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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제일기획의 캠페인 협찬광고

“대박 난 캠페인광고, 국민에게 희망 주고 재벌 이미지 바꾸고”

기업 PR 고수들이 만드는 공익광고

  • 구가인│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omedy9@donga.com│

“대박 난 캠페인광고, 국민에게 희망 주고 재벌 이미지 바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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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난 캠페인광고,       국민에게           희망 주고 재벌 이미지 바꾸고”
삼성의 캠페인협찬광고는 어려운 시기 희망 메시지를 던진다는 주제 자체에서 최근 쏟아지는 공익성 광고 및 기업 광고들과 다를 바 없지만, 호감도와 세련미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공도 들였다. 국내 제작 광고의 경우 모델비와 매체비를 제외한 순수 제작비가 보통 2억5000만~3억원으로 다른 상업광고와 비슷하다. 그러나 4월부터 방영되고 있는 MBC ‘온 코리아’의 경우 공익성 광고로는 드물게 호주 로케이션을 통해 촬영했으며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카피에서 언급된 해당 국가(호주, 인도, 프랑스, 케냐, 중국 등) 출신 모델들을 모두 섭외했다. KBS ‘여명’편의 경우 늦저녁부터 다음날 해 뜨는 아침까지 반나절을 나흘에 걸쳐 타임랩스(time laps) 방식으로 시시각각의 장면을 기록한 후 그 촬영본을 일일이 손질하면서 서울의 60년 변화상을 입혀갔다. 그 결과 40초 안에 해가 뜨는 여명의 순간과 지난 60년간 서울의 변천사를 함께 담는 작품이 탄생했다. 여기에 상업광고와 마찬가지로 내외부 모니터 평가과정도 거쳤다.

광고계 최고수들이 만드는 그룹 PR광고

알려진 것처럼 삼성계열사의 광고는 대부분 제일기획이 담당한다. 그중 삼성그룹의 기업PR 광고는 제일기획에서 가장 공들이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제일기획 자체가 삼성의 계열사이기도 할뿐더러,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제일기획의 국내 광고 중 60%를 차지하는 삼성계열사가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 기업광고를 만드는 이들은 광고계 엘리트그룹인 제일기획에서도 에이스 집단으로 꼽힌다. 주목할 점은 이번 삼성의 캠페인협찬광고 역시 이들 팀을 통해 나왔다는 사실이다. 삼성에서 캠페인협찬광고에 기울이는 관심, 혹은 공익성 캠페인광고가 상업광고 못지않은 홍보수단으로 부각됐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박 난 캠페인광고,       국민에게           희망 주고 재벌 이미지 바꾸고”
이번 협찬광고를 포함해 공중파TV에서 방영되는 기업광고의 경우 보통 3~4개월 단위로 새롭게 바뀐다. 이 광고를 위해 총괄기획팀(AE)과 마케팅전략(AP), 제작팀 등 외주 촬영팀을 제외한 20명 안팎의 제일기획 스태프가 기획단계부터 참여한다. 기업PR광고의 경우 특히 초기 콘셉트를 잡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2007년 ‘고맙습니다’부터 2008년 ‘더 뛰겠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삼성그룹 기업PR광고의 총괄기획을 맡고 있는 제일기획 The South 1팀의 윤문재(46) 팀장은 “광고를 제작하기 전 무엇을 말하고,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인지 그 방향을 정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다”면서 “특정 상품처럼 눈에 보이는 실체가 없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PR광고의 경우 소비자의 숨겨진 심리와 경향성을 파악하고 그 시대에 맞는 슬로건을 내거는 게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나를 낮추고 감성을 자극한다”



