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촌지구에서 진행된 호안개선 시험공사 전(왼쪽)과 후, 을씨년스러운 콘크리트 블록 대신 싱싱한 녹색 화초들이 시민의 발길을 반긴다.
작업의 개요는 이렇다. 기존의 콘크리트 호안블록 중간중간에 흙막이를 설치한 뒤 흙을 30cm 두께로 덮는다. 이 위에 고수호안의 경우는 마른 날씨에도 잘 견디고 보기에도 좋은 풀이나 나무를 심고, 중수호안에는 물에 잠겨도 잘 견딜 수 있는 식물을 골라 ‘식물매트’를 만들어 흙 위에 붙이는 식으로 진행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이해룡 녹화팀장은 “호안 주변에는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워서 일일이 자전거도로로 다니며 사람 손으로 작업을 진행해왔다”며 “공사가 완료되면 한강은 훨씬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변신해 도심 속의 푸른 강길을 시민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촌지구에서 2008년 진행된 호안개선 시험공사 후의 풍경.
호안 개선 작업과 함께 진행되는 생태공원 조성사업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2008년 4월 공사가 시작돼 12월에 개장된 암사동 한강둔치 생태공원과 확장공사가 진행 중인 강서 습지생태공원이 대표적이다. 16만2000㎡ 규모인 암사동 생태공원은 설계부터 전문가들에게 자문해 인위적으로 조성되는 시설물을 최소화했다. 공사 중에 뽑힌 갈대와 물억새를 공사 후에 다시 심은 것만 봐도 자연스러운 경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또 한강변에 자라고 있는 풀과 나무들의 씨앗을 뿌려 식생이 빠른 시간 안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암사동 생태공원에는 이용객들이 한강을 조망하며 날아가는 새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강물과 나란히 배치된 관찰데크를 만들었다.
기존의 인공호안을 녹화하는 작업은 암사동 생태공원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뤄졌지만, 방법은 좀 더 ‘근본적’이다. 콘크리트 호안 1km 남짓을 철거해 완만한 경사지로 만든 것. 공원 중앙부에는 폭 2m의 탐방로를 만들어, 봄부터 가을까지 철따라 만날 수 있는 좀작살, 찔레, 조팝나무 같은 키 작은 나무와 원추리, 부처꽃, 참나리 같은 꽃과 풀을 심었다. 딱정벌레나 잠자리 같은 다양한 곤충이 살 수 있도록 자그마한 돌무더기와 물웅덩이도 곳곳에 만들어두었다.

생태공원 조성 후 자연형 호안.
한편 강서 습지생태공원 확장 및 리모델링 사업은 총 28억원을 들여 기존의 생태공원 34만㎡를 37만㎡로 늘리는 작업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기존 공원지역의 수로를 자연형으로 정비하는 한편 2만㎡ 규모의 테마별 습지생태원을 새로 만들어 연꽃, 부들, 물옥잠 군락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암사동 생태공원과 강서 생태공원은 한강이 스스로의 힘으로 그 생태계를 복원하도록 돕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강을 사람의 뜻에 맞춰 바꿔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강이 스스로 생태계를 만들어가도록 돕는다는 것이 기본개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태공원이 한강이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거점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더 많은 새와 곤충이 공원을 집으로 삼아 인근지역을 날아다니며 한강 생태계를 확장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장점은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이 얻을 위로와 휴식이다. 한강이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그 모든 과정의 드라마가 생태공원을 찾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탐방로와 관찰데크에서 생태공원을 즐길 시민들은 그를 통해 생명의 힘과 ‘푸름’의 위력을 몸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