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호

협상파 vs 원칙파 대북정책 힘겨루기 내막

“특정 사교모임 인사들이 이너서클 구성해 남북관계 이 꼴로 만들었다”

  • 송홍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

    입력2010-10-01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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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칙파가 옳다. 북한 고개 숙일 때까지 제재해야”
    • 두뇌집단 성격의 사교모임인 서울국제포럼이 외교·안보·통일 요직 싹쓸이
    •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도 이 모임 멤버
    • 악화 일로(一路) 걷던 남북관계 바닥 찍은 듯
    • 협상파 對 원칙파 정책대결 종착점은…
    협상파  vs  원칙파 대북정책 힘겨루기 내막

    아시아 태평양지역 정보본부장 회의(APICC)에 참가한 24개국 군 관계자들이 6월11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를 방문해 천안함을 살펴보며 함수와 함미의 절단면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특정 서클 소속 인사들이 대북정책 결정과정을 장악했다. 게다가 그 서클은 북한 전문가가 모인 곳도 아니다. 사(私)모임에서 친분을 다진 인사들이 이너서클(inner circle)을 형성해 대북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을 저지른 직후 보수 성향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한 인사가 취중에 한 말이다. 그는 대통령선거 때 이명박 후보를 도왔으나 품은 뜻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생각이 똑같은 사람만 모아놓으니 이 꼴 된 게 아닌가. 대북정책 이너서클이 북한 정세를 오판하고 있다.”

    8월 중순 만난 여권 중진의원 의견은 달랐다.

    “과거 정권이 북한에 얼마나 끌려 다녔나. 지원받은 뒤 뒤통수치길 밥 먹듯 했다. 북한이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지층도 그걸 원한다.”

    물밑 힘겨루기



    원칙파가 주도해온 정책방향이 옳다는 것이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협의 때 비화(秘話)가 담긴 동아일보 기사(8월2·3·4일자)가 북한 전문가 집단에 파장을 일으켰다.

    임태희-김양건 싱가포르 회동(지난해 10월),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통일부-통일전선부 협의(지난해 11월)는 관가에선 아직도 비밀이다. 만남, 협의 자체를 정부가 공식으로 확인해준 바 없으며 내막을 아는 인사도 극소수다.

    동아일보 기사 요지는 이랬다.

    ①협상파 임태희 vs 원칙파 현인택 간 물밑 힘겨루기가 있었다.

    ②협상파가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상당 부분 합의를 이뤄냈으나 원칙파가 요구 조건을 높이면서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③북한이 회담 결렬 보복 차원에서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

    ①과 ②는 팩트, ③은 팩트를 근거로 한 아규먼트.

    장관 인사를 앞둔 때였는지라 북한 전문가 집단에선 이 기사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은 현인택 장관 유임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인 것 같다면서 게재 배경을 알아보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반면 통일부에선 개각을 앞두고 장관을 흔드는 세력이 흘린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임태희 실장 쪽을 지목한 것이다. J의원이 통일부 장관으로 유력하다는 하마평도 여의도에서 나돌았다.

    비밀리에 이뤄진 임태희-김양건 회동이 지난해 11월 언론보도를 통해 일반에 알려졌을 때는 원칙파가 비선 접촉을 마뜩잖게 여겨 관련 내용을 흘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현인택 장관과 수시로 만나는 학계 인사는 “이명박 대통령과 현 장관 관계가 결코 허술하지 않다. 임태희 실장만 대통령 측근이 아니다. 누가 흔드는지 모르겠지만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현 장관 파워가 세다”고 전했다.

    임태희 실장이 주도한 비선(秘線)에 관여한 한나라당 당직자 A씨, 북한 전문가 B씨도 황급하게 술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비선에서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왜 이런 기사가 나오느냐”고 임 실장이 힐난했다고 한다.

    8개월 동안 추적해 팩트를 보도한 가치중립적 기사를 이렇듯 제멋대로 해석한 게 흥미롭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치열하단 방증이다.

