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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24

‘거짓말쟁이’ 신정아의 진실

“복수하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다, 내일 죽더라도 아쉽지 않다”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거짓말쟁이’ 신정아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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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내 책이 관음증 자극한다는 건 독자에 대한 모욕
  • ● 정운찬 전 총리와의 통화기록, 내가 안 받은 것까지 치면 100통쯤 될 것
  • ● 성추행 조선일보 C기자, 사과한 후에도 치근댔다
  • ● 노 대통령과 한 번만 만난 게 아니다
  • ● 과거로 돌아간다면 학교에서 진짜 열심히 공부하겠다
  • ● “예일대 잘못 인정되면 신정아씨 명예회복에 도움 될 것”(동국대 관계자)
  • ● 문화일보 누드사진은 대한민국 남자들에 대한 모독
  • ● 더러운 불륜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사랑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거짓말쟁이’ 신정아의 진실
신정아(39)씨의 얼굴은 작고 야위어 보였다. 눈 위쪽엔 연한 쌍꺼풀이, 아래쪽엔 엷은 다크서클이 자리 잡고 있다. 이목구비는 오밀조밀하고 손가락은 가늘고 긴 편이다. 옷차림은 수수하면서도 세련돼 보인다. 검은색과 회색, 남색, 붉은색이 뒤섞인 재킷에 고동색 블라우스를 받쳐 입었다. 외모와 달리 목소리는 중성적이어서 강한 느낌을 풍겼다. 더는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는 듯 대담하게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를 나는 정면으로 응시했다.

2007년 이른바 ‘신정아 사건’이 터졌을 때 그녀의 학력위조 못지않게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그녀의 누드사진을 실은 한 일간지의 그로테스크한 보도행태였다. 이 보도는 한 큐레이터의 학력위조 사건을 꽃뱀사건 혹은 권력형 성 스캔들로 둔갑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사진의 진위와 별개로 해당 기사는 ‘사실’이 아닌 ‘추정’이었다. 기본 요건을 갖추지 않은 수준 미달의 기사였다. 이 신문은 법원 판결에 따라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했다.

그 신정아씨가 책을 내 또다시 세상이 시끄럽다. 출소한 지 2년 만이다. 정신과전문의 건국대 하지현 교수는 그녀의 자전에세이 ‘4001’이 많이 팔리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실명이 드러난 공인의 사생활을 은밀하게 엿보는 관음증, 둘째는 (그녀의 책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공정하지 않은 작동원리에 대한 분노와 실망이라는 것이다.

그녀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겠다. 첫째, 죄(논문대필)를 짓긴 했지만 거짓말(학력위조)은 하지 않았다. 둘째,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진짜 사랑한 사이였다. 셋째, 문화일보에 실린 누드사진은 가짜, 즉 합성사진이다.

희대의 스캔들인 신정아 사건은 하 교수의 진단대로 우리 사회 이면의 작동원리인 ‘그들만의 리그’를 여실히 보여준다. 학계(교수사회), 문화계, 언론계, 종교계, 법조계, 정치권 인사들이 어떻게 얽히고설켜 ‘그들만의 권력’과 ‘그들만의 탐욕’을 누리는지 보여준다.



자, 지금부터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우리가 그녀에게 그토록 화를 내거나 미워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생각해보자. 소문이나 추측, 감정에 따른 선입관은 버리고 말이다. 그래야 그녀를 제대로 비판할 수 있을 테니.

인터뷰 기사는 세 부분으로 나눴다. 1부 ‘자유인 신정아’에서는 책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2부 ‘법과 진실’에서는 그녀의 죄에 대한 법적 심판의 이면을 들춰봤다. 마지막 3부의 제목은 ‘남자, 그리고 사랑’이다.

자유인 신정아

3월 하순 출간된 신정아씨의 자전에세이 ‘4001’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언론의 요란스러운 반응도 한몫했다. 언론은 책 내용 중 흥미로운 부분을 크게 소개하면서도 그 신빙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요지는 학력위조범의 또 다른 거짓말 행진이라는 것이다. 언론에 등장한 ‘전문가’들은 그녀의 집필의도와 정신상태까지 문제 삼았다. ‘노이즈 마케팅’이니 ‘보복의 굿풀이’니 ‘복수혈전’이니 ‘가정파괴’니 ‘사이코패스’니 하는 부정적인 평가 일색이었다.

신씨는 애초 인터뷰 요청을 완강히 거절했다. 책으로 이야기를 다 했으니 더 할 말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그 배경엔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었다. 오랜 설득 끝에 인터뷰가 아니라는 걸 전제로 만나 두 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후 인터뷰 날짜가 잡혔으나 당일 아침 갑작스레 취소되는 소동이 벌어졌고, 다시 이틀 동안의 줄다리기 끝에 가까스로 그녀를 내 앞에 앉힐 수 있었다.

독자들의 격려 메일

그녀는 요즘 일주일에 두세 번 디스크 치료를 받는다고 했다. 수감생활을 하며 허리디스크와 목디스크를 얻었다는 것이다.

“책을 낸 후 밖으로 나다니기가 더 조심스러워졌다. 사실 마음은 편하다. 지난 시간을 정리했기 때문에. 다만 전보다 알아보는 분이 많아져 나 스스로 조금 위축된다.”

▼ 지인들도 자주 못 보겠다?

“가끔 만나는데, 나의 힘든 사정을 들어주니 편하기도 하지만 힘들기도 하다. 내가 우울하면 다 나한테 맞춰야 하지 않나. 그래서 의도적으로 자꾸 웃고 밝게 얘기하는데 그게 좀 힘들 때가 있다. 언론에서 자꾸 이상한 보도를 하니까 그분들이 더 조심한다. 예전에 알던 분들은 거의 못 찾아뵙고 있다. 죄송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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