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호

스마트TV의 모든 것

방송·인터넷 연결하는 ‘무한 콘텐츠 광장’ 상호작용 통해 똑똑한 사용자경험 선사

  •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 http://peopleware.kr, @bobbyryu(트위터)│

    입력2010-09-30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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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전화 시장을 휩쓴 스마트 열풍이 이제 TV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 구글이 5월 구글TV를 선보인 데 이어, 애플, 삼성전자, 소니 등이 저마다 색다른 개성을 지닌 신제품을 선보이며 스마트TV 시장의 주도권을 다투는 중이다. ‘미래의 TV’로 통하는 스마트TV는 어떻게 세상을 바꿀까. 스마트TV 시장의 최종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스마트TV의 모든 것

    9월3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0’의 삼성전자 부스. 행사의 공식 도우미인 IFA 걸이 삼성전자 스마트TV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회의(Google I/O)에서 구글TV가 최초로 공개된 후, 전세계적으로 스마트TV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휴대전화 산업에 큰 충격을 주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듯, 스마트TV 또한 TV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구글TV를 발표할 당시,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을 비롯해 인텔, 소니, 로지텍, 어도비, 베스트바이, 디시네트워크(미국 3위의 페이 TV 회사)의 CEO(최고경영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구글TV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그에 따라 소니의 일체형 TV와 로지텍의 셋톱박스형 제품이 올해 가을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구글TV는 인텔의 칩셋을 사용하며,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와 크롬 웹브라우저(구글이 만든 웹브라우저)를 탑재하고 있다. 어도비의 플래시도 실행할 수 있다. 여기에 디시네트워크가 콘텐츠를 지원하고 베스트바이가 기기의 유통을 담당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글의 행보는 ‘스마트폰에서는 비록 애플보다 한발 늦게 시장에 진출했지만 스마트TV에서는 앞서 가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각 사(社)가 장점을 지닌 분야를 바탕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곧 벌어질 스마트TV 전쟁에 대비해 일종의 연합군으로서 전열을 정비하며, 스마트TV 시장에서 반드시 승리자가 되겠다는 전의를 다지는 것이다. 구글은 이 같은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전세계적으로 스마트TV를 이슈화하는 데 성공했다.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0’에서도 스마트TV 격전이 벌어졌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주요 TV 제조업체들이 스마트TV 관련 제품을 선보이거나 향후 전략을 밝히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방대한 콘텐츠와 상호작용

    그렇다면 요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스마트TV란 무엇인가? 구글과 인텔이 정의한 바에 따르면, 스마트TV는 다음의 두 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

    첫째, 스마트TV는 방대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기존 TV가 공중파, 케이블 등의 제한된 콘텐츠를 제공했던 것과 달리, 스마트TV는 TV 방송뿐만 아니라 최신 고화질(HD) 영화부터 인터넷의 각종 동영상, 이용자 개인이 보유한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콘텐츠를 보여주는 장이다.

    둘째, 스마트TV는 상호작용을 중시한다. 스마트TV용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으며, TV 채널과 웹사이트 간의 손쉬운 전환도 가능하다. 검색 기능도 첨가돼 있다. 단순히 콘텐츠를 감상하는 게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TV를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스마트TV가 가진 주요 기능을 구체적으로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방송 콘텐츠뿐만 아니라 인터넷 및 개인이 보유한 콘텐츠를 동일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통해 검색하고 재생할 수 있다. 또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실행할 수 있다. TV 쇼나 영화를 보는 중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 접속할 수도 있다. 더불어 리모컨 또는 음성 명령을 통해 TV를 제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터넷과 연결해 거의 무한대의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사실 위에 소개한 스마트TV의 기능 대부분은 이미 개인용 컴퓨터(PC) 또는 스마트폰상에서 구현되는 것들이다. 또한 수년 전부터 TV와 PC, 또는 TV와 휴대전화를 연동하려는 시도가 계속 있어왔지만 시장에서는 그리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왜 지금 시점에서 스마트TV가 중요하게 부상한 걸까?

