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김포공항은 ‘세계적 명품공항’으로 매일 진화 중

‘스페셜리스트’ 성시철 사장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9-12-04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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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 친환경 엔터테인먼트’ 청사진
    • 항공안전 세계최고…고객만족 1위
    • 1조 시장규모 첨단 공항기술 개발
    • 임금 삭감해 저소득층 일자리 제공
    김포공항은 ‘세계적 명품공항’으로 매일 진화 중
    17년 전인 1992년 12월23일 대학생이던 기자는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지도 하나 달랑 들고 유럽대륙을 한 달여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당시 유행했던 배낭여행이었다. 김포공항 국제선 제2청사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출국수속을 밟던 기억이 난다.

    2001년 3월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기 전까지 김포공항은 세계 28개국 71개 도시로 통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국제공항이었다. 현재 성인이 된 국민 중 상당수는 김포공항 출입국장에서의 희로애락이나 만남과 헤어짐의 추억 한두 가지를 갖고 있을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김포공항은 국내선 전용 공항으로 전환되어 옛 명성을 잃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04년 하네다공항과 연결되는 서울-도쿄 셔틀노선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김포와 하네다가 각각 서울과 도쿄의 도심에서 가깝다는 점에 착안한 사업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2004년 이후 기자는 도쿄로 여러 번 출장을 다녀왔다. 서울 시내 충정로 회사 사무실에서 나와 지하철로 김포공항으로 이동, 비행기로 하네다 공항에 도착, 모노레일로 도쿄 시내 하마마쓰초까지 가는 여정이었다. 귀국할 때는 반대 코스. 몇 번 왔다갔다하다보니 충정로와 하마마쓰초가 같은 도시에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글로컬리즘의 중심

    김포공항을 되살린 기관은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다. 이 회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맡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관할하의 국제공항은 김포, 김해, 제주, 대구, 무안, 양양, 청주공항이고 국내공항은 울산, 광주, 포항, 군산, 사천, 여수, 원주공항이다. 이들 공항에 9개국 45개 국제노선과 21개 국내노선이 취항하고 있다.



    ‘세계화’와 ‘지방화’가 모두 중요한 ‘글로컬리즘(glocalism)’의 시대에 공항의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훌륭한 항공 시스템은 도시 발전이나 개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선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됐다. 지난해 한국공항공사가 관할하는 공항들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로부터 ‘항공안전 세계최고’ 평가를 받았다. 성시철(成始喆·59) 사장은 그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김포공항은 ‘항공기 정시 도착률 세계 1위’에도 올랐다. 올해 한국능률협회 평가에선 ‘고객만족대상’ ‘최고수준 서비스품질(AAA)’로 인정받았다.

    한국공항공사는 그린 에어포트(Green Airport), 비즈 포트(Biz-Port)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독자 개발한 항공안전장비는 “끝없는 개선노력과 도전정신의 결과”(국민일보 2009년 7월23일자)로 평가됐다. 임직원들은 노사합의로 임금 6.4%를 삭감해 여론의 갈채를 받았다.(서울신문 2009년 9월18일자)

    한국공항공사는 1980년 설립된 한국공항공단이 공사로 전환된 곳이다. 성시철 사장은 최초의 내부승진 사장이다. 건국대 경영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교통부장관 비서관 등 공직에서 일해오다 1980년 11월 한국공항공사에 임용됐다. 그 뒤로는 줄곧 이 회사에서 근무해 2005년 5월 부사장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8월 그를 사장에 임명했을 때 회사 안팎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안전이 생명인 공항은 1년 365일 중 364일을 잘하고 하루만 실수를 해도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진작 공항 전문가가 사장이 됐어야 했다”는 것이다.

    성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쉼 없이 개혁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김포공항 변신이나 공항기술 독자개발과 같은 일은 낙하산 사장이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 성 사장은 ‘스페셜리스트’로서 자신의 장점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게 공항업무 관련 정부 부처의 시각이다. 11월9일 서울 강서구 과해동 김포공항 내 한국공항공사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 한국공항공사 웹 사이트에 들어가봤어요. 초기화면 한복판에 ‘하늘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던데요. 이 회사만의 독특한 조직문화가 있나요.

