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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미래전략연구원 연중 공동기획 미래전략 토론 ⑥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

‘승리’에서 ‘행복’으로 패러다임을 바꿔라!

  • 정리·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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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표 광복 후 국가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스포츠는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수단의 하나였습니다. 국민통합의 기제로도 작용했고요. 사회학에서 말하는 ‘압축적 근대성’이 스포츠에도 나타났습니다. 원하는 목적을 ‘빨리 빨리’ 달성하려고 물불 안 가리고 내달린 거죠. 얼마 전만 해도 ‘엘리트 선수를 육성해서 금메달을 따는’ 게 체육정책의 1순위 아니었습니까. 스포츠를 통치수단으로 활용한 정권도 있었고요. 그런데 1인당 GNI가 2만달러에 달하는 나라가 학생선수들의 학습권조차 보장해주지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중·고등학교 수준에서부터 생활 체육과 엘리트 체육을 조화롭게 연계해야 합니다.

이용식 공부를 안 해도 대학 입학이 가능한 ‘체육특기자 제도’와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면 병역의무를 면제받는 ‘병역특례제도’, 국제대회 입상자 연금 지원 등의 정책이 오늘의 문제를 야기한 건 아닐까요?

고은하 논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 같은 정책이 공부를 안 하게끔 부추긴다는 비판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 알려진 게 있습니다. 선진국 선수들은 학업·직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선진국의 상당수가 엘리트 선수에 대한 연금 혜택, 훈련비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요. 스포츠 저변이 넓은 나라들도 정부가 엘리트 선수를 지원한다는 얘기입니다. 연금 지원과 병역특례제도는 현재로선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체육특기자 제도는 학생선수를 교실에 붙잡아두는 쪽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홍석표 엘리트 스포츠 시스템을 한순간에 버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조금씩 바꿔나가야 하겠죠. 그리고 시스템을 바꾸려면 사람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지난해 대한체육회가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면서 실업선수도 대학에 다닐 수 있게끔 제도를 바꿨습니다. 그런데 새로 도입한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아십니까. 대학에 진학한 실업선수가 학교 수업을 안 듣습니다. 그런데도 학점을 따고, 졸업을 합니다. 그러면서 실업대회엔 실업선수 자격으로, 실업선수가 출전하지 않는 대학대회엔 대학선수 자격으로 출전합니다. 다른 부분은 서서히 조금씩 바꿔나가더라도 운동선수도 공부하게끔 하는 제도는 곧장 도입해야 해요. 그 문제만큼은 한번에 확 바꿔야 합니다. 올림픽에서 앞으로 10~20년 동안 좋은 성적을 못 거둘지라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해요.

이용식 2009년 국민생활체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생활 체육 참여율이 2006년과 비교해 10%포인트 감소했습니다. 경기 침체가 감소 원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권민혁 생활 체육 참여율은 2006년 44%를 기록했습니다. 기준을 ‘주 1회 운동’으로 바꾸면 58%로 수치가 올라갑니다. 58%라는 숫자만 보면 꽤 높은 수준입니다. 주 1회 이상을 기준으로 삼으면 유럽연합(EU)의 생활 체육 참여율은 현재 38%입니다. 생활 체육이 발달한 북유럽을 제외하면 영국 45%, 프랑스 43%, 독일 39%입니다. 물론 숫자가 진실을 말해주는 건 아니겠죠. 한국에선 ‘걷기’가 생활 체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유럽인들은 하계엔 야외 스포츠, 동계엔 스키를 즐깁니다. 2009년 생활 체육 참여율이 10%포인트 감소했다는데, 걷기를 제외하면 수치가 더 낮을 겁니다.

홍석표 중·고등학생은 운동할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입시 때문에 그렇죠. 20~30대도 운동보다는 컴퓨터게임에 관심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e스포츠라는 말이 있던데, 컴퓨터게임을 스포츠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고은하 경기가 호전되면 참여율이 조금 높아질 겁니다. 학생은 학교에 묶여서 운동을 못 하고, 직장인은 일이 바빠서 못 한다는 둥 변명도 많지요. 그렇다면 개선 방안은 학교나 직장에서 찾아야 합니다. 학교, 직장 주변의 운동시설을 늘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해요.

권민혁 운동의 중요성을 홍보할 때 ‘건강’에만 포커스를 맞춰서는 안 됩니다. 고려대 연구팀은 청소년이 농구를 하면 소뇌가 14% 커진다고 밝힙니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체육 성적이 높은 학생이 사회·부모·교사·친구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포츠를 즐기는 학생이 사회성이 높다는 거죠. 한국은 학연이나 지연 같은 폐쇄된 네트워크가 발달했습니다. 스포츠가 만드는 네트워크는 열려 있습니다. 생활 체육을 홍보할 때 운동의 이런 순기능을 건강과 함께 강조해야 합니다.

홍석표 중·고등학교 다닐 적 체육선생님이 어땠습니까? 패널들도 “체육선생님? 깡패잖아”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지금도 체육선생님이라고 하면 학생들이 학생부 선생님, 그러니까 주로 체벌하는 선생님을 떠올립니다. 학생들이 운동에 흥미를 느끼게끔 하려면 체육선생님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권민혁 예전엔 그런 분이 많았지만 요즘 선생님들은 열심히 잘 가르치는 것 같아요. 교사들의 모습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인조 잔디를 깔아주는 것은 참 좋은 정책입니다. 천연 잔디라면 더 좋겠지요.

이용식 운동장에 인조 잔디와 트랙을 설치하는 일은 그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추진 속도가 너무 더뎌요. 2040~2050년은 돼야 모든 학교에 인조 잔디 운동장이 생깁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스포츠강사가 한 학교당 1명에 불과합니다. 스포츠강사 수도 늘려야 해요.

권민혁 스포츠 강사가 없는 초등학교도 많습니다.

고은하 방과 후 학교에서 이뤄지는 스포츠클럽 제도도 활성화해야 합니다. 학교 밖 스포츠클럽과의 연계도 필요하고요. 유럽에선 부모들이 자녀가 운동하는 클럽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합니다. 지역사회에 스포츠를 연계로 한 커뮤니티가 생기는 것이지요. 우리도 유럽식 시스템을 꾸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권민혁 중·고등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자원봉사를 해서 봉사점수를 받게끔 돼 있습니다. 그런데 체육은 학교에서 인정하는 자원봉사 분야에서 빠져 있어요. 테니스 대회에서 공을 줍는다든지, 축구장 잔디를 관리한다든지 하는 일도 점수를 주는 봉사활동에 넣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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