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위협감소국(DTRA)의 핵무기·원전사고 피해예측 모델
- 10일간 노심 30~50% 유출된 체르노빌 수준 폭발 가정
- 영광1호기, 최대 피해범위 53㎞ 사망 2118명
- 남쪽서 고정풍 불면 수도권 대부분 피폭, 2200만명 노출
- 수원·과천·의왕 25mSv 이상, 서울시내 15mSv 이상, 허용치 3~5배
- 울산·부산·김해 등 인구밀집지역 인접한 고리 원전의 문제점
- 월성1호기 폭발 시 경주·포항·울산 직접 타격, 총 피폭자 59만명
- 서울과 가까운 울진, 동풍 불 땐 수도권 넘어 서해까지 오염
- 후쿠시마 원전 대폭발해도 허용치 이상 방사능 한반도 못 온다
2006년 4월26일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20주년 당시 우크라이나 슬라부티치 추모시설 앞에 선 시민들.
총 21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 5위 수준의 원자력 대국인 한국에서 후쿠시마나 체르노빌에 버금가는 상황이 닥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원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첨예화된 최근 상황에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가정이지만, 실제로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나 분석은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학술지에서도 최근 20년 사이 확인할 수 있는 논문이 2~3편에 불과할 정도. 원자력발전의 장점과 그로 인해 소비자가 누리게 되는 효용에 관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투입된 연구와 홍보가 진행돼왔지만, 그 반대에 해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와 그 결과에 관해서는 관련업계 누구도 공공연히 거론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원전 사고 피해결과를 예측하는 작업은 아예 불가능한 것일까.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이 개발해 안보 당국과 전문 연구소에서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 프로그램 HPAC(Hazard Prediction and Assessment Capability)가 그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제한된 인사들에게만 접근이 허용되는 이 프로그램은 본래 핵폭탄 등 대량살상무기가 실제로 사용됐을 경우의 피해규모를 현장 사령부에서 신속히 산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미 국방부와 관련 전문기관들이 냉전기간 수집해온 방대한 양의 관련 실험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HPAC의 시뮬레이션 모델은 전세계 각 지역의 지리와 기상, 인구 정보는 물론 주요 시설의 위치와 도시화 정도 등 세부적인 자료까지 결합할 수 있는 강력한 프로그램이다.
안보 전문기관에서는 HPAC를 이용해 주로 핵무기나 생물학무기, 화학무기 등이 특정지역에서 사용됐을 경우를 시뮬레이션하고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는 원자력발전소나 재처리시설 등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피해규모를 계산해내는 시나리오도 포함돼 있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 모든 국가 주요 원전과 핵 시설의 위치와 용량, 종류와 구조 등 관련 데이터가 이미 프로그램 내에 탑재돼 있어서 기상이나 폭발 수준 등의 변수만 설정해주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정교한 모델이다. 최근의 후쿠시마 사고와 관련해서도 그 피해범위를 분석하는 작업에 HPAC를 활용하는 해외 연구기관이 있다.
사고 10일 후 벌어질 일들
‘신동아’는 국내외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과 도움을 받아 한국의 주요 원전에서 체르노빌 수준의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를 가정해 HPAC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했다. 대상이 된 원전은 한국의 4개 주요 원자력단지, 즉 전남 영광, 부산 고리, 경북 월성과 울진 발전소 가운데 가장 연식이 오래된 1호기였다. 각 발전소에는 이보다 용량이 큰 원자로도 있지만 가동기간 연장 등과 관련해 안전성 논란이 있는 1호기의 사고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원전사고의 규모는 1986년 4월 구(舊)소련 우크라이나공화국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4호기의 폭발사고 수준으로 설정했다. 후쿠시마의 경우 아직 상황이 진행 중인 까닭에 최종적인 방사성 물질 유출 규모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 체르노빌 원전에서는 폭발 시점부터 화재 진압이 완료된 10일 후까지 노심 속에 들어 있는 주요 방사성 물질의 30~50%가 외부에 유출됐고 그중 상당부분이 폭발로부터 72시간 이내에 새나온 것으로 평가된 바 있는데, 이를 준용해 HPAC에도 비슷한 비율의 유출 규모와 10일 후라는 관찰시간을 설정했다. 이외에 HPAC에 입력한 체르노빌 사고의 세부사항과 관련해서는 관련 전문가들의 도움과 함께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엔방사능영향과학위원회(UNSCEAR),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펴낸 보고서를 참조했다.
