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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에코도시 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중세의 거리 누비는 ‘온실가스 제로’대중교통의 마법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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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km, 13만명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빌려 타고 유럽의회를 향해 나선 길은 상쾌하다. 트램에 자전거를 싣고 오란제리 공원으로 가서 시내로 되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좋다는 추천의 말은 과연 사실이었다. 가을 바람결 사이로 멀리 유럽의회의 멋들어진 남색 유리 의사당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이어지는 강변의 자전거도로는 고색창연한 도시의 가을풍경을 마음껏 선보인다. 물 위를 떠가는 유람선, 이어지는 성당의 첨탑들, 강가에 늘어선 카페의 노천좌석에서 볕을 즐기는 노부부까지.

어느새 다시 번화가로 접어들었나 싶은 자전거도로의 끝에 거대한 거품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베를린, 서쪽으로는 파리를 향하는 TGV가 멈춰 서는 스트라스부르 기차역이다. 1883년 완공된 건물을 창조적으로 재활용한 건축미학. 역사 앞 옛 광장 부분을 덮어씌운 유리와 철골의 타원형 돔이 마치 거대한 거품처럼 보이는 것이다.

왕복 차선의 가운데 만들어진 시내 자전거도로의 끝은 바로 이 건물의 지하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나선형 경사로를 타고 내려가면 만나는 곳은 트램 정거장과 대형 환승 주차장, 그리고 한꺼번에 500대의 자전거를 세울 수 있다는 자전거 보관소다.

바로 옆 자전거 대여소의 점원 줄리 도이치만씨는 “시 외곽에서 트램이나 기차를 타고 출근하는 이들이 시내에서 이용하는 자전거로, 오늘 같은 주말에는 가득 차 있지만 평일 낮에는 거의 텅 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보았던 트램 종점의 자전거 보관소에는 자전거가 거의 없었던 게 기억난다. 아마 금요일 저녁 트램에서 내린 이들이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갔으리라.



트램 건설이 결정되던 1989년 당시 스트라스부르 시민들의 자가용 의존도는 72.5%에 달했고, 대중교통 이용률은 11%에 불과했다. 이를 개선하는 것이 트램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만큼, 건설되는 노선의 종점이나 주요 역에는 환승 주차장과 자전거 보관소가 함께 지어졌다. 외곽에 거주하며 시내로 출근하는 시민들을 위한 장치였다. 덕분에 1호선이 완성된 뒤 그랑딜르 지역에 진입하는 자가용의 수는 28% 이상 줄었다는 게 시 당국의 통계다.

트램을 타고 도시를 살펴보는 동안 쉽게 찾을 수 있었던 자전거 보관소는 모두 50여 개에 달한다. 지하화한 곳도 있고, 건물 형태로 만들어진 곳도 있으며, 좁은 공간에 많이 보관할 수 있도록 세워놓는 형태도 있다. 시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건설된 자전거도로는 총 500km. 규칙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만 13만명에 달한다는 숫자는 단연 프랑스 최고다.

국경을 넘어선 환경 협력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스트라스부르 기차역의 유리돔 내부.

공격적인 친환경 교통정책으로 명성을 떨친 이후, 스트라스부르는 환경정책의 범위를 더욱 다양화했다. 시에서 관리하는 잔디밭과 숲, 가로수에 살충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대신 벌레 등 천적을 이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내 중심가를 벗어나면 어디나 트램 레일 위를 덮고 있는 잔디도 마찬가지. 그 때문에 자로 잰 듯 깔끔하게 관리되진 않지만, “스트라스부르 시민들은 적당한 자연스러움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다고 믿는다”고 프티프레즈씨는 말했다.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의 주요 건물을 친환경적으로 바꿔나가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2025년까지 주요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떨어뜨린다는 목표로, 이미 모든 다중이용시설을 에너지 저소비 건물로 단장했다. 각급 학교의 에너지 소비에 관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 에너지 절약 캠페인, 대중교통과 관용차를 천연가스 자동차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외곽에 위치한 옛 공장지대들도 친환경적으로 리모델링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네 군데에서 진행하고 있다. 도시의 주요산업이 제조업에서 의학과 연구개발, 금융업 등 3차 산업으로 빠르게 이동함에 따라 골칫거리로 전락한 낡은 공장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비즈니스·주거·레저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시도다. 재활용 건축자재를 주로 사용하고 대안적 에너지 생산설비를 구축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기본 콘셉트. 자동차 출입이 아예 금지되어 대중교통으로만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이 프로젝트는 내년부터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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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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