    일가 이룬 전문가 그룹

    대북정책을 협상파, 원칙파로 패를 나눠 들여다보는 게 옳지 않을뿐더러 그것은 실상과 다르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정책 의견이 둘로 나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협상파, 원칙파 견해를 요약하면 이렇다.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북한을 테이블 앞에 앉혀놓고 변화시켜야 한다. 전략적 관여(strategic engagement)가 필요하다.”

    “정상회담을 했으면 북한에 이용당하고 지지층이 이반했을 것이다. 대화해서 얻을 게 없다. 제재가 북한을 변화시키는 수단이다.”

    관여정책을 지지하는 한 여권 인사는 “협상파, 원칙파라고 하면 안 된다. 대화파, 제재파라고 표현하는 게 중립적이지 않은가. 원칙파란 말을 쓰면 그 주장이 옳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원칙파 중심에 바로 ‘특정 서클’이 있다. 이 서클은 두뇌집단이면서 사교모임이다.

    서울국제포럼(SFIA·The·Seoul Forum for International Affairs)은 1986년 비영리·초당파 조직으로 출범했다. 이사, 회원 가운데 외국인이 없는데도 영어로 홈페이지를 꾸린 데서 미뤄볼 수 있듯, 대외관계 전문가가 대거 포진해 있다.

    이홍구(76) 전 국무총리, 김경원(74) 전 주미대사·한승주(70) 전 외무부 장관(고려대 명예교수)이 포럼 산파 역할을 맡았다. 이 전 총리가 의장, 한 전 장관이 명예회장을 맡고 있다. 회장은 김달중(72) 연세대 명예교수.

    류진(52) 풍산 회장이 재정을 지원한다. 이 포럼 부회장인 그는 미국 내 인맥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콜린 파월 전 국무부 장관, 앨 고어 전 부통령과도 가깝다. 류 회장이 태국 방콕에서 연 만찬 행사 때 파월 전 장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회동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류 회장 부친인 고(故) 류찬우 회장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가까웠다. 풍산은 소총·유탄발사기 탄환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체다.

    통일 정책을 총괄하는 현인택(56) 장관은 이 포럼 이사다. 한승주 전 장관이 고려대에서 교편 잡을 때 직계 제자. 현 장관도 고려대 교수로 일했다. 한 전 장관 학맥을 이은 정치학자로 평가받는다.

    이상우(72)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도 이 포럼 임원이다.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면서 안보정책 재편 논의에 폭넓게 관여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 직속으로 출범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최근 대통령 직속으로 재편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 의장이 힘을 발휘했다는 시각이 많다.

    이 의장은 북한이 고향인 학자그룹에서 좌장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인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이 의장의 매부.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보를 지낸 이 대표도 서울국제포럼 회원이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이 의장은 국가안보 및 국제정치학 분야 대가(大家)로 제자그룹이 각계에 포진해 있다.

    김태효(43)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은 그가 서강대 교수 시절 가르친 직계 제자다. 김 비서관은 청와대에서 대외정책을 총괄한다. 대북 강경론자로 분류되는 원칙파 핵심인사로 서울국제포럼에선 막내급이다. 김태영(61·육사 29기) 국방부 장관도 서강대에서 수학할 때 이 의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 의장이 이끄는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위원 중 현홍주(70) 전 주미대사, 김성한(50) 고려대 교수가 서울국제포럼 소속이다. 현 전 대사는 이 모임에서 원로그룹에 속한다. 김 교수는 현인택 장관과 아삼륙으로 불릴 만큼 가깝다. 현 장관이 아끼는 고려대 후배로 2007년 외교안보연구원에서 고려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출범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는 국방개혁 컨트롤 타워로서 구실하고 있다. 8월8일 개각을 앞두고 이상우 국방장관론이 청와대 주변에서 회자된 적도 있다. 일부 실세들이 문민 국방장관론을 설파하는 과정에서 곁가지로 흘러나온 것이다.