피해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상상태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눴다. 우선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 폭발이 주변지역에 미칠 수 있는 피해규모를 산출했고, 또한 각 원전에서 수도권을 향해 초속 3m 수준의 바람이 계속해서 부는 상황을 가정해 어느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어느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적했다. 전자는 원전 주변지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의 최대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것으로, 동심원 형태로 제시되는 피해반경은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듯 주민 대피를 위한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한반도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해 있는 지역인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 허용치 이상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는 인원의 최대치를 확인하기 위한 용도다.
시뮬레이션 후 HPAC는 도출된 피해범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크게 6단계로 나누어 제시하는데, 각각의 단계에 대한 정의는 아래와 같다. 참고로 HPAC가 사용하는 방사선 측정단위 ‘rem’은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한 밀리시버트(mSv)의 10배로, 1rem이 10mSv에 해당한다.
▲1단계 ‘combat impaired’ : 600 rem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퍼져 대부분의 사람이 사망하는 지역 ▲2단계 ‘Lethal Dose 50’ : 450~600rem 수준으로, 나이와 건강상태에 따라 전체 노출자의 50%가 사망하는 지역 ▲3단계 ‘death possible’ : 150~450rem 수준으로, 노출자가 최대 30일 이내에 사망할 수 있는 지역 ▲4단계 ‘radiation sick’ : 50~150rem 수준으로, 노출자 대부분이 10년 이내에 사망하고 그 사이 출산한 후손에게서 유전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50%를 넘는 지역 ▲5단계 ‘occupational exposure’ : 5~50rem 수준으로, 사망자는 없지만 대부분의 노출자가 방사선 종사자들의 직업병과 유사한 후유증을 앓게 되는 지역 ▲6단계 ‘general population exposure’ : 0.5~5rem 수준으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설정한 연간 허용치 5mSv 이상에 노출된 지역. 자연 상태 수준을 넘어 어떤 형식으로든 방사선 피해를 입은 경우.
HPAC가 보여주는 이와 같은 피해범위는 세슘과 요오드, 스트론튬 등 원전에서 흘러나올 수 있는 핵종들이 갑상선과 급성폐손상, 골수 손상, 호흡기 흡입 등 인체에 입힐 수 있는 총 9개의 피해 경로를 모두 합한 것이다. 폭발로 인한 화재가 10일 이내에 진압된다면 피폭 수치 역시 이후에는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시간이 더 흐른다고 해도 피해범위가 확대되진 않는다.
분명히 해둘 것은 이 예측치가 매우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최대치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10일의 시간 동안 상당수의 사람이 피해지역 밖으로 대피할 공산이 크지만, HPAC는 이러한 변수를 설정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시뮬레이션 결과에 반영할 수 없었다. 대피속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만약 90% 이상이 현장에서 벗어난다면 아래에서 제시되는 인근 피폭자 수치는 필수 대피인원 규모에 해당할 것이고 실제 피해는 그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원전 주변에는 사고 수습을 위해 상당수 인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고 수십 ㎞ 밖 대도시나 수도권 주민들의 경우 대피율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반대로 HPAC 시뮬레이션에 포함돼 있지 않은 대규모 추가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에서 문제가 된 저장수조 속의 폐연료봉이 대표적이다. 3월 말 한국수력원자력㈜이 민주당 김영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총 1535만개의 폐연료봉 가운데 58%가 각 원전의 수조에 임시 저장돼 있는 상태다. 원자로 폭발사고가 벌어질 경우 이들 폐연료봉이 연쇄적으로 추가화재를 일으켜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을 쏟아낼 수 있지만 이 또한 예측치에는 반영되지 못했음을 밝혀둔다.
영광1호기 폭발 시 주변지역 최대 피해범위 및 피폭인원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전남 서해안에 위치한 영광1호기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 열흘 동안 방사성 물질이 주변지역에 얼마나 퍼져나가는지를 살펴보면, 원전을 중심으로 반경 2.3㎞ 이내에 있던 사람은 현장 사망 수준인 600rem 이상의 1단계 방사선에 피폭되고, 3㎞ 범위에는 2단계, 4.5㎞ 범위에는 3단계, 7.2㎞ 주변까지 4단계 수준의 방사능 물질이 퍼져나간다. 5~50rem 수준인 5단계 방사능 물질은 반경 17㎞, 0.5~5rem(6단계)은 무려 53㎞까지 퍼져 광주광역시까지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HPAC는 여기에 해당 지역의 인구정보를 결합해 수준별로 피해를 보게 될 사람의 숫자도 도출해 보여준다. 반경 2.3㎞ 이내에 있는 2118명은 사망하고, 2979명은 사망 확률이 절반에 이른다. 방사능 물질 누적으로 30일 이내에 사망할 수 있는 사람은 7594명. 피폭 후유증으로 10년 이내에 사망하는 사람은 1만9000명, 사망하지는 않지만 영구적인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는 반경 17㎞ 이내 인원은 11만명이 넘는다. ICRP 허용기준치인 0.5rem 이상의 방사능에 노출되는 인원의 총 규모는 무려 114만명에 달한다.
