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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한의학 이야기

한·중·일 한의학 삼국지 한국 한의학, 세계 제패할까?

한·중·일 한의학 삼국지 한국 한의학, 세계 제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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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의학은 學과 術의 일치

한·중·일 한의학 삼국지 한국 한의학, 세계 제패할까?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

학문과 기술의 영역이 결합한 새로운 의학은 의외로 조선에서 태동했다. 허준의 ‘동의보감’은 전문가의 영역과 학자의 영역을 절묘하게 절충한 시도였다. 중국의 의학은 사대부나 유학자들의 자발적인 봉사정신에 의해 선도됐지만, 한국 한의학은 천대와 멸시의 대상이었다. 조선 건국 초에는 의약관계 관서들을 양반 중 동반에 뒀으며, 그것이 잡과일지라도 교습하는 생도는 동서 양반 및 양가의 자제들이어서 웬만큼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태종 15년 서얼에 대한 엄격한 차별제도가 생기고, 한편으로는 서얼에게 의과에 시험 칠 기회를 부여하자 의약직으로 나아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었다.

허준도 의관으로서 여러 차례 수모를 당했다. 선조가 허준에게 보국숭록대부(輔國崇錄大夫)의 가자(加資)를 내리자 사간원은 이것이 조정의 수치라는 극단적 표현으로 선조를 압박한다. 결국 그 명은 거두어졌고 허준이 사망한 뒤에야 회복됐다. 침의 대가 허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침술로 경기지방의 요지에 수령으로 임명되지만, 사간원과 사헌부의 끈질긴 반대가 이어져 결국 부임하지 못하는 곤욕을 치른다.

이 대목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허준의 ‘동의보감’과 허임의 ‘침구경험방’이 일본과 중국에서도 앞 다퉈 간행됐다는 사실이다. 실질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한의학적 성과물이기에 그 학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동의보감류의 백과사전식 의서는 중국 의학사에도 다양하고 많다. 하지만 그 중에 음양오행이나 유학적 해석에 기대지 않고 도가적 해석과 정(精)·기(氣)·신(身)을 위주로 편제를 구성한 것은 없다. 더욱 발군인 것은 실질적인 의료적 경험과 덧붙여 책을 직접 저술할 만큼 뛰어난 학문 능력이 뒷받침됐다는 점이다. 학(學)과 술(術)의 일치로 허준의 손에서 동의학의 집대성을 이룬 것이다.



중국과 한국 한의학에서 무척 대조적인 사실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론의 완성자를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유일한 사례라면 사상의학의 집대성자인 이제마를 꼽을 수 있다. 사상의학은 유학 속에 한의학을 끌어들여 재해석한 것이다. 이제마에게 크게 영향을 준 인물은 전라도의 거유(巨儒) 기정진이다. 이제마가 100년 뒤 자신의 의학이 빛을 볼 것이라고 예언한 것과 기정진이 100년 뒤에 자신의 글을 끄집어내라고 한 것은 묘하게 일치한다. 사상의학은 심(心)이 일신의 주재이고 이를 바탕으로 4개 장부(臟腑)의 크고 작음에 따라 체질이 결정된다고 추론했다. 기정진도 심(心)이 일신의 주재이며 여기에 가장 순수한 기인 ‘정상(精爽)’이 있다고 규정한다.

사상의학이 기존의 한의학인 음양오행과 배치되는 점 중에서는 중심에 대한 논쟁이 핵심이다. 기존의 음양오행설은 오장육부 중 소화기인 비위가 바퀴의 축선 노릇을 한다고 본다. 이는 돼지 바비큐를 만들 때 입에서 항문까지의 관을 축선으로 사용하는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된다. 사상의학은 중심을 심으로 보고 여기에 맞춰 이론을 전개한다.

성리학에서 중국의 이기론과 조선 유학의 이기론은 차이가 있다. 전자는 우주자연의 생성변화를 이해하고 그 일부로서 인간의 성정을 설명한다. 이에 비해 조선 유학은 인간의 정신적, 심리적 작용을 설명하고 도덕적 판단 및 행위의 정당성과 필연성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인간이 주체이며 심(心) 속의 도덕률은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점을 강조한다. 체질불변의 법칙도 이런 사유를 바탕에 깔고 있다. 이렇게 보면 사상의학은 조선의 성리학이 바탕이 된 학문이다.

‘동의보감’이 정·기·신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은 천·지·인의 삼원론이다. 허임의 보사법 핵심도 인체를 천·지·인으로 나눠 세 번 돌리고 세 번 밀어넣는 삼원론이다. 사상의학은 조선 500년 역사에 걸쳐 갈고 닦은 성리학을 뿌리로 탄생한 것이다. 우리의 고유한 정서를 바탕으로 나타난 것만이 한국 한의학으로서 생명력을 갖는다. 일본의 한의학은 황한의학(皇漢醫學)이다. 일본식 한의학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의학에는 우리의 전통과 사유방식, 역사성이 녹아들어 있어 단순히 동양의학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는 아쉽다.

한·중·일 한의학 삼국지 한국 한의학, 세계 제패할까?
李相坤

1965년 경북 경주 출생

現 갑산한의원 원장. 대한한의사협회 외관과학회 이사, 한의학 박사

前 대구한의대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저서 : ‘콧속에 건강이 보인다’ ‘코 박사의 코 이야기’


한국 한의학은 지금 몇 시일까. 중국 한의학은 근대에 공산주의 체제로 말미암아 경쟁력이 떨어지고 기술적 발전도 미미했다. 일본 한의학은 메이지 유신 이래 한의학이 의학으로 흡수합병되면서 고유의 특징이 사라졌다. 우리 한의학은 현대의학과의 공존과 경쟁을 통해 한 차원 높은 의료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았다. 세계 1위의 한의학으로 입지를 굳히기 위한 마지막 관문 앞에 서 있다.

신동아 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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