    그것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의 가장 큰 화두는 ‘미디어 융합(media convergence)’이었다. 미디어 환경을 몇 가지 지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에는 1조개의 웹페이지가 있고, 1만500개의 라디오 채널, 5500종의 잡지가 있다.

    둘째, 미국에는 2억4000만개의 TV가 있고, 그중 200만개의 TV는 욕실에 있다. 미국인이 TV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셋째, 미국에서 지난 25년간 종이신문의 발행 부수는 700만부 감소한 반면, 지난 5년간 온라인 신문의 이용자는 3000만명이 증가했다.

    넷째, 미국에서 2009년 기준으로 신문은 18.7%, TV는 10.1%, 라디오는 11.7%, 잡지는 14.8% 광고가 감소했지만, PC 기반의 디지털 광고는 9.2%,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광고는 18.1% 증가했다.

    다섯째, 미국의 ABC, NBC, CBS 3대 방송사가 1948년 이후 방송한 모든 콘텐츠를 합한 개수보다 더 많은 콘텐츠가 단지 2개월 만에 유튜브(YouTube)에 올라왔다.

    여섯째, 2020년이면 모바일 기기가 전 세계에서 제 1의 인터넷 접속기기가 될 것이다.

    스마트TV 대중화의 걸림돌

    15년 전 PC와 인터넷이 대중화하면서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위시한 모바일 기기들로 인해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더욱 빨라지는 상황이다.

    방송, 신문, 잡지 등으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의 주된 수익은 광고다. 그런데 인터넷 이용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감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미디어의 광고 수주 실적은 계속 감소했다. 더불어 콘텐츠 불법복제로 인해 전통 미디어는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TV산업을 부흥시킬 구세주로서 스마트TV가 등장한 것이다.

    ‘TV산업 부흥’이라는 목적은 분명하지만, 스마트TV 시장에서 성공을 꿈꾸는 업체들의 입장은 저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스마트TV에는 구글과 같은 플랫폼 업체, TV 혹은 셋톱박스 제조사, 콘텐츠를 소유한 방송사(공중파, 케이블, 위성 모두 포함)와 영화사,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업체, TV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소프트웨어 업체, 네트워크 회선을 제공하는 통신사 등 수많은 업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각각의 업체는 기존 시장을 지키거나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이해관계는 스마트TV를 대중화하는 데 상당한 장애요인 중 하나다. 서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쟁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스마트TV 시장을 주도할 만한 리더십을 가진 업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예컨대 스마트TV 플랫폼을 보유한 구글이 주도하기엔, 구글은 TV산업을 잘 모른다. 구글은 TV산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방송사, 영화사 등과 같은 콘텐츠 업체가 주도하기엔, 그들은 보수적이다. 디지털 기기와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제조사가 주도하기엔, 그들은 콘텐츠 시장을 잘 모른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또한 떨어진다.

    그렇다면 TV산업을 구할 난세의 영웅은 누가 될 것인가. 스마트TV가 극복해야 할 리스크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 내용을 ‘이용자의 시청습관’과 ‘스마트TV용 콘텐츠’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콘텐츠 검색, 인터넷 및 전용 애플리케이션 사용, 소셜 네트워크 연동 등 스마트TV가 가진 기능들은 언뜻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수십 년 동안 TV가 ‘바보상자(영어로는 Boob Tube)’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바보상자라는 말에는 TV를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는 TV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뜻이 담긴 말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바보같이 아무 생각하지 않고서도 즐길 수 있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이것이야말로 TV를 나타내는 핵심이다. TV는 그 동안 바보상자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고, 또한 이용자가 TV에 기대하는 것도 바보상자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TV 활성화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바로 이용자의 시청습관이다. 기존의 ‘수동적인 시청습관(Lean Back)’을 ‘능동적인 시청습관(Lean Forward)’으로 바꾸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TV 시청자는 TV 화면이 무언가로 가려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만일 TV에서 영화 또는 스포츠를 보고 있는데 검색창이나 광고 또는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등으로 인해 화면이 가려진다면, 시청자가 불만을 표출할 수 있다.

