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태평양지역 정보본부장 회의(APICC)에 참가한 24개국 군 관계자들이 6월11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을 살펴보며 함수와 함미의 절단면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저지른 직후 보수 성향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한 인사가 취중에 한 말이다. 그는 대통령선거 때 이명박 후보를 도왔으나 품은 뜻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생각이 똑같은 사람만 모아놓으니 이 꼴 된 게 아닌가. 대북정책 이너서클이 북한 정세를 오판하고 있다.”
8월 중순 만난 여권 중진의원 의견은 달랐다.
“과거 정권이 북한에 얼마나 끌려 다녔나. 지원받은 뒤 뒤통수치길 밥 먹듯 했다. 북한이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지층도 그걸 원한다.”
물밑 힘겨루기
원칙파가 주도해온 정책방향이 옳다는 것이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협의 때 비화(秘話)가 담긴 동아일보 기사(8월2·3·4일자)가 북한 전문가 집단에 파장을 일으켰다.
임태희-김양건 싱가포르 회동(지난해 10월),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통일부-통일전선부 협의(지난해 11월)는 관가에선 아직도 비밀이다. 만남, 협의 자체를 정부가 공식으로 확인해준 바 없으며 내막을 아는 인사도 극소수다.
동아일보 기사 요지는 이랬다.
①협상파 임태희 vs 원칙파 현인택 간 물밑 힘겨루기가 있었다.
②협상파가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상당 부분 합의를 이뤄냈으나 원칙파가 요구 조건을 높이면서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③북한이 회담 결렬 보복 차원에서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
①과 ②는 팩트, ③은 팩트를 근거로 한 아규먼트.
장관 인사를 앞둔 때였는지라 북한 전문가 집단에선 이 기사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은 현인택 장관 유임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인 것 같다면서 게재 배경을 알아보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반면 통일부에선 개각을 앞두고 장관을 흔드는 세력이 흘린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임태희 실장 쪽을 지목한 것이다. J의원이 통일부 장관으로 유력하다는 하마평도 여의도에서 나돌았다.
비밀리에 이뤄진 임태희-김양건 회동이 지난해 11월 언론보도를 통해 일반에 알려졌을 때는 원칙파가 비선 접촉을 마뜩잖게 여겨 관련 내용을 흘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현인택 장관과 수시로 만나는 학계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현 장관 관계가 결코 허술하지 않다. 임태희 실장만 대통령 측근이 아니다. 누가 흔드는지 모르겠지만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현 장관 파워가 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