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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등락 배경에 투기세력

‘엔론 루프홀’은 어떻게 세계를 흔들었나

  • 가와하라 가즈오│에너지전략분석가 uy8k-kwhr@asahi-net.or.jp│ 이준규│번역│일본 메이지가쿠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원

국제유가 급등락 배경에 투기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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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가문과 사우디의 인연

2008년 6월9일 사우디아라비아의 각료회의는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부당하고 불공정한 고유가’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상급 국제회의를 6월22일 리야드에서 개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각료회의를 주재한 압둘라 국왕 본인의 의지가 작용한 것이었다.

압둘라 국왕은 이 각료회의에서“최근의 가격급등은 시장의 수요공급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각료회의 성명의 문안 자체는 신중했지만, 결론은 원유가격 급등의 배경에 투기세력이 있으며 이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각료회의 직전인 6월3일 술탄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었다. 흔히 친(親)유럽으로 분류되는 수데이리 가문의 술탄 왕세자와 아랍 지향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인 압둘라 국왕이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는 것은 투기세력에 대한 사우디 측의 의혹이 확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사우디는 결국 증산결정을 감행한다. 흥미로운 것은 증산 결정이 나오기까지 일련의 과정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008년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사우디를 방문한 바 있는데, 두 번 다 공교롭게도 원유가 급등이 이슈가 되던 시점이었다. 이러한 방문은 양국의 친선관계뿐 아니라 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부시 대통령 가문의 사우디에 대한 친근감과 신뢰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아버지 부시는 원유가가 폭락했던 1986년 부통령으로 사우디를 방문해 감산을 요청했고, 사우디가 이에 적극 호응함으로써 원유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한 바 있다).

두 차례 정상회담의 주제는 다방면에 걸쳐 있었지만 원유 증산 요청에 상당한 무게가 실려있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이는 사우디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문이 아니었고, 언론에서는 사우디가 부시 대통령의 증산 요청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1월 방문 즈음에는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불쾌감을 표하면서 “미국을 위해 증산을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사우디가 맹주 역할을 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도 증산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OPEC 총회 역시 증산 결의는 내리지 않았다. 이 무렵까지만 해도 OPEC와 사우디는 시장에 석유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의 2차 방문을 전후해 변화가 찾아왔다. 증산을 거부했다는 언론 보도와 달리 사우디는 부시 대통령 방문 직전인 5월10일부터 1일 30만배럴을 증산해 하루 945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발표는 실제 석유통계로도 확인된다. 말하자면 이 시기 사우디는 증산에 대해 OPEC이 그간 견지하고 있던 봉인을 손수 뜯어버린 셈이 된다.

강경파와 온건파

5월 사우디를 방문한 부시 대통령은 리야드 교외 자나토리아 목장에 있는 국왕 사저에서 양국 간 협력을 다짐했다. 2008년이 양국 수교 75주년임을 기념하는 각서에는 미국이 사우디의 핵개발을 전면적으로 지원한다는 악속이 담겨있었다.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6월6일 원유가가 역사상 최대의 상승폭을 기록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의 지다에서 각국 정상이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하면서 필요하면 얼마든지 원유를 공급하겠다는 이른바 ‘무제한 증산’을 공식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는 워낙 석유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에 공급은 절대 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그간의 통설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들이민 것이었다. 즉 당시의 고유가는 결코 정상적인 수요공급 원리에 따른 것이 아니므로 역시 비정상적인 개입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태도였다.

이러한 강경한 관점은 OPEC 입장에서 보자면 용인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OPEC 의장을 맡고 있던 차킵 켈릴 알제리 석유광업장관은 “의장이 아닌 알제리 장관 자격으로 참석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이 워낙 위중하다 보니 강경파 국가들 역시 논의 및 대책 마련을 끝내 거부하지는 않았고, OPEC 주요 국가들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어 논의를 벌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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