    UI와 리모컨의 혁신

    스마트TV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시청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만한 매력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글TV의 경우 UI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예컨대 오랫동안 전문가의 영역에서 머무르던 스마트폰이 애플의 UI 혁신을 통해 대중화한 것을 상기해본다면, 기존 TV가 스마트TV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서 벌어진 것 이상의 엄청난 UI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스마트TV는 아직 그 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시청자는 복잡한 리모컨에 대해서도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TV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알파벳, 숫자, 한글 등을 입력해 검색해야 하기 때문에 리모컨을 단순화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이미 거실의 TV 옆에는 수많은 리모컨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히 리모컨의 홍수라 할 만하다.

    UI 혁신과 함께 필요한 게 바로 리모컨의 혁신이다. 이러한 점에서 애플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TV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구글이 TV를 컴퓨터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 애플은 그와 달리 TV를 더 TV답게 만드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월1일 애플이 발표한 애플TV 신제품을 살펴보면, 애플은 극단적인 단순함을 추구한다. 애플은 2007년 애플TV의 첫 번째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최초의 애플TV는 영화, TV 쇼, 음악, 사진, 유튜브, 팟캐스트 등의 다운로드 및 재생을 지원했는데,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과거 스티브 잡스는 애플TV를 ‘취미(hobby) 제품’이라고 말하며, 아직 본격적으로 스마트TV 시장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이번에 애플TV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과거 애플TV에서 얻은 몇 가지 교훈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의 말을 종합해보면, 결국 그 핵심 내용은 ‘TV를 컴퓨터화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며 사람들은 기존의 TV 사용 경험을 확장하는 제품을 원한다’는 것이다.

    초기의 애플TV는 가격이 229달러였고 내장된 하드디스크에 콘텐츠를 내려받은 후 재생하는 형태였다. 반면 애플TV 신제품은 기존 제품의 4분의 1 크기에 가격도 99달러에 불과하다. 하드디스크를 제거했고 콘텐츠를 스트리밍 방식으로 재생하도록 만들었다.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대여의 개념인 것이다. 음악과 달리 비디오는 대여 방식이 소비자의 이용행태에 맞다고 본 것이다.

    DVD로 영화가 출시되는 시점에서 애플TV를 통해 해당 영화를 고화질(HD)로 빌려 볼 수 있고, 넷플릭스(Netflix)와 유튜브 등도 이용할 수 있다. TV용 콘텐츠는 99센트, 영화는 최소 3.99달러의 금액을 지급하면 볼 수 있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아직 아이튠즈 스토어(iTunes Store·음악, TV쇼, 영화 등을 판매하는 애플의 디지털 콘텐츠 마켓플레이스)에서 콘텐츠를 정식으로 구매할 수 없기 때문에 애플TV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기기조차 판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러한 서비스는 수많은 콘텐츠 업체와의 이해관계와 계약이 걸려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언제쯤 서비스될지 기약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애플TV의 신제품 출시 전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애플TV에 인터넷 기능을 강화하고 앱스토어(App Store)를 통해 TV용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출시된 제품에는 그런 기능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아마도 스티브 잡스는 TV에 아직 앱스토어를 통합할 시기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아니면 그에 적합한 UI 개발을 완료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TV를 더 TV스럽게 하는 것에 관심이 있지 컴퓨터화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애플TV 대 구글TV

