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세계를 이끄는‘의생명과학 허브’ 꿈꾸다

약학대학 신설 추진하는 가톨릭대학교

  • 김성주│자유기고가 karta@naver.com │

    입력2009-12-08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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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톨릭대는 의·과학과 첨단종합병원이 융·복합되는 ‘메디 클러스터(Medi-Cluster)’ 모델을 추진한다.
    • 박영식 총장은 가톨릭대 성심교정을 신약 개발과 임상약학을 주도하는 의생명과학의 허브로 키워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계를 이끄는‘의생명과학 허브’ 꿈꾸다

    경기 부천시 가톨릭대 성심교정 전경

    올해 가장 큰 화두는 전세계를 휩쓴 신종 플루일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신약개발과 임상약학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21세기는 생명공학의 시대라는 말이 실감난다. 그 때문에 약학대학 신설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의생명과학 허브로 성장하겠다는 가톨릭대의 미래비전에 많은 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톨릭대의 역사는 18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톨릭대는 충북 제천의 성요셉신학교에서 사제양성 교육을 시작한 게 그 효시다. 최초의 서구식 교육기관이었던 셈. 올해로 개교 154주년을 맞은 가톨릭대는 1995년, 성심여대와의 발전적 통합을 통해 신학과가 있는 서울 혜화동의 성신교정, 인문·사회·자연·이공·예능계열이 있는 경기 부천시 성심교정, 의과대학(2009년부터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과 간호대가 있는 서울 반포동 성의교정 등 멀티 캠퍼스 체제를 구축했다. 이 중 주목해야 할 곳이 국제캠퍼스로의 변화 및 약학대학 설립을 추진하는 성심교정이다.

    인바운드 국제화

    국제화는 시대적 조류다. 국제적 대학으로 발전하느냐, 도태되느냐는 그 대학의 미래와 직결된다. 올해 1월 박영식 신부가 제5대 총장으로 취임한 후 가톨릭대학은 “아시아 국제화의 허브를 향해 가톨릭대학교가 뛰고 있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현재 가톨릭대가 추진하는 국제화 전략은 ‘인바운드(inbound) 국제화’다. 외국의 교수와 학생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다문화 환경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가톨릭대는 성심교정을 국제캠퍼스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인 교수와 외국학생 300여 명을 유치하는 한편, 신입생은 일정 기간 영어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필리핀 수교 60주년을 맞아 필리핀 현지에서 직접 인터뷰를 거쳐 우수한 성적의 필리핀 대학원생들을 장학생으로 받아들이는 등 대학원생 중심으로 영어권 우수 학생을 유치하려는 노력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 같은 노력은 대학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부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학생들이 연구 주제와 탐방 국가를 선정해 해외탐방계획서를 제출하면 10~15팀을 선발해 탐방비를 지원하고 우수팀에게는 별도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해외문화탐방’, 교환협정을 맺은 외국학교에 1년 동안 파견해 언어 습득과 다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교환학생제’, 여름방학 중 어학연수와 정규 가을학기 수업을 외국대학에서 받을 수 있는 ‘해외현장학습’, 전공 및 관련 분야의 해외 현장실무 경험 습득을 위한 ‘해외인턴십’ 등을 비롯한 다양한 국제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국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영어로만 의사소통하는 곳이자, 외국인 교수들이 돌아가며 카페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영어카페 O.B.F(Of the Students, By the Students, For the Students)’를 교내에 설치해 실제로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 9월 준공식을 마친 ‘인터내셔널 허브(International Hub)’를 국제화의 전진기지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지하 2층, 지상 16층 규모의 인터내셔널 허브는 1200명을 수용하는 영어기숙사인 ‘김수환 추기경 국제관’과 대규모 국제학술회의나 컨퍼런스를 개최할 수 있는 ‘성심컨벤션센터’로 구성돼 있다. ‘김수환 추기경 국제관’은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이름이 붙은 최초의 건물인데, 이곳에서는 영어회화 기초가 없는 학생들도 의사소통을 위한 기본적인 표현부터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도록 자체개발한 집중영어 기숙 프로그램(GEO·Global English Outreach)을 운영한다.