    “그 문구 바로 아래에 ‘세계적인 공항운영 전문기업’이라는 글귀도 있어요. 저희 임직원은 ‘공항이라는 중요하고 특수한 분야의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공항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죠. 어떠한 실수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무사안일이 없어요.”

    ▼ 지난 2001년 우리나라는 미국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등급 2등급 판정을 받았죠. 항공안전 후진국 오명을 쓰게 돼 난리가 났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공항의 안전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항공안전평가 결과는 전세계 항공당국은 물론 항공교통 이용객들에게도 해당국가의 항공안전지표로 인식되고 있어 중요합니다. 우리는 전국 14개 공항이 국제적 기준에 맞도록 항행안전장비를 확충했고 운영규정을 효율적으로 점검해왔어요.”

    ▼ 2등급 판정 문제에서는 완전히 벗어나게 됐나요.

    “그렇죠. 지난해 ICAO로부터 항공안전 세계최고로 평가받은 게 그 증거죠. 100점 만점에 98.9점을 얻었죠. 항공안전에 필요한 시스템을 모두 구축해놓고 있고 실제로 이 시스템을 잘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 그렇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사고가 난다면….

    “저희 직원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신뢰합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슬기롭게 대처할 줄 알아요.”

    하늘 길 여는 ‘열린 조직’

    김포공항은 ‘세계적 명품공항’으로 매일 진화 중

    김포공항

    ▼ 공항은 수많은 여행객이 오가는 곳인데요. 이런 곳이 직장이라면 좀 불편하지 않을까요.

    “생각하기 나름이죠. 저희 직원들은 고객의 안전과 만족을 최우선하는 서비스 정신이 배어 있어요. 많은 사람과 접하는 곳에서 일하면 자연스럽게 개방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됩니다.”

    ▼ 우리나라 공기업의 특징이 외부와 단절하고 특권을 누리는 폐쇄성인데….

    “저희 회사는 다르죠. 공항에는 일반이용객도 많지만 정부 각 기관의 사무실이 있어요. 많은 이가 저희를 지켜보고 있고, 저희도 투명하게 다 개방합니다. 회사 자체적으로 6월16일 ‘청렴의 날’ 행사를 개최해요. 청렴사직서약 결의, 부패행위 처벌기준 강화, 부패영향평가 실시 등 윤리경영을 강력하게 실시하고 있어요. 그 결과 부정부패사건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어요. 2년 연속 ‘대한민국 윤리경영대상’을 수상했죠. 대신 정부나 국회 등 외부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열린 조직입니다.”

    ▼ ‘하늘 길 여는 사람들’이 모인 ‘열린 조직’이 되는군요. 그런데 정부 부처 공직자로 있다 한국공항공사로 직장을 옮긴 이유는 무엇인가요.

    “1980년 발족할 때 지원해서 왔어요. 다른 이유는 없었고 ‘공항이라는 공간’에 매력을 느껴서죠.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동(動)적이고, 시간과의 싸움이 벌어지는 곳이 적성에 맞았죠.”

    ▼ 내부 승진으로 사장이 된 데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까.

    “개인 능력이라기보단 그동안 함께 일해온 많은 선후배와 동료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봐요. ‘30년간 체득한 노하우로 우리나라 공항의 도약을 위해 헌신하라’는 사회의 명령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테크노크라트’다운 교과서 같은 답변. 그런데 ‘도약’이라는 표현에 방점이 찍혀 있는 점은 주목할 만했다. ‘공항=안전=현상유지’ 등식인데 왜 성 사장은 ‘도약’이라는 ‘변화’를 추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공항은 가장 빠르고 멀리 가는 교통시스템이다.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도입된다.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더 안전하고 멋진 공항을 원한다. 변화는 필수다. 그렇다면 세계 공항의 변화를 추종하기보다는 한발 앞서 선진공항으로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더 낫다”고 설명했다.

