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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폭스 뉴스의 전쟁

“폭스는 공화당 선전방송” VS “우리는 백악관 공격본능의 타깃”

  • 하태원│동아일보 워싱턴특파원 triplets@donga.com│

오바마와 폭스 뉴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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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집(White House)과 여우(폭스뉴스)의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1789년 조지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219년 만인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가 헌정사상 첫 흑인대통령으로 등극하면서
  • 10년 보수정권의 ‘지킴이’ 역할을 자임했던 폭스뉴스와 갈등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사생결단식의 전면전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둘은 왜 이렇게 죽도록 싸우는 것일까.
오바마와 폭스 뉴스의 전쟁

반오바마 전선의 선봉장이 된 폭스뉴스 진행자 글렌 벡. ‘타임’커버스토리에 등장했다.

집권 초기 밀월(蜜月)기간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일종의 선동정치라는 식의 잽을 간간이 날리기는 했지만 새로운 권력창출에 성공한 오바마 행정부는 비교적 너그럽게 반응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규모 경기부양책 수립, 적자예산 편성, 보건의료 개혁, 동성애자 군복무환경 개선, 기후변화협약 비준 등 과거의 질서를 송두리째 흔들 기세로 개혁과업을 추진하면서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전면전을 선언한 것.

백악관도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아예 폭스뉴스를 책임 있는 언론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은 폭스뉴스 출연을 기피하고 있다. 도대체 백악관과 폭스뉴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0월18일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폭스뉴스에 대해 “진정한 방송이나 뉴스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액설로드 선임고문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수석전략가로 활동한 오바마 대통령의 브레인이자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인물. 시카고 트리뷴 기자로 잔뼈가 굵은 언론인 출신이기도 한 그는 오바마보다 오바마의 마음을 더 잘 아는 사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백악관, “폭스는 언론기관 아니다”

액설로드 고문은 ABC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인 ‘디스 위크’에 나와 최근 가열되고 있는 백악관과 폭스뉴스의 공방전에 대한 질문에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폭스뉴스는 진정한 뉴스가 아니고 하나의 관점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을 전하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망각한 채 자신들이 추구하는 보수주의 이념을 시청자에게 세뇌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것.



그는 폭스뉴스를 거느리고 있는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액설로드 고문은 “머독 회장은 돈을 버는 데 재능이 있다. 나는 그들의 프로그램이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도 했다.

사상 최강의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은 한발 더 나갔다. 절반 이상은 농담이지만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가진 비서실장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 이매뉴얼 실장은 CNN방송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프로그램에 출연, “폭스뉴스는 뉴스 기관이 아닐 뿐만 아니라 관점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극도의 반감을 드러냈다. 이매뉴얼 실장은 이어 “더 중요한 것은 CNN 같은 다른 언론사가 그들을 언론사로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도 그들을 그렇게 대우하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백악관 블로그는 ‘폭스의 거짓말’이라는 코너를 만들기도 했다.

6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 TV 방송(폭스뉴스)은 정부를 공격하는 데 전념한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터뜨렸고 10월11일 애니타 던 백악관 공보국장이 “폭스뉴스는 공화당의 날개이자 홍보 매체”라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러자 폭스뉴스의 마이클 클레멘트 부회장은 공식성명을 내고 “백악관이 국정 운영은 안 하고, 아직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교롭게도 던 공보국장은 11월10일 사의를 표명했다. 백악관은 “폭스뉴스와의 갈등 탓이라고 보는 것은 억측”이라며 “가족문제가 있어 당초 임명 때부터 6개월 정도만 근무하기로 예정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심지어 폭스뉴스의 사회자인 크리스 월레스씨는 방송 도중 1987년에 개봉된 영화 ‘언터처블(Untouchables)’의 일부 장면을 보여주면서 “백악관이 1920년대 시카고 지역의 경찰이 칼을 꺼내면 총을 들고, 상대 중의 일부에 중상을 입히는가 하면 일부는 죽게 만드는 시카고 방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토크쇼 진행자인 글렌 벡은 7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오바마는 백인과 백인 문화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증오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그는 인종차별주의자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맥락은 하버드대의 흑인교수 헨리 루이스 게이츠가 자기 집 현관을 강제로 열려다 경찰에 체포된 사건과 관련한 것.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전역에 생중계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어리석게 행동했다”고 말했고 벡은 즉각 ‘오바마=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낙인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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