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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09년 2월호 별책부록 Brand New|Hangang/Interview

오세훈 서울시장

CHAPTER _ 1 디자인, 公共, 그리고 한강의 르네상스

  • 대담·송문홍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장 songmh@donga.com 정리·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오세훈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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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매립지에 건설된 오다이바는 일본이 자랑하는 미래형 신도시다. 도쿄 도심에서 자동차로 20∼30분이면 닿는 해변가에 주거 상업 업무 연구 복합단지가 밀집해 있다.

“강을 공공에게 돌려주겠다”

▼ 오 시장 개인에게 한강은 어떤 의미입니까. 개인적인 측면과 공적인 측면이 있을 텐데요.

“사실 제가 태어난 곳이 한강변인 뚝섬이에요. 성동구 성수동이 제 본적지죠. 제 입술 오른쪽 옆에 희미한 흉터가 있는데요, 뚝섬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다가 넘어져서 생긴 겁니다. 대학생 때는 아버지께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옥수동에 본인 명의로 처음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갔습니다. 1985년 결혼 후에 전세를 들어 산 집도 한강이 제대로 보이는 15층 꼭대기 아파트였고요. ‘그때 한강을 보고 산다는 게 이렇게 의미 있는 일이구나’ 생각하게 됐죠. 이렇게 좋은 것을 몇몇 개인이 독점해서 되겠나 싶더군요.

본격적으로는 시장선거를 준비하면서 한강이라는 공간을 공공에게 돌려주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파리의 센 강이나 뉴욕의 허드슨 강만 해도 한강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빕니다. 이런 도시에서는 강변의 도시계획을 세울 때 언제나 공공공간이 우선시됩니다. 강변에 건물을 지을 때 지켜야 하는 높이나 형태의 기준도 잘 마련돼 있고요. 우리는 그런 측면에서 많이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강은 강이 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만 즐길 수 있게 됐던 거죠.

이전에도 한강에 대해 많은 얘기가 있었지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봅니다. 한강의 사유화를 극복하고 서울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화하자는 생각은 그동안 큰 이슈가 아니었던 거죠. 취임하고 1년쯤 후에 제가 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최근에야 재개발 아파트에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땅을 제공받아 공공공간으로 만드는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마스터플랜을 만들면서 아파트가 있는 자리를 덜어내고 물길을 내도록 한 것도 그러한 콘셉트가 반영된 것이고요.”



▼ 시장 취임 전에도 가족들과 한강공원에 자주 나가는 편이었습니까.

“제가 운동을 굉장히 좋아해서요, 압구정동에 잠깐 살 때는 수시로 가서 조깅도 하고 자전거도 탔죠. 국회의원을 한 4년 동안에는 대치동 집에서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여의도까지 출근을 했습니다. 한강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산 기간이 꽤 오래인 셈이죠. 동호대교 위만 해도 참 시원하고 좋습니다. 더 많은 시민이 언제든 나와 소풍을 즐길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지금은 시민들에게 그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죠. 집에서 걸어 나와 차를 갈아타고 어두운 지하통로를 지나서야 비로소 한강변에 이를 수 있으니까요. 한강이 더 다가가기 쉬운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베트남 하노이 홍강 전경(왼쪽)과 개발계획 개념도. 중국 서남부에서 발원하는 홍강은 멀리 통킹 만으로 흘러간다. 수도 서울을 흐르는 한강이 한국을 상징하듯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시를 지나가는 홍강도 그런 존재다.

▼ 전두환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올림픽대로는 개발연대의 한강 주변 활용법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아닐까 합니다. 반면 지금 오 시장이 말하는 것은 환경과 생태와 문화가 복합된 공간으로서의 한강 르네상스입니다.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라는 책에서 ‘Code Green’을 역설했습니다. 작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키워드가 ‘그린’이라는 얘기죠. 우리나라에선 오 시장이 이 이슈를 선점한 것 같은데요. 시대적 코드에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돌이켜보면 제 인생항로가 그랬죠. 방송을 시작하기 전인 변호사 생활 초기부터 환경과 엮였거든요. 관련 사건을 담당하면서 환경시민단체를 도와주기 시작했고, 점점 더 발을 깊게 담갔죠. 저로서는 그게 인생의 큰 전기가 됐습니다. 그런 부분이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시대와 코드가 맞았다고 볼 측면이 있죠.(웃음)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한강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본질적으로 자연이라는 게 삶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숨쉬는 생명체라는 거죠. 거꾸로 인간 역시 자연과 함께 숨쉬는 생명체들 중 하나일 뿐이고요. 당연히 한강도 마찬가지겠죠.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한강이 아니라 함께 숨쉬는 생명체로서의 한강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한강을 우리만의 모델로 개발하겠다”

▼ 말씀하신 것처럼 강을 끼고 있는 외국의 유명한 도시가 많습니다. 그간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주로 유럽이나 서구 도시의 사례를 많이 드신 것 같아요. 그러나 문화적·역사적 맥락에서 아시아와 유럽의 도시는 차이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유럽이나 미국, 호주 같은 서구의 도시를 주로 갔기 때문일 텐데요, 그렇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일본 도쿄의 오다이바처럼 한강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데 있어 데이터베이스 구실을 해준 도시는 전세계에 고루 분포합니다. 나라마다 다 괜찮은 수변도시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건 단순히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봅니다. 도시가 물을 끼고 있으면 굉장히 생동감이 넘치고 부가가치가 생깁니다. 도시계획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를 최대한 이용하는 게 공통된 숙제일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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