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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말하는 다윈, 다위니즘

“글로벌 금융위기는 인간의 본성 오해한 경제학이 만든 비극”

  • 임소형│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말하는 다윈, 다위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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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말하는 다윈, 다위니즘
▼ 자바 긴팔원숭이 연구는 한국이 선점하게 된 셈이네요.

“서울대 이상묵 교수가 저서 ‘0.1그램의 희망’에서 과학자가 선점한 연구 영역을 ‘부동산’이라고 표현했더군요. 그 표현을 빌리면 구농할리문에 있는 풍부한 동물 종은 우리 연구팀의 부동산이 되는 거겠죠. 그곳을 우리 이화여대 에코과학부의 열대연구소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일본이 지어놓은 연구소를 지금 우리가 빌려 쓰는데, 좀 비싸서 최근엔 아예 근처 마을의 집을 한 채 빌렸습니다. 열대생태전진기지처럼 말이죠. 오랜 꿈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굴드 vs 도킨스

긴팔원숭이는 언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다. 암수가 듀엣으로 노래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언어는 최근까지도 진화생물학계에서 논쟁의 중심에 있다. 언어가 다윈이 말한 적응의 산물이냐, 아니냐를 놓고 진화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 언어가 적응의 산물인지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젠 적응 쪽이 판정승한 거 아닙니까. 사실 인터뷰 전까지만 해도 스티븐 제이 굴드를 통렬히 비판하는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양반 살아생전에 진화생물학자들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후 진화론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했다. 하지만 그 뒤로 다윈의 이론을 수정, 보완해 각자의 방식으로 체계화하려는 진화생물학자가 속속 등장했다. 그중 한 사람이 바로 미국 하버드대의 고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다. 그는 2002년 5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최 교수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때 만난 굴드 교수를 떠올렸다. 그에게 굴드 교수는 ‘명석한 고집불통’으로 기억되는 것 같다.

“그렇게 머리 좋은 사람 없을 겁니다. 몇 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죠. 1980년대 중반 미국에서 굴드 교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100명이 앉을 수 있는 강의실이었는데, 복도까지 수백 명의 학생이 줄을 서서 기다렸죠. 이공계뿐 아니라 인문계 학생들까지 왔으니까요. 굴드 교수의 강의는 화려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거의 셰익스피어를 연기하는 배우 수준이거든요. 한번은 굴드 교수가 강의 도중에 미국 학부생과 라틴어로 10여 분 동안 문답을 주고받는데, 전혀 못 알아들으니 너무 화가 났어요. 가방 챙겨서 벌떡 일어나 나가버렸죠. 굴드 교수가 뒤통수에 대고 다시는 자기 수업에 들어오지 말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더군요.”

▼ 굴드 교수를 비판하는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중은 굴드 교수를 진화론의 대표주자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굴드 교수가 잘못 얘기한 점도 많아요. 사람들을 압도하고자 과거에 자신이 했던 주장을 뒤집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굴드 교수는 암을 두 번 앓은 사람입니다. 처음엔 혈액암이었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났습니다. 굴드 교수를 싫어한 사람들이 암에 걸린 것처럼 쇼 했나 하는 반응을 보일 만큼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으로 폐암에 걸렸을 땐 손쓸 틈도 없이 세상을 떠났죠. 진화생물학자들은 굴드 교수에 대해 애증이 있습니다. 기가 막힌 학자였던 건 사실이에요.”

굴드 교수와 함께 현대 진화론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학자가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으로 유명한 영국 옥스퍼드대의 리처드 도킨스 교수다. 진화학자들은 진화의 속도와 단위, 세기 등 여러 측면에서 굴드 측과 도킨스 측으로 나뉘어 논쟁을 벌여왔다.

▼ 이쯤 되면 도킨스 교수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굴드 교수를 학문적으로 공격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입니다. 도킨스가 칼을 뽑은 뒤부터는 일반 대중도 진화학계에서 뭔가 일이 났나 싶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굴드 교수가 세상을 떠난 겁니다.”

진화론의 양대 고수가 펴낸 책들은 국내에서도 널리 읽혔다. 그만큼 진화론이 다른 과학 분야의 수많은 이론 가운데서도 일반의 관심을 많이 받는다는 증거다.

인간은 지금도 진화한다

▼ 굴드 교수의 강의에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도 많이 찾아왔다고 했죠. 일반인이 그렇게 진화론에 관심이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반대로 말하면 진화론처럼 공격을 많이 받는 과학 분야도 드물죠.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뭔가 허술해 보인다는 점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게 바로 진화론’이라고 얘기하는 학자도 있으니까요. 단순하고 간결한 이론이지만 파고 들어가다 보면 엄청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진화론을 얘기하지만 그중 약 90%는 잘못된 진화론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생물학과 교수들 중에서도 현대 진화론을 그 옛날 19세기 진화론으로 이해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생물학의 근간이 다윈의 진화론임에도 진화론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생물학자가 될 수 있고, 이미 돼 있어요. 참 애석한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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