    애플의 TV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내용이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의 리모트(Remote) 앱을 통해 애플TV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터치를 이용해 영화나 TV쇼를 검색하고 애플TV에서 재생할 수 있다. 리모트 앱을 통해 앞으로 감기, 뒤로 감기 등의 기능도 실행할 수 있다. 에어플레이(AirPlay)라는 기능으로 맥 컴퓨터, 애플TV,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터치를 상호 연동시켜 콘텐츠를 한 번만 구입하면 기기에 상관없이 재생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애플의 전략은, 애플TV를 단지 콘텐츠 재생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이용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일종의 리모컨 내지는 세컨드 스크린으로 만드는 것이다. TV에서 재생 중인 콘텐츠의 부가 정보를 보거나 다른 콘텐츠를 검색해 재생하는 등 새로운 역할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상호 연동시키고 콘텐츠를 공유함으로써 콘텐츠를 중심으로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구글과 애플의 행보는 상당히 다르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 ‘TV를 컴퓨터화하는 것 vs TV를 더 TV답게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현재 스마트TV 시장에 관심을 가진 업체 중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지닌 업체는 애플이다. 무엇보다 애플은 전세계 1위의 디지털 콘텐츠 마켓플레이스, 아이튠즈 스토어를 갖고 있다. 애플은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음악, TV쇼, 영화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앱스토어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을 판매하고 있다. 아이튠즈 스토어는 특히 애플이 새로운 기기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데 아주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튠즈 스토어를 기반으로 신규 기기를 출시한다. 애플은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2003년부터 올해 2월까지 100억개의 음원을 판매했다. 현재 아이튠즈 스토어는 전세계 디지털 음악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는 뮤직비디오와 TV 쇼도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음악 시장뿐만 아니라 TV쇼와 영화 시장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일찍이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이튠즈 스토어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그 결과 애플은 세계 1위의 디지털 콘텐츠 판매 업체가 됐는데, 이 점은 애플의 경쟁력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아이튠즈 스토어 이용자는 애플에 대해 강한 충성도를 보이고 있으며 신형 아이팟을 계속 구매한다. 또한 아이팟 이용자는 휴대전화 구매 시 아이폰을 산다. 그리고 상당수의 아이팟, 아이폰 이용자가 아이패드를 사고 있다. 애플은 이제 그들에게 애플TV를 판매하려고 하는 것이다.

    TV용 콘텐츠와 TV용 애플리케이션

    애플은 아이튠즈 스토어를 통해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애플은 콘텐츠 시장을 발판으로 신규 디바이스를 진격시킨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아이튠즈 스토어 고객이시죠? 새로운 기기가 나왔으니 더욱 편하게 이용하세요!”

    이것이야말로 구글은 물론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제조사들이 갖고 있지 못한 애플만의 커다란 장점이다. 애플은 아이튠즈(설치형 소프트웨어), 아이팟, 아이튠즈 스토어, 아이폰, 앱스토어, 아이패드, 그리고 지난 9월1일 발표한 애플TV의 콘텐츠 대여 서비스까지, 이렇듯 필자가 나열한 순서대로 신제품을 출시해왔다.

    애플은 콘텐츠로 이용자 저변을 확대한 다음에 신규 기기를 출시하는 전략을 치밀하게 실천하고 있다. 애플은 신규 기기의 성공에서 콘텐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는 업체다. 그에 따라 스마트TV 시장에서도 기기를 앞세우기보다는 TV용 콘텐츠 시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반면에 구글은 구글TV에 TV용 콘텐츠보다는 검색, 위젯(화면에 여러 개를 동시에 띄울 수 있는 미니 애플리케이션), TV용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TV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의 행보도 살펴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 CES에서 ‘삼성 앱스(Apps)’를 발표했다. 이는 경쟁업체들보다 발빠르게 TV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스마트TV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TV Q&A

    스마트TV는 아직 실체가 모호한 까닭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다양한 질문이 나온다. 일반 소비자가 궁금해 할 부분을 Q&A로 풀어봤다.

    Q1. 스마트TV를 보려면 TV를 새로 구입해야 할까? 아니면 인터넷(IPTV)처럼 셋톱박스를 설치하는 것으로 해결될까?