실제로 삼성 기업PR광고가 내거는 슬로건은 각 시대 혹은 특정 상황에 놓인 삼성의 처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1990년대 중반(1994~96) ‘세계일류’를 슬로건으로 내건 삼성은 IMF 직후인 1998년에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21세기를 맞이하는 시기에는 ‘밀레니엄 프런티어’(1999~2000)와 ‘디지털 프런티어’를 내세운 바 있다. 특히 2003년부터 3년 동안 슬로건으로 내세운 ‘함께 가요, 희망으로’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비자금을 폭로한 직후 등장한 ‘고맙습니다’(2007) 캠페인 등은 보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면서 정경유착, 불공정 거래 등에 얽힌 논란 많은 ‘1등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를 완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슬로건들은 끊임없는 조사와 데이터 분석,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 지난 15년간 삼성그룹 PR 기획에 참여해온 제일기획 The South 1팀의 정선우(42) 국장은 “1년에도 여러 차례 다양한 조사를 통해 국내외 정치경제 상황과 삼성의 현황 등을 분석하고 그를 통해 나온 결과로 콘셉트를 짠다”면서 “최근 들어 사회변화에 따라 고려해야 할 대상과 매체가 늘어나 조사의 폭이나 양이 증가한 편이다”고 말했다.

친근하면서 감성을 자극하는 광고는 기업 PR광고의 첫째가는 조건이다. 삼성의 경우 기업광고에서 특히 겸손함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이라는 실체가 워낙 강력한 탓에 이미지 메이킹은 반대로 기업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감추거나 부드럽게 바꾸는 데 주력한다. 포스코의 광고‘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의 카피라이터이자 제일모직 ‘The Suite’, KTF Show의 ‘강도’와 ‘쑈녀’편 등을 제작했으며 2007년부터 삼성 기업PR광고 제작 CD(Creative Director)를 맡아온 예희강(39) 국장은 “기업광고에서 잘난 척은 금기”라고 강조했다.

“기업광고에서는 사람 냄새가 나는 게 중요해요. 예컨대 모델도 스타나 너무 예쁜 얼굴이 아니라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편안한 인상을 줘야 하죠. 내레이션을 하는 성우도 전달력 있으면서도 가식적이지 않게 최대한 힘을 빼고 녹음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요. 공감을 주되 신파도 안 되고, 너무 어려운 얘기도 안 돼요. 수위조절이 중요하죠.”(예희강 국장)

이러한 그룹 PR광고의 노하우는 최근 제작한 캠페인협찬광고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유독 강조하는 이번 캠페인협찬광고들이 국가주의라는 비난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그 ‘수위조절 능력’에 있었다. 공감대를 얻기 위해 실제 부부나 갓 태어난 아기 모델을 섭외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영상에 입혀진 곡들은 주로 감성적인 외국곡과 연주곡이 대부분(‘여명’에서는 영화 ‘디워’ OST ‘Arirang’이, ‘온 코리아’에는‘Build To Last’가, ‘소중한 시간’에는‘Eternal Flame’이 쓰였다)이다.

예 국장은 “음악은 광고를 이루는 수십 가지 요소 중 하나지만 때에 따라 전체 분위기를 좌우한다. 음악이 거슬리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북돋워줄 곡을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비상업 광고에 눈 돌리는 기업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 ‘더 뛰겠습니다’ 이후 공식적으로 기업PR 광고는 하지 않고 있으며 비상업성 캠페인협찬광고와 온라인을 통한 하하하 캠페인만을 진행 중이다. 조용우 차장은 “앞으로 경제사정이 좋아지면 변화가 있겠지만 당분간은 기존 기업PR 방식에서 벗어나 현재와 같이 공익성 캠페인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및 전문가들은 삼성의 이러한 목소리 낮추기 전략이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한다. 한 공중파 방송국 관계자는 “삼성협찬 캠페인광고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대기업들의 캠페인협찬광고 제안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상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경기불황에 따라 공익성 광고가 아니라도 대부분의 기업광고들이 사회적 분위기 개선을 위해 공익성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면서 “삼성처럼 이름이 알려진 기업의 경우 기업이 간접적으로 드러나더라도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중요한데 캠페인협찬광고는 그런 좋은 이미지를 쌓는 데 도움이 될뿐더러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광고가 비교적 긴 시간, 빈번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40초 동안, 동트는 장면과 60년의 변화상을 담은 KBS‘여명’.

4월부터 방영 중인 MBC 캠페인 광고 ‘온 코리아’ 중에서.

삼성의 기업PR광고를 만드는 이들은 제일기획 내에서도 에이스 집단으로 꼽힌다.

신동아 200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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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가인│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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