    ▼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무엇을 해왔나요.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14개 공항을 돌며 30여 차례에 걸쳐 워크숍을 하면서 임직원들과 만났어요. 대한민국 공항의 선진화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 논의만 한 건지 아니면….

    “결론을 내고 행동으로 옮겼어요. 먼저 경영효율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이를 바탕으로 정원을 2001명에서 1914명으로 줄이는 조직 정비, 출자회사 매각, 예산절감 ‘Dawn 10%’ 정책, 대졸 신입사원 초임 20.8% 삭감 조치가 단행됐습니다.”

    ▼ 공기업 최초 임금삭감은 경영효율화의 ‘하이라이트’라는 평을 들었지요.

    “함께 하는 개혁, 소통의 과정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죠.”

    ▼ 6.4% 삭감. 직원들로서는 임금이 그렇게 깎이는 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경제위기로 우리 사회 취약계층, 청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죠. 공기업이 이런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선 자기희생이 필요합니다. 임금 삭감분은 300여 명의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100여 명의 청년인턴 채용에 쓰였습니다. 노조 총회에서 찬성 54.5%로 임금삭감안이 가결됐는데, 결단을 내려준 직원들에게 ‘대단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이미 받은 임금에서 300만~600만원을 회사에 도로 내놓아야 하는 일이어서 더 힘들었을 텐데 직원들이 이해해줬습니다.”

    1달러의 경쟁력

    한국공항공사 자료에 따르면 ‘김포공항의 변신’은 이 회사가 추구하는 대표적인 공항 선진화 사업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유명한 시설물인 김포공항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물어봤다.

    ▼ 김포공항의 국제경쟁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요.

    “김포공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중심지인 서울의 공항입니다. 도심 가까이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 버스 등 다양한 대중교통과 연결되어 접근성이 뛰어나요. 1달러의 교통비로 도심과 연결되는 공항은 전세계에 없습니다. 김포공항은 그게 가능하죠. 이는 굉장히 큰 경쟁력입니다.”

    ▼ 최근 지하철 9호선이 개통돼 김포공항의 서울 시내 접근성이 더욱 향상됐죠.

    “김포공항은 입출국시 동선이 짧고 탑승수속도 무척 빠릅니다. 비즈니스 목적으로 이용하기에 유리한 강점을 갖고 있어요. ‘근거리 비즈니스 중심 국제공항’으로 발전하면 이용객 편의와 국가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 국제선 노선을 신설할 계획은 없습니까.

    “현재 김포공항에는 도쿄 하네다공항, 오사카 간사이공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연결하는 3개 국제노선이 운항 중입니다. 내년 초엔 나고야의 나고야공항과 베이징의 서우두공항을 잇는 노선이 신설될 예정이에요. 베이징 노선이 구축되면 한·중·일 3국 수도 간 셔틀노선이 구축되는 거죠. 서울, 도쿄, 오사카, 나고야, 베이징, 상하이 등 3국의 대표 도시들이 명실상부 일일생활권이 되어 경제, 문화, 관광교류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포공항은 국제선 재개통 후 이용객이 늘어 2007년 한 해 동안엔 628만여 명이 찾았다. 서울 김포-상하이 훙차오 노선의 경우 탑승객의 70% 정도는 비즈니스맨으로 채워지고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김포-베이징 서우두 노선이 개통될 경우 이 노선을 이용하는 수요는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토해양부는 기업인을 위한 19인승 이하 자가용 비행기 등의 운항도 실시할 계획이다.

    일본 하토야마 정부는 나리타국제공항 대신 도쿄 시내에서 가까운 하네다공항의 국제노선을 집중 육성할 움직임이다. 이는 비슷한 성격의 수도 인접공항인 김포공항에도 자극이 되고 있다. 김포공항과 하네다공항은 2006년부터 직원 한 명씩을 상대 공항에 파견근무토록 하여 변화된 경영기법과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김포공항은 ‘세계적 명품공항’으로 매일 진화 중

    김포공항 스카이파크 조감도.

