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욕실’ 1971년, 캔버스에 유채, 192×113cm, 개인 소장
거울은 속임수가 없다. 거울은 결점까지 드러내지만 여자는 자신의 아름다움만을 보고 싶어한다. 자신의 결점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여자를 그린 작품이 보테로의 ‘아침욕실’이다. 침대 앞에 대형 거울이 있음에도 뚱뚱한 여인은 작은 손거울로 자신을 보고 있다. 작은 거울 속 여인의 얼굴은 거울의 크기만큼이나 작다. 여인은 지금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거울 속 여인의 모습은 앙증맞고 귀엽다. 하지만 화면을 넓게 차지한 그녀의 모습은 기형적일 정도로 뚱뚱하다. 풍만한 허벅지는 살이 쪄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신발은 살찐 다리와 발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빈약해 보인다. 그녀의 엉덩이와 허리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여자는 자신의 결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얼굴만 보고자 작은 거울에 의지한다. 페르난도 보테로(1932~)는 뚱뚱한 사람을 즐겨 그린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비틀어서 과장되게 표현한다. 이 작품 속 여인도 그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거울 앞에 선 누드 여인’ 1897년, 마분지에 유채, 63×48cm, 뉴욕 하우프트 컬렉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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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선 매춘부는 평범한 검은 스타킹을 신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손에는 방금 벗은 듯한 블라우스가 들려 있다. 거울 앞에 선 그녀는 손님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지만 매춘부의 부드럽고 탱탱한 젊은 육체는 남자에게 사랑받는 시간이 짧다는 것을 암시한다. 화면 왼쪽의 헝클어진 침대는 매춘부가 나이 들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앙리 드 로트레크(1864~1901)는 이 작품에서 남자에게 상처 받는 매춘부의 마음과 시들어가는 육체의 덧없음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