    물론 국제화를 이끌어나갈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수 학생을 확보하고자 ‘신입생 1% 장학생 제도’를 신설했다. 이 제도의 수혜자로 선발된 학생은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고 매년 면학장학금 1000만원을 지급받는 한편 영어기숙사 무료제공, 복수학위 프로그램 기회 부여,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특별지도, 해외명문대학(아이비리그 수준) 대학원 진학시 3년간 매년 3만달러 지원 등 다양한 특전을 누릴 수 있다.

    약학대학 신설 추진

    약학대학 설립은 국제화와 함께 가톨릭대의 미래비전을 엿볼 수 있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사실 한국의 약학대학은 1982년 강원대 약학대학을 끝으로 28년간 단 한 번의 증원 없이 입학정원이 1210명으로 동결돼 있었다. 약학대학 정원 증원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보건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한 전문약사 인력과 미래 고부가가치 전략사업인 제약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산업약사 및 연구약사 육성이 요구됨에 따라 보건복지가족부는 6월 약학대학 정원 증원을 결정했으며, 교육과학기술부는 10월 ‘2011학년도 약학대학 정원배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세계를 이끄는‘의생명과학 허브’ 꿈꾸다

    박영식 가톨릭대 총장은 “반드시 약학대학을 신설해 의대와 약대가 협력하는 구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교과부 계획의 주요 골자는 인천, 경남, 대구, 전남, 충남 등 5개 시도에 각각 정원 50명씩과 경기 100명 등 총 390명의 정원을 신규 배정하는 것이다. 교과부는 12월10일까지 약학대학 신설 신청서를 접수, 심사를 벌여 내년 1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가톨릭대는 7월 박 총장이 직접 단장을 맡은 약학대학 설립 추진단을 발족,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실무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또한 9월28일 약학대학 설립 추진을 공식 발표했으며 10월7일엔 부천지역 지자체 관계자, 국회의원, 시민단체 대표 등이 모여 ‘가톨릭대 약학대학 유치 지원협의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학교 측의 노력만이 아니라 부천지역 경제인들도 가톨릭대 약학대학 유치 지원 서명 명단을 작성하는 등 성원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합하는 제약산업 고도화를 실현할 산업인력을 배출하고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약사인력의 양성을 담당할 6년제 약학대학 신설에 필요한 최고수준의 교육·연구 인프라를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가톨릭대는 유치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가톨릭대의 가장 큰 강점은 국내 최대의 병원 네트워크와 임상약학 분야별 교수급 전문 인력을 보유했다는 사실입니다.”

    박 총장의 말대로 가톨릭대는 부천성모병원·의정부성모병원·성빈센트병원 등 6년제 약학교육을 충실히 수행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성모병원 등 부속병원을 포함해 중앙의료원 산하에 8개의 병원을 갖고 있다. 또한 연구약사 양성에 필요한 국내 최상위급 임상시험연구센터를 보유했으며, 독립적인 임상시험약국도 운영 중이다. 게다가 6년제 약학교육의 필수요건으로서 실무분야별 전문약사 양성제도가 있는데 가톨릭대 부속병원에서는 이 제도를 12년 전부터 착실히 운영해왔다.

    “경기도에서 가톨릭대만큼 교육, 훈련 역량을 보유한 대학은 없습니다. 이미 보건대학원, 의료경영대학원, 생명대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무행정, 제약경영, 임상시험연구 전문가 육성에서도 어떤 대학보다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적 물적 인프라는 어느 대학도 쉽게 갖출 수 없습니다.”(박 총장)

    인적, 물적 인프라만 갖춘 게 아니다. 내로라하는 약학교육 경험도 가톨릭대의 꿈을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대학 측에 따르면 가톨릭대 부속병원 약제부의 임상약학 교육 및 훈련체계는 국내 빅4를 형성하고 있고, 지난 13년간 미국식 임상약학 레지던트 제도를 운영해 60여 명에 달하는 현장실습 교원급 약사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강사진으로 일할 수 있는 약사진은 경기권 최대 규모다.