    공원, 골프장, 쇼핑몰, 호텔…

    지난 7월 한국공항공사는 인기그룹 ‘SS501’을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한류스타 SS501은 동북아 경제중심공항으로 발돋움하려는 김포공항의 이미지를 잘 나타내 줄 것”이라고 했다. 여행업계에선 “2000km 이내 거리만 취항하도록 하는 국제선 전세편 운영규정을 삭제해 김포공항을 활성화해야 한다. 홍콩 등 4시간 비행거리 이내 동아시아 비즈니스 도시들은 김포공항에서 갈 수 있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의 동북아 허브공항 기능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제선 노선이 증설되면 김포공항을 찾는 내외국인도 늘게 된다. 성 사장은 김포공항 청사 안팎에 볼거리, 일할 거리, 즐길 거리를 늘려 김포공항 자체를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IT, 녹색 친환경, 문화 엔터테인먼트 특성이 들어가는 비즈포트, 그린포트, 복합문화공간 청사진이다.

    ▼ 김포공항의 청사진을 구성하는 콘텐츠는 무엇입니까.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앞 19만4874㎡는 현재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데 이를 ‘스카이 파크’로 바꿀 예정이에요. 70%는 테마파크 등 녹지로 조성하고 호텔, 전시관람 시설도 들어옵니다. 지하철 5호선, 9호선, 공항철도가 들어오는 곳에는 복합 쇼핑-문화 공간인 통합역사를 만들 계획이고요. 활주로 건너편 115만7000m2(35만평)는 27홀 규모의 대중골프장으로 바꾸고 축구장, 게이트볼장, 자전거도로도 신설합니다. 주차장은 지하로 옮겨 5000면 정도 조성할까 해요.”

    ▼ 공항에 이런 시설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카이파크와 통합역사, 호텔, 컨벤션, 골프장은 김포공항의 기존 상업시설과 연계되어 공항 이용객과 시민에게 문화와 오락을 제공할 거예요. ‘비행기만 타는 공항’에서 ‘보고 즐기고 일하는 공항’으로 바뀌는 거죠.”

    ▼ 이착륙 때 활주로 주변으로 골프장이 보이겠네요.

    “골프장은 항공기 소음 완충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관을 개선하는 효과를 낼 겁니다. 골프장 예정지는 현재 상시 침수구역이고 쓰레기 투기로 오염돼 있어요. 아울러 2015년까지 김포공항 등 전국 공항의 전력 사용량을 30% 정도 절감하는 그린 에어포트 조성계획도 세워두고 있어요.”

    ▼ 액션플랜이 있나요.

    “2300여억원이 투자될 예정이죠. 전국 공항에 태양광 발전, 지열냉난방 시스템을 갖출 거예요. 항공기 이착륙을 돕는 활주로 항공등화도 저탄소LED로 개발할까 해요. 풍부한 녹지를 갖추고 있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저탄소 녹색공항’이 저희가 추구하는 비전입니다.”

    바로 탑승하는 U-공항

    김포공항은 ‘세계적 명품공항’으로 매일 진화 중

    한국공항공사 명예홍보대사 SS501.

    ▼ 공항 이용객 편의를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2008년부터 국내선 사용료를 선제적으로 10% 인하했어요. 집에서 휴대전화로 항공권을 예약하고 탑승권 무인발권기와 공용체크인시스템을 통해 바로 비행기에 탑승하는 ‘유비쿼터스 공항’을 2011년까지 구축할 계획입니다. 자신의 화물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휴대폰에 전해집니다.”

    ▼ 유비쿼터스 공항이 주는 가장 큰 편익은 무엇이죠.

    “보안검색이 간소화되는 등 전체적으로 공항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겁니다.”

