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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전문기자의 눈

제2 롯데월드 유감

공단 전봇대는 뽑고, 서울공항엔 초고층 전봇대 꽂고 …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제2 롯데월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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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틀어도 제2 롯데월드의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는다. 대불공단의 전봇대는 뽑아낼 수 있었다지만 서울공항 항로 옆에 한번 박힌 ‘전봇대’는 뽑아낼 수도 없다.
제2 롯데월드 유감

제2 롯데월드 조감도와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해 주기 위해 횡성으로 옮겨가는 KA-1공격기(작은 사진).

차도는 차가 다니는 곳이니 차 흐름에 방해를 주는 지점에 전봇대를 세워놓으면 안 된다. 도로를 확장할 때는 구(舊)도로 가장자리에 있던 전봇대를 ‘반드시’ 새로 확장한 도로의 가장자리로 옮겨놓아야 한다. 전봇대를 그대로 두고 도로를 확장하면 도로를 넓힌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전남 영암의 대불공단 전봇대 두 개를 뽑아 관료주의를 혁파하는 상징적 충격을 주었던 이명박 정부가 ‘하늘 길’에 대해서는 거꾸로 전봇대를 박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서울공항의 이착륙 항로 인근에 건설을 허가하려고 하는 제2 롯데월드가 바로 그것이다.

제2 롯데월드는 위 그림처럼 연면적이 아주 넓은 저층부와 첨탑처럼 치솟은 초고층부로 구성된다. 저층부는 서울 삼성동의 KOEX처럼 복합 문화공간이 되고, 초고층부는 호텔이나 사무실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저층부는 서울공항 동편 활주로(‘부활주로’라고도 한다)로 인한 비행안전구역의 제한 고도보다 낮은 높이기에 비행안전구역선 안에 지어도 무방하다. 문제는 555m까지 올라가는 초고층부인데, 롯데그룹은 초고층부를 동편 활주로로 인한 비행안전구역선 바로 바깥에 짓겠다고 해왔다.

비행안전구역 설정을 규정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대로라면 이 초고층부는 비행안전구역 바로 바깥에 있으니, 서울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기의 이착륙 흐름을 막는 ‘규제의 전봇대’가 될 수 없다. 그런데도 공군은 이 초고층부가 항공기 이착륙에 큰 부담을 준다며 555m 건물 건설에 반대해왔다.

제2 롯데월드 유감

제2 롯데월드와 현재의 비행안전구역선. 롯데 제공 자료

헌법 제23조 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롯데 측은 이 조항을 근거로 공군을 공박해왔다. 즉 “제2 롯데월드 건설을 막으려면 헌법 규정 대로 법률로 해야 한다. 제2 롯데월드는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의한 비행안전구역 선 바깥에 있어 이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데, 왜 공군은 롯데그룹의 재산권 행사를 막느냐”며 2007년 11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기차도 탈선을 한다



차도를 달리게 돼 있는 자동차도 이따금 인도로 뛰어드는 게 현실이다. ‘하늘 길’에는 인도와 차도를 나누는 ‘턱’이나 가드레일 같은 것이 없다. 하늘의 날씨가 얼마나 변화무쌍한가. 하물며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도 레일을 벗어나 ‘탈선’할 때가 있는데, 서울공항 활주로를 이착륙하는 항공기가 비행안전구역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롯데가 낸 헌법소원 문제는 냉정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대한민국 법률에는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이 바로 그것이다.

건물을 지으려는 사람이나 법인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여러 단계에 걸친 심의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을 할 때부터 제2 롯데월드 건설에 매우 호의적이었다. 그가 시장을 하던 2006년 2월22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잠실지구에 555m 높이의 제2롯데월드 건설이 포함된 지구단위계획(일명 도시계획) 심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공군은 제2 롯데월드를 203m 이하로 지으면 반대하지 않겠다며 지방자치법에 의거해 즉각 행정협의조정을 신청했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2007년 7월 ‘제2 롯데월드의 건축고도를 203m로 제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군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러자 꿈이 막힌 롯데는 ‘왜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 행사를 막느냐’며 그해 11월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결국 롯데가 제기한 헌법소원은 과연 지방자치법이 재산권 행사를 제한할 법률이 될 수 있는지를 물은 것이 된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아직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전혀 다른 국면이 전개됐다.

2008년 4월28일 이 대통령이 이상희 국방장관에게 “(제2 롯데월드 건설 문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해 보세요.” “그런 식이니까 14년 동안 결정이 안 난 것 아닙니까. 날짜를 정해놓고 그때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하세요”라고 하고, 이어 9월말 김은기 공군 참모총장을 합참차장인 이계훈 공군 중장으로 갑자기 교체한 것이 국면 전환의 시작이었다.

2008년 12월30일 롯데가 서울시에 제2 롯데월드 신축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하자, 서울시는 바로 다음날 행정협의조정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그리고 올해 1월7일 국무총리실 주최로 행정협의조정위원회 실무위원회가 열렸다.

이 위원회에 참석한 공군은 ‘기특하게도’ 제2 롯데월드를 짓게 해줄 수 있는 ‘방안’ 세 가지를 들고 나왔다. 이 위원회에서 가장 현실성 있다고 판단한 것은, 서울공항의 동편 활주로를 3도 틀고 안전장비를 보강하자는 안(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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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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