    A1. 둘 다 가능하다. 단, 애플TV의 경우 현재 셋톱박스형만 있고, 삼성전자의 고급 TV 제품들이 스마트TV 기능을 갖추고 있다. 구글TV의 경우 일체형으로 나오는 제품도 있고 셋톱박스형으로 나오는 제품도 있다. 특히 구글TV는 안드로이드폰처럼 여러 업체가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니 사양을 잘 살펴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Q2. 스마트TV가 있으면 PC는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될까?

    A2. 스마트TV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여러 회사에서 출시되는 제품들이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즉 애플TV, 구글TV, 삼성TV 등이 모두 제각각인 것이다. 또한 PC용 윈도 운영체계와도 호환되지 않는다. 다만 음악, 동영상, 사진 감상을 할 수 있고 인터넷 사이트 또는 TV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아직 스마트TV는 PC의 대체재가 아니며 TV를 좀 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정도다. 물론 미래에는 훨씬 진화한 스마트TV가 등장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TV용 애플리케이션 콘테스트를 개최했으며, 8월부터 미국에서도 50만달러의 상금을 걸고 TV용 애플리케이션 콘테스트를 시작했다. LG전자도 “스마트TV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뚜렷한 행보는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애플은 TV용 콘텐츠 시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는 반면, 구글과 삼성전자는 각자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TV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TV는 PC와 스마트폰으로 인해 점점 감소하는 TV 이용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까? 과연 스마트TV는 TV의 미래인가?

    아직 스마트TV 시장이 본격화하지 않았기에 미래를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앞서 언급한 여러 이슈에도 불구하고 스마트TV는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을 창출할 수만 있다면, 기업이란 어떻게 해서든지 장애요인을 극복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마트TV가 대중화하는 시점이다. ‘과연 어떤 업체가 시장을 주도할 것인가’도 주목할 부분이다. 일단 현 시점에서는 애플의 사업이 좀 더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이용자의 시청습관을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애플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많이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손쉽게 애플TV를 거실에 침투시킬 수 있다. 거기에다 기기의 가격도 꽤 저렴한 편이다. 애플은 콘텐츠 재생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의 시청습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콘텐츠 판매를 통해 곧바로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반면 구글은 일체형TV 또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의 셋톱박스를 팔아야 할 뿐만 아니라, 애플에 비해 매력적인 콘텐츠를 적게 확보한 편이다. 또한 컴퓨터의 특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바보상자’를 원하는 시청자에게는 호응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대중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앱스를 통한 TV용 애플리케이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까지 선보인 TV용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면 그 수준이 아직 미흡하다. UI가 여전히 느리고 복잡하기 때문에, 삼성 앱스가 하나의 괜찮은 부가 기능은 될망정 기기의 판매를 이끄는 킬러 기능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난세의 영웅을 기다리며

    스마트TV의 모든 것
    柳漢碩

    1970년 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컴퓨터학(박사과정 수료)

    前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前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

    現 기술문화연구소 소장

    저서: ‘아이패드 혁명: 애플과 태블릿PC가 만드는 라이프 & 비즈니스 쇼크’ ‘마이크로소프트의 IT 전략과 미래’ 등


    물론 이 같은 필자의 견해는 현재 시점에서 현재 경쟁력으로 바라본 예상일 뿐이다. 관련 업체들이 앞으로 어떤 필살기를 선보이느냐에 따라 실제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스마트TV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UI와 리모컨의 혁신, TV용 콘텐츠의 확보, TV용 애플리케이션의 확보가 모두 중요하다. 그렇다면 그중에서 과연 어떤 요소에 소비자는 더 강한 매력을 느낄까. 또한 어떤 업체가 스마트TV 산업을 주도할 까?

    소비자는 난세의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 결과를 알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TV산업은 역사가 깊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산적한 이슈를 해결하고 소비자가 혁신적으로 느낄 제품이 나오려면 최소한 1~2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아직 늦지 않았다. 기회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스마트TV와 관련된 수많은 시도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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