    성 사장은 “김포공항은 첨단 IT, 녹색 친환경, 문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프렌들리, 도심 접근성, 최고의 안전성, 빠른 수속이 어우러진 세계적 명품공항으로 매일 진화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공항도 같은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김포, 김해공항과 함께 제주공항은 국내 공항(인천국제공항 제외) 중 이용률이 가장 높은 3대 공항에 속한다. 그러나 제주공항은 청사가 비좁고 낡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제주공항의 확장이나 제주 신공항 건설과 관련한 계획이 있나요.

    “2011년 완공을 목표로 국제선터미널 신축, 국내선터미널 확장, 활주로 연장, 계류장 확장에 2740억원을 투입하고 있어요. 현재 공정률은 69% 정도입니다. 이용객은 현 1127만명에서 2411만명으로 2배 정도 늘게 됩니다. 국제터미널은 2만6027㎡ 규모로 최첨단 내부시설을 갖춰, 세계 어느 공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만들고 있어요.”

    ▼ 신공항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떤 생각인가요.

    “현재 진행 중인 확장공사가 완료돼도 제주공항은 2025년쯤 활주로 포화시기에 도달할 것으로 보여요. 24시간 운영이 가능하고 소음문제에 자유로운 신공항이 필요한 시기가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조사로는 현 제주공항을 확장해 사용하면서 2015년쯤 10년 공기(工期)의 신공항 건설을 검토해도 늦지 않습니다.”

    “원천기술 없는 서러움 날려”

    한국공항공사는 비행기의 안전운항을 유도하는 항행안전시설인 △도플러초단파전방향표지시설(DVOR) △거리측정장치(DME) △계기착륙장치(ILS) △지상점검장비(FTS)를 잇따라 독자 개발했다. 이들 장비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DVOR : 항공기가 기상조건의 영향 없이 운항할 수 있도록 방위각 정보를 제공하는 장비.

    DME : 정확한 거리정보를 측정하여 항공기에 제공하는 장비.

    ILS : 활주로 중심선 및 착륙각도를 제공하여 항공기의 정밀착륙을 유도하는 장비.

    FTS : 항공기에 제공하는 정보가 정확한지를 지상에서 점검하는 장비.

    이들 장비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융합 없이는 상용화가 어려워 그간 해외수입에 의존해왔다. 신종균 한국공항공사 홍보실장은 “원천기술을 갖지 못해 그간 터무니없는 부품가격에 시달려왔다”고 말했다. 국제 항공업계에선 한국공항공사가 세계 3대 첨단 공항기술 메이저 기업으로 일어설 수 있는 전환점으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항행안전시설장비 세계시장은 1조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지난 3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항행분야 최대 행사인 ‘ATC-글로벌 2009’에서 한국공항공사가 개발한 장비들은 호평을 받았다. 현재 이들 장비는 국내 공항에 26대가 판매되어 107억원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뒀고 터키, 이란, 태국, 부탄, 인도네시아, 폴란드, 콜롬비아, 말라위, 모리셔스 등 해외에 32대가 수출됐다.

    ‘탑승객 없는 적자 지방공항’ 문제는 국내외 언론에 가끔 오르내리고 있다. 올 정기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14개 공항(인천국제공항 제외) 중 11개 공항이 지난해 4억~1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양양공항의 경우 수입은 3억7800만원, 적자는 101억4000만원이었다.

    그러나 14개 공항의 수익과 손실을 모두 합할 경우 한국공항공사는 지난해 957억3300만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만 고려해 지방공항을 폐쇄할 경우 해당 지역의 성장판도 닫혀버릴 수 있다. 성 사장은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지역 발전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했다.

    “해외 스키관광객 몰린다면”

    ▼ 지방공항 적자 문제의 본질을 어떻게 보나요.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11개 지방공항은 근본적으로 항공수요가 부족합니다. 또한 KTX 등 대체 육상교통이 발달해 수요는 더 줄고 있어요. 수익이 감소하는 지방공항에 대한 강도 높은 비용절감대책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운영인력 감축, 청사시설 제한, 장비 통합 등 경영개선 노력을 벌이고 있어요.”

