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호

6개 기구 타이틀 석권한 세계 유일 여성복서 김주희

  • 글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사진 / 연합뉴스

    입력2010-10-05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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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개 기구 타이틀 석권한 세계 유일 여성복서 김주희
    눈이 퉁퉁 부은 프로복서가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트로피를 들었다. 얼굴은 이래도 기분은 최고다.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것 같아요”라면서 웃는다.

    김주희(24)가 8월12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라이트플라이급 4개 기구 통합 타이틀전에서 주제스 나가와(23·필리핀)와 벌인 난타전 끝에 2-0 판정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챔피언 벨트 4개를 동시에 거머쥔 그는 6개 기구 타이틀을 석권한 세계 유일 여성 복서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경기는 고전(苦戰)이었다. “프로에서 지금까지 치른 경기 중 가장 힘들었다”고 김주희는 말했다. 상대 선수는 키가 크고 골격이 남자 같았다.

    김주희는 골격이 가냘프다. 키 160㎝, 몸무게 48㎏. 주먹도 작다. 하지만 독종이면서 연습벌레다. 여자선수들은 김주희와 연습하기를 피한다. 대적이 되지 않아서다. 그래서 남자선수들과 스파링을 한다.

    김주희는 경기 전날이면 레게 스타일로 머리 모양을 다듬는다. 경기할 때는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다. 평소에는 털털한 옷차림을 즐긴다. 그의 말마따나 운동선수는 경기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김주희는 배우 하지원이 여성복서로 분한 영화 ‘1번가의 기적’의 실제 모델이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 병구완을 하면서 샌드백을 두드렸다. 아버지가 쓰러진 뒤 마음을 추스르고자 체육관에 들렀다 권투와 인연을 맺었다.



    권투 선수는 눈과 발이 민첩해야 한다. 김주희는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를 한 터라 권투에 쉽게 적응했다. 그러나 권투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6년 11월 엄지발가락 골수염으로 뼈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를 땀으로 이겨냈다.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한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한 적도 있다.

    그는 권투가 삶의 전부라고 말한다.

    “열정이 없었다면 벌써 그만뒀을 거예요.”

    여자 권투 7대 기구 타이틀 가운데 아직 정복하지 못한 세계복싱평의회(WBC) 타이틀을 따는 게 김주희의 목표다. 땀의 힘을 믿기에 그는 오늘도 샌드백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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