    류우익(60) 주중대사도 문민 국방장관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명박 정부 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그도 서울국제포럼 소속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류 대사가 대북정책, 대외정책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류 대사는 중국으로 떠나기 전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문제와 관련해 요로에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임태희 비선 쪽 인사들과도 만난 적이 있다. 류 대사와 현인택 장관의 관계는 복잡하다. 서울국제포럼 쪽 관계자 설명이다.

    “류우익 대사는 포럼에서 주류가 아니다. 이상우 의장이 어른이라면 현인택 장관은 노장-소장을 잇는 어깨다. 김태효 비서관, 이신화 교수(고려대)는 어른들이 데리고 다니면서 키운, 아끼는 후배라고 보면 된다.”

    이상우는 ‘어른’ 현인택은 ‘어깨’

    또 다른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반듯한 길을 걸어온 학자 중심 모임이다. 이홍구 전 총리, 한승주 전 장관과 다르게 이상우 의장은 냉전주의 사고를 가졌다. 김태효 비서관은 나이는 젊지만 이 의장과 성향이 비슷하다. 현인택 장관은 이 의장, 김 비서관보다는 온건하다. 류우익 대사는 결이 다른 사람이고.”

    현인택 장관을 ‘어깨’로 한 서울국제포럼 인맥이 정권 초부터 대북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이너서클을 형성한 것은 아니다.

    현 장관은 고려대 교수 시절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에서 외교·안보·북한 자문그룹 좌장 노릇을 했다. 김태효 비서관이 간사 격이었다. 현 장관은 고려대 정외과 후배인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를 합류시켰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동참했다. 홍 교수는 현재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으로 일한다.

    협상파  vs  원칙파 대북정책 힘겨루기 내막

    이상우 안보회의 의장,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왼쪽부터)

    이명박 후보 싱크탱크이던 국제전략연구원(GSI) 외교·안보·북한 자문그룹엔 그와는 켜가 다른 인사들도 포진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교수, 서재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그렇다. 외교 전문가인 현 장관과 다르게 셋은 북한 전문가다.

    북한 전문가 집단은 정권 출범 후 중용되지 못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통일부를 없애려고 했다. 남주홍 교수는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각종 의혹이 불거져 낙마했다. 서재진 연구위원은 통일연구원 원장에 올랐고, 남성욱 교수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소장을 맡았으나 품은 뜻을 펼칠 자리는 아니다.

    김우상 연세대 교수는 이명박 후보의 또 다른 싱크탱크이던 바른정책연구원(BPI)에서 외교·안보분야 좌장을 맡았다. 백용호 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바른정책연구원을 이끌었다. 김태효 비서관은 바른정책연구원에 속했다가 현인택 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인택 그룹이 ‘한국 외교 7대 과제와 원칙’ ‘비핵·개방·3000 구상’을 내놓으면서 MB에게 신임을 얻은 반면 김우상 팀은 주목받지 못했다.

    현인택 장관도 정권 출범 때 청와대나 정부에 입성하지 못했다. 정권 초기 실세로 떠오른 류우익 주중대사와 현 장관 사이의 갈등이 원인이었다는 게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의 설명이다. 현인택 그룹이 속한 국제전략연구원 수장은 류우익 주중대사였다. 류 대사가 정책자료 보고를 요구했으나 현 장관이 마뜩잖게 여기면서 관계가 나빠졌다는 것이다. 현 장관은 영국대사를 제의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상 교수는 호주대사직을 수락했다.

    현 장관은 지난해 2월 권토중래했다. 통일부를 맡으면서 뜻을 펼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후 현 장관을 비롯해 서울국제포럼에 적을 둔 인사들이 한동안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대북정책을 오로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 출범 초기 외교·안보·통일 정책에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비판을 들었다. 현인택-김태효 체제가 구축된 후엔 “부처 간 조율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사라졌다.

    김태효 비서관은 외교·안보라인에서 실세 중 실세로 불린다. 외무공무원 출신인 김성환 외교안보수석보다 김 비서관 영향력이 청와대에서 더 크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남북 정상이 만나서 결과가 안 좋으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외교안보수석실에서 김 비서관 역할은 축구경기에 빗대면 지네딘 지단 같은 플레이메이커다. 외교안보수석실엔 대외전략비서관, 통일비서관, 국방비서관, 외교비서관이 있는데, 대외전략비서관은 담당 부처가 따로 없다.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를 아우르는 영역을 다루고 있다.

