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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점검, 호남 표심 & 호남 정치권

“노무현에 배신당한 전라도가 정동영한티 몰표 줄 것 같여?”

  • 조인직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cij1999@donga.com

막판 점검, 호남 표심 & 호남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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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네 차례의 대선에서 이른바 ‘진보개혁세력’에게 90% 이상의 표를 몰아준 호남 민심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특히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들에게서 이전과는 다른 정서가 발견되는 것도 심상치 않다. 10% 이상만 챙길 수 있다면 ‘대박’이라고 판단하는 한나라당과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당 대 당 통합의 주판알을 튕기는 범여권 호남 정치인들의 계가(計家) 싸움을 통해 가늠해본 대선 판도의 핵심 변수.
막판 점검, 호남 표심 & 호남 정치권
호남 정치권이 안개 속으로 접어들고 있다. ‘동교동’의 바닥작업까지 합쳐진 덕분일까,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통합 행보를 이어가고, 정동영 대선후보는 20% 지지율 탈환을 목전에 뒀다.

하지만 광주, 전남과 전북이 1987년 이래 지난 4번의 대선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화끈하게’ 뭉치는 분위기는 아니다. 호남지역에서는 아직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 대해 17%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한나라당 지지율도 15%대에서 비교적 견조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5%대 미만을 얻은 호남에서 5%만 더 얻을 수 있다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의 단일화나 다른 구도 변화 없이도 게임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광주·전남·전북 유권자가 약 40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20만표를 추가로 얻고 범여권에서 20만표를 빼앗아 40만표 차이를 낸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제15,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과의 표차는 각각 39만, 57만표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통합민주당’으로의 출항을 앞둔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반응은 물론 ‘언감생심도 유분수’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결국 ‘전략적 투표’ 관행은 여지없이 살아날 것이고, 그동안 표심을 드러내지 않던 수도권 소재 호남 출신 유권자들까지 결집해 12월초까지 30%대 지지율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측은 여기에 ‘BBK 의혹’ ‘조세포탈 의혹’ 등 네거티브 캠페인을 통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흔든다면 막판에 대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차피 다자(多者) 선거구도가 유력해진 상황이므로 결승고지는 40% 안팎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중론. 따라서 ‘야합’이란 비난 속에서도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합당과 후보단일화를 결행한 것은 ‘집토끼 사수’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3기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그럴듯한 대의에는 어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호남 정치인들이라고 모두 환영 일색인 것은 아니다. 특히 내년 총선에서 그나마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히는 지역이 호남인데, 합당으로 인해 갑자기 한 지역구에서 3, 4명이 출마를 준비하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언제나 그렇듯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적 상상력만으로는 이번 대선에서 나타날 호남의 투표성향을 점치기가 어렵다. 과연 호남 향토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총선을 뒤로하고 온전한 진정성을 지닌 채 대선에서 뛰어줄 것인지도 의문이다.

지난 10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때 광주 시내에서 택시를 탔다가 운전기사에게서 뜻밖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노무현이야 원래 그랬고, 김대중 씨도 요즘 얼마나 인기가 없는 줄 아요? 차라리 이명박 찍어부린다는 말들을 한당게.”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호남인들의 ‘무조건적 사랑’이 얼마쯤 식고 있다는 느낌과 함께 ‘차라리 이명박’이란 말에 방점이 찍혔다. 그러고 보니 현지 몇몇 기업인이나 대학교수도 최소한 ‘이명박 지지 선언’ 정도는 별 눈치 안 보고 저질렀던 것 같다.

‘수도권 호남표’ 집결할까?

택시 기사는 “정치인들이 광주에 공들이는 이유가 광주만 보고 그러는 거것소? 그런데 내가 추석 연휴 땜에 와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서울, 경기도에 터 잡고 사는 이쪽 사람들이 참 싸늘하대. 그래서 이번엔 그것조차 생각만큼 잘 안될 것으로 보요”라며 말을 이었다.

그때 나눈 대화가 생각나는 것은, 대선 한 달여를 앞둔 11월 중순 현재 나타나는 여론조사의 동향 때문이다. 대체로 후보등록(11월 25, 26일) 이후부터는 사람들이 마음을 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대선 한 달 전부터는 데이터를 좀더 꼼꼼히 챙기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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