    덧붙여 산학협력 경험도 풍부하다. 가톨릭대는 2007년부터 생체의약선도분자연구센터 경기지역협력연구센터(GRRC)를 운영해오면서 관련 역량을 풍부하게 축적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관련 산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유전체 기반 생체의약 선도분자 개발, 생체의약 전달 선도분자 개발 등의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다수의 특허출원과 SCI급 국제학술지 및 국내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임상시험 부분에서도 가톨릭대는 국내 5위권 연구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신약개발 연구에선 정상급의 산학협동 연구단을 운영 중이며, 특히 나노기술을 응용한 개량신약, 약물전달체, 의생명공학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의과학 분야 SCI 논문 편수 또한 2008년 기준 327편으로 경기도 내 타 대학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밖에도 포스텍의 생명공학 연구력과 가톨릭대의 임상노하우를 결합해 2005년 만든 포스텍-가톨릭대 의생명공학연구원이 설치돼 활발히 운영 중이며, 항노화 물질을 개발하는 항노화연구소도 운용하고 있다.

    게다가 약학대학 교사로 사용할 건물도 이미 확보해두었다. 5층 규모의 성심관을 약학대학 단독 건물로 사용할 계획이다. 원래 성심관은 기숙사로 사용하던 건물로, 영어기숙사인 ‘김수환 추기경 국제관’이 신설되면서 현재는 비어 있는 상태다. 따라서 약학대학 신설허가가 나면 1년 이내에 충분한 연구실과 강의실 및 학생 편의시설의 확보가 가능하다.

    메디 클러스터(Medi-Cluster)

    가톨릭대 기획처장이면서 약학대학 신설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팀장을 맡고 있는 김기찬 처장은 “IT시대에 컴퓨터 공학부가 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면 BT시대에는 의학부와 약학부가 사회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며 “BT를 통해서 메디 벤처라든지 메디 클러스터(Medi-Cluster)가 새로운 국가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의대나 약대를 졸업한 인재가 대부분 개인 병원, 개인 약국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가 됩니다. 자신이 배운 학문을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만 쓰는 셈이죠. 정말 아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가톨릭대는 약학대학을 신설해 의생명과학의 두 균형 축인 임상과 신약개발 양쪽을 만족시키는 교육을 제공하는 동시에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회에 헌신할 줄 아는 인재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박 총장도 “약학도 융합, 복합 연구가 필요하다. 그동안 국내 신약시장을 보면 연구가 약학·생명공학·화학·공학과 등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예가 많았고, 인프라와 인력 부족으로 연구 실적이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신약이 제품화, 산업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가톨릭대는 의·과학과 최첨단 종합병원이 융·복합되는 ‘메디 클러스터(Medi-Cluster)’ 모델을 추진한다. 바이오 중심 혹은 공학 중심의 모델보다 메디컬을 중심으로 하는 메디 클러스터가 세계적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의생명과학 산업모델로 입증되고 있다. 또한 융·복합화는 자원 및 시간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을 이루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박 총장은 “반드시 약학대학을 신설해 의대와 약대가 협력하는 구도를 만들겠다. 신약개발과 임상약학을 주도하는 의생명과학의 허브로 키워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약학대학 신설은 가톨릭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발전과도 맞닿아 있는 사안이다.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는 지역이 부천인 만큼 가톨릭대에 약학대학이 설립되면 부천은 의생명과학산업의 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가톨릭대는 지역 주민들의 열정적인 지원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적 수준의 약학대학을 만들어나갈 꿈을 키워가고 있다. ‘미래 제약 생태계를 이끌어갈 약학대학 설립’을 중심으로 한 가톨릭대의 미래비전이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할지 자못 궁금하다.



    교육&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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