    관여론자이면서 정치권 출신인 정문헌 통일비서관은 김 비서관에 가려 한동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정 비서관과 김 비서관은 관계가 소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태희 실장이 청와대에 부임한 후 정 비서관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워 그룹

    서울국제포럼은 한국사회 내 파워그룹이다.

    사공일(70) G20정상회의준비위원회 위원장, 한승수(74) 전 국무총리도 이 포럼에 적을 두고 있다. 쇠고기 협상에 이은 촛불시위 여파로 낙마한 김병국 전 외교안보수석도 마찬가지다. 김 전 수석은 현인택 장관과는 소원한 관계라고 한다.

    서울국제포럼은 기존 회원 추천을 받아 심사를 거친 후 신입 회원을 선발한다고 한다.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있겠으나, 일가(一家)를 이뤘거나 능력, 배경이 검증된 인사들만 회원이 되는 것이다.

    두뇌집단 성격을 가졌지만 사교클럽이기도 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구자홍 LS그룹 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도 이 모임 멤버다.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통일라인을 서울국제포럼이 장악한 것은 이 모임 인사들의 능력이 뛰어나고, 한국사회에서 위치가 견고한 덕분이기도 하다. 이는 원칙파의 뒷배가 그만큼 단단하다는 뜻도 된다.

    서울국제포럼 쪽 사람들과 친분이 두터운 한 학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국제포럼 학자들은 국제관계 틀에서 남북관계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대외정책은 한미동맹을 축으로 놓고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한미동맹은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한미동맹이 남북관계를 망가뜨리는 쪽으로 흘러선 안 된다. 그런데 그런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나. 북한이 붕괴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으로 확신하는 경향도 있던데, 그렇지 않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협상파, 원칙파 대결로 되돌아가보자.

    전문가 다수가 이명박 정부 외교정책을 높게 평가한다. 한미동맹을 정상화했으며 국격(國格)을 높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왜곡된 남북관계를 바로잡았다는 의견, 남북관계 관리를 잘못했다는 견해가 부딪친다. 엇갈린 의견의 중간쯤에 옳은 평가가 있지 않을까. 특정 서클 인사들이 정책 결정 과정을 장악하면서 다양성, 유연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임태희 비선에 관여한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북측으로부터 일련의 대남 유화책을 이끌어냈다. 임진강 무단 방류 사건에 대해선 한국 신문 사설이 주장한 내용 그대로 북한이 사과했다. 문구를 직접 비교해보라.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처음 있는 일이고 상징성도 크다. 그런데 통일부가 욕심을 지나치게 냈다. 얻을 건 다 얻어낸 뒤 뒤통수를 친 꼴이 됐다. 북한이 이렇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적도 없을 것이다.”

    원칙파는 전문가 그룹이고, 협상파는 정치인 출신이 많다. 원칙파가 대북정책을 오로지할 때도 청와대 정무·홍보라인에선 다른 의견이 흘러나왔다. 북한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이끄는 통일부를 빼고 이전에 임태희 실장과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자”고 여권 인사들에게 최근까지 제안했다고 한다.

    악화 일로로 치닫던 남북관계에 변화 조짐이 보인다. 국가정보원의 움직임이 활발해졌으며,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제의하기로 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하자”는 북한 제안에 화답한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국내 정치에 활용했다. 북한에 쌀, 비료를 주고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오는 식이었다. 이는 왜곡된 남북관계 사례로 비판받았다. “쌀을 주고 상봉행사를 열지 않겠다”는 게 원칙파의 소신이었다. 원칙파가 소신을 누그러뜨린 셈이다.

    북미 관계도 바닥을 치고 대화 국면으로 움직이고 있다. 원칙파가 협상파 쪽으로 한걸음 이동할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협상파, 원칙파 정책대결의 종착점은 과연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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