    ▼ 11개 공항의 적자폭이 줄어들 것 같습니까.

    “지난해 512억원이던 적자를 올해엔 469억원으로 43억원 줄인다는 목표입니다. 광주공항과의 통합을 전제로 무안공항이 개항됐지만 여전히 광주공항과 무안공항이 각각 운영되고 있어요. 두 공항이 통합되면 38억원이 절감되는데 쉽지 않네요. 광주-무안공항 간 고속도로가 개통돼 30분 정도 걸리는데 광주시는 U-대회 유치 등 정치적인 논리를 내놓고 있어 빠른 해결에 어려움이 있어요. 지자체와 계속 협의해나갈 생각입니다.”

    교통개발연구원은 2004년 “무안공항이 문을 연다면 광주공항을 폐쇄해야 한다”는 종합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정황이라면 해당 지자체는 두 공항의 동반몰락에 책임이 없는 것일까. 지자체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얻어낼 것은 얻는 전략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 고작 18인승 정기편이 운항 중인 양양공항의 경우는 어떤가요? 사정이 이러한데도 공항을 폐쇄하지 않는 건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 대한 배려 차원인가요.

    “항공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건 지역 발전에 필요한 일입니다. 적자 난다고 공항 문 닫으면 해당 지역은 더 낙후되죠. 양양공항은 기회가 있다고 봐요. 겨울철 스키를 즐기려는 해외관광객이 강원도로 몰리면 양양공항은 활성화됩니다. 남북관계 진전 시 북한으로의 저비용 관광 상품 개발로 양양공항도 활기를 찾을 수 있어요.”

    ▼ 비용 절감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항공수요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겠군요.

    “예를 들어 저비용 항공서비스가 정착될 경우 김포-김해노선의 항공요금은 주중 서울-부산 KTX 특실요금의 85% 선이 됩니다. 소요시간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요.”

    ▼ 적절한 규모의 국제공항 구축은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그런 차원에서 서울-수도권에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영남에는 동남권신공항, 호남에는 무안공항이 일종의 ‘광역 거점 국제공항’의 기능을 하면 해당지역의 글로벌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지금의 소규모 지방공항 난립으로 인한 손실도 막으면서 말이죠.

    “그런 방향까지 포함해 동남권신공항이나 무안공항의 장래에 대해 면밀히 분석할 계획입니다. 일단 국토해양부의 동남권신공항건설 타당성조사 용역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한국공항공사 측에 따르면 지방공항의 문제는 한국공항공사에만 국한되는 사안이 아니다. 다음은 한국공항공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행기는 좌석 이용률이 65.5% 이하로 떨어지면 운항하지 않는다. 이용객이 줄면 지자체는 야간 운항통제시간의 완화도 검토해야 한다. 실제로 김해, 제주, 대구, 청주공항에선 우리 측 요구로 야간운항을 늘렸다. 국제선 노선 확충과 항공수요창출을 위한 마케팅, 지역 관광 상품과의 연계, 공항과 육상 대중교통의 연결, 공항 주차비 지원에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항공 여행객이나 항공사에 대한 재정지원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공항과 도시의 공생

    “해외 스키관광객이 강원도로 몰리면 양양공항에도 기회가 있다”는 성 사장의 설명은 “적자 공항은 폐쇄하자”는 단순해법 차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는 ‘공항과 도시의 공생’에서 공항 문제의 돌파구를 찾는 경향이다. 이런 근간 위에서 김포공항의 재도약, 동아시아 비즈니스중심공항 육성, 유비쿼터스 구현, 그린 에어포트 조성, 제주공항 확장, 독자적 항공안전시설 개발, 임금삭감과 사회봉사 등 개혁 작업이 진행되어온 것으로 평가된다. 성 사장의 개혁이 성공한다면 그것은 미래공항으로 나아가는 개혁이면서 동시에 우리나라 도시들의 글로벌화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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