 약물 시험장?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부적합 시험, 과다투여… 사망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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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합 시험, 과다투여… 사망자 속출

국내에서 이뤄진 임상시험

제약사 ‘러브콜’ 속사정

한국이 다국적 제약사의 임상시험장으로 갑작스레 ‘러브 콜’을 받게 된 시점은 식약청이 임상시험 승인제도를 대폭 간소화한 2003년. 식약청은 기존의 복잡한 조건부 임상시험 승인 시스템을 단순화해 임상시험 허가 처리업무 기간을 30일로 줄였다. ‘판매 허가가 나지 않은 의약품이나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인도적 차원에서 동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무렵이다. 식약청은 임상시험 절차를 간소화한 이유를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 등을 가진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을 임상시험 환경이 가장 좋은 곳으로 지목하는 데는 또 다른 결정적 이유가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국내에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해도 이에 대한 보상조항이나 강력한 처벌조항이 법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임상시험에서 일어난 사고의 원인과 부작용 발생에 대한 조사 의무와 권한을 대부분 시험 기관과 시험의뢰자에게 맡기고 있다.

죽고 상해도 “문제없다”

하지만 환자와 그 가족에게는 임상시험의 효율과 품질, 속도보다 시험 대상자의 안전과 신약의 안전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환자에게 해를 준다면 모두가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과연 세계적 ‘임상 허브’ 한국의 참모습은 어떨까. 환자는 임상시험 대상자로서의 권리와 안전, 복지를 얼마나 보장받고 있을까.



‘신동아’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복심 의원과 정형근 의원을 통해 이를 엿볼 수 있는 자료를 넘겨받았다. 이 자료는 2005년부터 2007년 상반기까지 의약품 임상시험 중 발생한 중대한 이상약물반응 목록과 임상시험 기준 위반 사례, 임상시험 중지 사례 등을 담고 있다. 또 임상시험 중 시험약물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사망 사례들에 대한 시험기관의 보고서도 모두 확보했다. 임상시험과 관련한 이상약물반응과 위반사례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제약사 또는 대학병원이 식약청에 보고한 ‘중대 이상약물반응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임상시험이 급격하게 늘기 시작한 2005년부터 2007년 7월 중순까지 임상시험 중 사망한 환자는 36명에 달한다. 이 중 시험 담당 의료진이 시험약물과 환자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는 11명. 또한 사망을 포함해 약물 투여로 인해 인체에 중대한 이상반응이 나타난 경우는 217명이며, 이 중 증상과 약물의 연관성이 인정된 사례는 104명이었다. 식약청 임상관리팀 김정미 사무관은 “이 보고서에 실린 내용은 약물이 피험자에게 투약된 후 중대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빚은 사례만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35명(‘인과관계 있음’ 10명)에 그친 이상약물반응은 2006년 88명(‘인과관계 있음’ 36명), 2007년 94명(‘인과관계 있음’ 56명)으로 늘었으며, 임상 약물과 인과관계가 있는 사망자 11명 중 8명이 올해 상반기에 집중 발생했다. 올들어 이상약물반응 사례와 사망자가 속출한 것은 식약청이 올 초부터 임상시험 실시기관에 대한 정기 실태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올해 이전까지는 이상반응에 대한 임상시험 실시기관의 자발적 보고가 부실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임상시험 도중 사망한 사례를 보면 이상한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지난 1월18일 뇌동맥 경색증으로 순천향대병원에 입원한 김모(53)씨는 병원으로부터 임상시험 중인 P약물(한국오츠카)을 권유받고 복용한 뒤 사흘 만에 발작을 일으켰다. 반(半)혼수상태에 빠진 그는 그날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뇌출혈로 숨졌다. 담당의사는 식약청에 올린 보고서에서 “약물과 환자의 사망에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05년 5월 식약청으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이 약품은 이후 약물과 인과성이 있는 이상반응 사례만 5번 보고됐다. 뇌경색과 안면마비, 시선상향 주시 등의 이상반응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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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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