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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8000억원대 당진화력 9·10호기 표류 내막

“지식경제부 부적절한 개입으로 사업 1년 지연”

  • 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2조8000억원대 당진화력 9·10호기 표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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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8000억원대 당진화력  9·10호기 표류 내막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두산은 위의 연구과제를 통해 신기술을 개발했다며 이를 국내 상용발전소에 적용해 해외에 수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쪽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기조건 566/566℃ 시설에서도 결함을 내온 두산중공업이 그보다 네 단계나 위인 610/621℃의 발전시설을 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보통 네 단계를 극복하는 데 10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한국동서발전은 당진 9·10호기를 연료수급 여건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아역청탄을 50%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를 진행했는데, 두산중공업이 수행한 연구과제는 비싼 역청탄만 사용할 수 있는 설계였다. 따라서 연료비가 비싸 경쟁력이 떨어지고 석탄 수급에도 상당한 문제점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두산의 연구과제가 제시하는 연료규격을 당진 9·10호기 수준으로 재설계할 경우 기본설계를 재검토해야 하는 등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 전문가는 “두산중공업이 세계적으로 상업화 사례가 없는 고난도의 연구개발 과제를 소규모 시험설비에서 수행하고 이를 당진 9·10호기에 적용하려는 것은 신약을 개발한 뒤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동서발전의 한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이 기술을 개발했다면 자사의 비용으로 제품을 실증한 다음 그것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게 상식인데도 제품개발에 따른 막대한 위험 비용을 발주자가 떠안게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동안 두산중공업은 자사가 개발한 신기술은 법적으로 수의계약 요건에 해당하므로 당진 9·10호기 건설에 대해 수의계약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한국동서발전 측이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 두산중공업은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 ‘국가사업을 대행 또는 위탁받은 자’로 볼 수 없으며, 연구과제에서 수행한 신기술도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상 수의계약 요건인 ‘조달기관의 요청에 따라 개발된 시제품 또는 최초 상품’이 아니므로 수의계약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무시하고 계약을 강행할 경우 WTO에 제소당할 수 있다는 것.



K 실장 ‘원천기술 수출 돕고 싶었다’

‘신동아’는 이윤호 장관에게 ‘두산중공업 정지택 부회장으로부터 당진화력 9·10호기 건설사업과 관련,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청탁받고 K 실장에게 이를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장관 측은 “청탁을 받은 적도, 수의계약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K 실장은 “두산중공업 측이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나에게 연락해왔고, 한국동서발전 측에 두산이 터빈과 보일러에 대한 신기술을 개발했으니 기회를 주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두산중공업이 기술 부족으로 발전소에 결함이 생기는 등 리스크(risk·위험요소)가 발생할 경우를 가정해 돈으로 보상하는 조건을 달고 입찰에 참여케 해서 평가해볼 것을 권유한 것은 맞다”며 “국내 유일의 화력발전설비 제작업체인 두산중공업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실용화해 원천기술을 확보해서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한 발전업계 전문가는 리스크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계약시에 발전설비에 대한 리스크는 공사대금 10%에 2년간의 하자 보증기간을 둔다. 그러나 애초 한국동서발전 측은 “두산중공업이 공사를 한 뒤 결함이 생길 경우 공사비 전액을 돌려받는 조건을 내걸겠다”는 강경한 태도였다. 막대한 공사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므로 자칫 발전기 성능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 존립 자체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5월14일 현재 한국동서발전은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길구 사장은 “두산이 공사를 한 뒤 성능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 공사대금을 일부만 지급하고, 제 성능을 발휘할 때 이자와 함께 나머지를 갚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입찰 조건 논란 예상

지경부와 한국동서발전, 두산중공업의 이해가 얽히고설킨 채 1년 가까이 사업 입찰을 하지 못한 당진 화력 9·10호기는 조만간 국제경쟁입찰에 붙여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입찰 조건에 따라서 국제경쟁입찰이라면서도 외국사는 참여하지 않고 두산중공업만 단독으로 입찰할 수도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입찰조건에 대해 이길구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600℃ 조건으로 1년 이상 운영실적을 가진 회사, 그리고 그런 실적을 가진 회사와 제휴할 경우 입찰 자격을 부여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이 외국회사와 제휴를 거부할 경우 566℃ 조건에서 영흥 1·2호기를 운영해온 실적을 유사실적으로 인정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이 비록 장기간 실증 기술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신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인정해줘야 앞으로 신기술 개발이 더욱 유발될 것으로 본다.”

이 사장이 인정할 수도 있다는 ‘유사실적’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K 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진화력 9·10호기 문제에는 2~3주 전부터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들과 입장을 조율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공기업인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 경영진은 독자적 회사 운영권을 갖고 있지만 이처럼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개입을 멈추지 않는 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발전업체 한 관계자는 “발전 자회사의 경우 중요 프로젝트는 지경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결정은 자회사가 스스로 한 것으로 남는 폐단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길구 사장은 “어렵고 힘들다. 어떻게 보면 내가 가장 피해자일 수 있다”며 지경부와의 사이에서 단독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처지를 한탄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신동아’는 두산중공업 정지택 부회장이 2월초 이윤호 장관을 만나 동서발전의 당진화력 9·10호기 건설 수의계약을 하게 해달라고 청탁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 부회장을 만나려 했지만 회사 관계자로부터 “만나기를 원치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신동아 200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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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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