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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노무현 시대의 좌절: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비판적 진단

노무현 사람들의 노무현 평가

  • 이승협│한국노동연구원 교수 solnamu@gmail.com

노무현 시대의 좌절: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비판적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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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시대의 좌절: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비판적 진단
이명박 정부 1년을 맞아 새삼 노무현 정권의 5년을 생각하게 된다. 사회는 항상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지난 6년이 아쉽고, 다가올 4년이 걱정된다. 그러면서 문득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보수와 진보를 진지하게 그 내부로부터 검토할 시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개념 상실과 정신적 지체의 연속이었다. 보수와 진보 역시 애매한 땅에서 엉뚱한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고 붙여진 일종의 딱지가 아닌가 싶다. 따뜻함이 없는 보수주의와 자유를 모르는 자유주의, 방향성 없는 진보주의가 설치는 척박한 현실이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후안무치한 사이비 보수주의자들과 한 번도 한국 사회에 존재한 적이 없는 유령과 같은 자유주의자들은 가진 자로서 사망유희를 즐기며 한국 사회를 절망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주의자들은 이 절망의 시대에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진보주의자에게 장점이 있다면 먼저 냉혹할 정도로 철저한 자기비판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 진보의 좌절을 가져온 노무현 정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진보주의자들은 지난 5년의 좌절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까?

창작과비평에서 펴낸 ‘노무현 시대의 좌절: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비판적 진단’은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기 위한 진보의 재구성을 목적으로 노무현 시대의 좌절을 총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책에 주목하는 이유는 노무현 정권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당사자들이 노무현 시대를 내부로부터 검토하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진은 청와대에서, 정책자문을 통해서, 정책생산을 통해서 노무현 시대의 전략과 내용을 만드는 데 관여한 사람들이다. 역사의 아이러니인지 아니면 진보주의자들의 지나친 자기겸손인지 모르겠으나, 이 책은 필자에 따라 약간 다른 뉘앙스를 풍기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전제하고 있다.

범진보세력의 책임?

필자들은 시대적 과제, 대외정세 및 주체적 역량을 평가 기준으로 삼아 부문별 영역별로 전략, 정책시도 및 실패의 과정을 평가한다. 조형제·김양희(1장)와 이남주(2장)는 노무현 정권의 실패 원인을 주로 주체적 역량 부족에서 찾고 있다. 전략과 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범(汎)진보개혁세력을 하나로 묶어 세우지 못했던 주체적 역량 부족이 노무현 정권이 실패하게 된 핵심 요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필자들의 관점에는 노무현 정권의 실패에 대한 책임도 범진보개혁세력이 같이 져야 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7장 박태주의 글을 제외하면, 노무현 정부 핵심세력은 긍정적 자기평가라는 관점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은 상당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로 인해 범진보개혁세력이 결과적으로 공멸하게 되었다는 평가에는 동의하지만, 노무현 정권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범진보개혁세력이 같이 져야 할 필요는 없다. 노무현 정권은 자신의 전략과 정책을 따르지 않는 진보개혁세력을 사실상 적으로 규정하고 고립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좌파(?) 신자유주의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진보개혁세력에 대해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했다. 유연한 진보 노선을 추종하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해서는 당근 정책을 구사하여 시민운동을 제도화했다. 최근 들어 사회문제로 부각된 환경운동연합이나 여성운동단체의 비리 사건은 정부지원을 받아 성장해온 ‘자생성과 건강성을 상실한 제도화된 시민운동의 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노무현 정권의 전략에 반대하는 진보개혁세력에 대해서는 채찍 전략을 구사해 사회적으로 고립시켜, 극단적 강경론이 내부에서 득세하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범진보개혁세력을 분열시킨 책임은 어설픈 사회 통합 전략으로 지지 세력을 분열시킨 노무현 정권 스스로 져야 한다. 신자유주의 노선 추구가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전부 설명할 순 없지만, 범진보개혁세력의 분열과 좌절의 대부분은 설명해줄 수 있다.

결국 준비되지 못했지만 높은 시대적 열망에 힘입어 탄생한 정권이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조급증과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좌충우돌하다 자멸함으로써 진보개혁세력의 공멸을 부른 주체역량의 미숙함이라고밖에는 노무현 시대를 달리 평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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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협│한국노동연구원 교수 solnam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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