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건국 60년 특별연재/책으로 본 한국 현대인물사⑦

김수영

온몸으로 밀고 나간 참여시의 거침없는 삿대질

  • 윤무한│언론인, 현대사연구가 ymh6874@naver.com

김수영

2/7
김수영

김수영 시인의 여동생 김수명씨(왼쪽에서 네 번째)가 후원하고 있는 ‘김수영 문학상’.

김수영은 모든 실험적인 문학은 필연적으로 완전한 세계의 구현을 목표로 하는 진보의 편에 서지 않을 수 없다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수영에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문화를 정치사회의 이데올로기와 동일시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단 하나의 이데올로기와 동일시하는 것이었다. 나치스가 뭉크의 회화까지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그 전위성을 인정하지 않았듯이, 하나의 정치사회 이데올로기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문학과 예술의 전위성 내지 실험성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가 문화의 조종(弔鐘)을 치는가

김수영은 획일주의가 강요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에서 유형·무형 대제도(문화기관)의 ‘검열관’과 ‘대중의 검열’을 공존시켜-이들의 대명사를 김수영은 ‘질서’라고 했다-거기에서 얻은 균형을 현대문학의 창조적 출발점으로 인정할 수는 없을까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공존의 모색이다. 사실 김수영이 보기에 ‘대중의 검열자’는 문화에 대해 ‘조종(弔鐘)’을 칠 만한 능력도 없는 ‘종지기’에 불과했다. 글을 씀에 있어 자기검열을 몰랐고 직선의 산문가이기도 했던 김수영은 이 글의 결론을 이렇게 맺었다.



“‘질서는 위대한 예술이다’-이것은 정치권력의 시정(施政)구호로서는 알맞지만, 문학백년의 대계를 세워야 할 전위적인 평가가 내세울 만한 기발한 시사는 못된다.”

이어령도 물러서지 않았다. 곧바로 ‘문학은 권력이나 정치이념의 시녀가 아니다’라는 반론을 폈다. 이어령은 이 글에서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다”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하다”는 김수영의 표현에 의미를 두고, “불온하니까 그 작품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이나 불온하니까 그 작품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다만 그 주장과 판단이 다를 뿐 문학작품을 문학작품으로 읽지 않으려는 태도에 있어 서로 일치한다”고 했다. 이어령은 문화의 창조적 자유와 진정한 전위성은 역사의 진보를 추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과 역사, 그것을 보수와 진보의 두 토막으로 칼질해놓은 고정관념과 도식화된 이데올로기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수영은 다시 ‘불온성에 대한 비과학적인 억측’을 발표하고 이어령의 ‘불온성’ 시비에 대해 반박했다. 이어령이 ‘전위’나 ‘불온’을 “정치적인 불온성으로만 고의적으로 좁혀 규정하면서, 자신의 지론을 이데올로기에 부응하는 전체주의의 동조자 정도의 것으로 규정하는데… 인간의 사상사·문화사·예술사는 그런 전위성이 창조하고 이끌어온 역사”라고 반박했다.

김수영과 이어령의 이 유명한 논쟁은, 문학작품은 사회현상과의 연관 속에서 판독되어야 한다, 문학작품은 문학내적 현상에서 판단되어야 한다는 두 가지 극명한 대립적 입장에서 나왔다. 그런 면에서 이 논쟁은 한국인들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 내재해 있던 ‘금제의 소리’를 밖으로 드러내 논리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 대응논리 또한 인간성·순수성 같은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차원을 넘어 문학내적 문제로 전개되었다는 데 크나큰 의미가 있다. 이들의 논쟁은 우리 문단사(史)에 기록될 전설적인 사건의 하나로서, 문학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으레 화제가 되었을 뿐 아니라, 우리 지식사회 전반에 엄청난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

헛소리가 참말 되는 詩의 기적

이 논쟁이 있은 뒤인 1968년 4월13일, 김수영은 백철·이헌구·안수길·모윤숙 등과 함께 부산펜클럽 주최의 문학 세미나에 참석했다. 김수영은 연단에서 40여 분에 걸쳐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유명한 시론을 폭포처럼 쏟아냈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김수영 산문선집 ‘시여 침을 뱉어라’, 민음사, 1975)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은 바로 온몸으로 온몸을 밀고 나가는 것이고, 시의 세계에서 볼 때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은 사랑이고, 그것이 바로 시의 형식이라고 김수영은 주장했다.

2/7
윤무한│언론인, 현대사연구가 ymh6874@naver.com
목록 닫기

김수영

댓글 창 닫기

2019/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