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화박물관에 전시된 영화배우 고 김승호 특별전 포스터 앞에 선 액션배우 김희라. 그는 김승호의 외아들이다.
“문희는 내가 제일 좋아했던 여배우야. 연기가 좋았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제일 궁금해. 왼손잡이 만든 감독이 김효천 감독이거든? 김 감독이 날 아주 좋아했어. 내가 김 감독한테 차도 사주고 차에 냉장고도 달아주고 그랬어. 당시엔 최고였지. 이런 건 적는 거 아니야. 그냥 알아만 들어. 사실 김 감독이 대구의 돈 있는 건달 출신이야. 그때 종로에서 힘을 좀 쓰고 살았거든. 내가, 그래서 더 가까웠어. 그때 깡패는 남 때리고 돈 빼앗고 그러는 게 아니야. 둘이서 맞짱 뜨고 그런 재미지.”
김희라씨는 인터뷰 도중 여러 번 “이런 건 적는 게 아니야. 그냥 알아만 들어”라는 말을 했다. 특히 재밌고 흥미로운 얘기를 할 때, 앞으로 나올 얘기지만, 바람 피웠던 얘기, 정치인들 얘기, 영화계 뒷얘기를 들려주면서 꼭 그랬다. 인터뷰 때는 “알았다”고 했지만 기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정말 재미있어서.
▼ 건달생활도 하셨어요? 처음 듣는 얘긴데요.
“내가 지나가면 다 꼬리 내리고 그랬어. 특히 종삼 옐로하우스. 내가 나타나면 꼼짝 못하지. 내가 오래전부터 종로를 훑고 다녔어. 지금도 살아 있는 선배가 있어. 영화계는 다 죽었는데 건달들은 많이 살아 있어. 그냥 알기만 알라고. 그러니까 내가 깡패영화를 많이 했지. 난 주로 넝마주이들 하고 어울렸어. 내가 그 사람 직계 똘마니야. 김춘삼, 거지왕 있잖아. 내가 그 사람 밑에서 사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65년인가 처음 만났어. 김춘삼씨를. 가출해서 거지 생활하면 아버지가 날 잡으러 다니고 그랬어. 아는 사람들이 하도 우리 아버지 얘기하면서 나한테 ‘힘쓰고 돈 있는 새끼’ 어쩌고 하길래 ‘야 이, 개새끼들아’ 그러면서 집에서 나왔어.”
▼ 당시 종로에는 유명한 건달이 많았는데요.
“그랬지. 종로 오야붕(우두머리)이 국회의원 하던 김두한씬데, 그 사람은 우리 아버지 친구야. 애들 때부터. 이런 일도 있었어. 4·19가 났는데, 우리 아버지가 이승만 박사 부정선거 하는데 연설을 했다고 데모대가 우리 집에 쳐들어온다는 거야. 그러니까 김두한씨가 우리 집에 왔어. 문간방에서 우리 아버지를 지켜줬어. 날 무릎에 앉혀놓고 ‘넌 내 기를 받아서 대단해질 거야’ 그랬어. 그래서 내가 펄펄 뛰고 다녔나봐. 아버지 얘기로는 김두한씨가 그랬대. 소싯적에. ‘넌 잘생겼으니까 배우 해라’. 그래서 배우가 되신 거래. 김두한씨가 해방 전에 연극하던 무슨 극단의 단장한테 가서 ‘저 사람 써’ 그래서 연극배우 시켜줬다고 그러더라고. 아버지는 건달은 아니지만 힘이 장사였어.”
▼ 김춘삼씨는 어떻게 만나셨어요.
“내가 가출해서 거지생활 하다가 그냥 만났어. 거지도 계급이 있거든. ‘걸’ 알아? ‘걸’, 음식, 걸 달아 오는 놈, 종이 주워 오는 놈. 빨래 주워 오는 놈. 다 역할이 있어. 난 처음에 걸 달아오는 놈으로 시작했어. 그때부터 종로에서는 ‘저 양아치 새끼는 무서워’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 내가. 거지 노릇하고 다니다가 그냥 어떻게 만났어. 그리고 내가 운동을 많이 했지. 공인으로 지금 23단인데….”
▼ 23단이요?
“응.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공인이 지금 60단도 넘어.”
무슨 소린가 싶었다. 그때 부인인 김은정씨가 말했다. “그냥 하는 소리예요”라고. “이것저것 운동을 많이 하긴 했어요”라고. 기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