다음으로 시뮬레이션한 상황은 영광에서 수도권을 향해 초속 3m의 바람이 꾸준히 불었을 경우다. 이 경우 10년 이내 사망하는 수준의 방사능 물질이 고창 지역에 이르고, 지속적인 후유증에 노출되는 범위는 부안, 군산, 서천, 부여, 대천을 넘어 당진에까지 이른다.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5rem 이상의 방사능에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휴전선을 넘어 개성 일부와 황해북도, 강원도 북한 지역까지 상당부분 피해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대부분이 포함된 만큼 ICRP의 허용치 이상으로 피폭되는 인원은 2200만명이 넘는다.
수도권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정밀하게 살펴보자. 수원과 과천, 의왕 등 남서부의 인구밀집 지역은 모두 2.5~3rem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되고, 김포와 서울 서부 절반 가까이에는 2.5~2rem 수준의 방사성 물질이 날아온다. 서울 시내 중심가는 물론 의정부 지역까지 1.5~2rem 구역에 포함되고, 그 외 서울 동부와 경기 북부 대부분은 1~1.5rem의 방사선이 닿는다. 각각 ICRP 허용 기준치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다만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에 따라 영향을 받는 지역의 세부내역과 범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영광1호기 폭발 시 수도권의 피폭량(초속 3m 남풍이 고정적으로 부는 경우 가정)
2. 고리1호기
부산 동해안에 있는 고리1호기에 체르노빌 수준의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상황에서 피해면적 자체는 영광1호기의 경우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여서, 1단계가 반경 1.8㎞, 2단계 2㎞, 3단계 3.7㎞, 4단계 5.7㎞, 5단계 17㎞, 6단계가 38㎞에 달한다.
문제는 마지막 6단계의 경우 인구 밀집지역인 울산과 부산, 김해 등이 상당부분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오염면적은 영광1호기에 비해 좁지만 HPAC가 도출해낸 인명피해 숫자는 훨씬 크다. 일단 3864명이 사망하고, 5323명이 사망확률이 50%에 달하는 방사선에 피폭되며, 1만5200명이 30일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 10년 이내 사망하는 숫자는 무려 3만9100명. 후유증과 유전질환으로 고통 받게 될 경상남도 일대 주민이 24만6000명에 달한다. ICRP 허용기준치인 0.5rem 이상의 방사능에 노출돼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입는 인원의 규모는 총 159만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영광과 마찬가지로 고리1호기에서 수도권을 향해 초속 3m의 바람이 꾸준히 불었을 경우를 상정해보았다. 이 경우 10년 이내 사망할 수 있는 4단계 수준의 방사능 물질이 밀양 일부 지역에까지 이르고, 후유증과 유전질환을 남기는 5단계 방사선은 청도와 대구, 칠곡을 넘어 구미에까지 이른다. ICRP 허용치 이상의 방사능은 경북과 충북을 관통해 경기도 동남부의 여주, 이천, 광주 등을 거쳐 영향을 미치고, 바람 방향에 따라 서울 대부분 지역에도 닿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어떻게든 방사선 피해를 입는 사람의 수는 500만명이 넘는다. 다만 서울 인근까지 날아오는 방사능 물질의 양은 0.5~1rem 수준으로 허용치를 약간 넘는 정도다.
고리1호기 폭발 시 주변지역 최대 피해범위 및 피폭인원
이번에는 경주 인근 동해안에 자리한 월성1호기다. 역시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상황에서는 사망 수준의 1단계 방사능이 반경 1.5㎞, 50% 치사량의 2단계가 1.9㎞, 30일 이내에 사망할 수 있는 3단계는 3㎞, 10년 이내에 사망하는 4단계는 4.9㎞, 5단계는 12㎞, 6단계는 반경 30㎞에 이른다. 전체적으로 볼 때 동일한 조건하에서도 고리나 영광에 비해 피해범위가 약간 작다. 또한 월성1호기의 피해범위 내에도 도시 지역인 경주와 포항, 울산의 일부 지역이 포함되긴 하지만 이 일대의 인구밀도는 높지 않은 편이다.
따라서 HPAC가 도출한 인명피해의 숫자도 상대적으로 적다. 1397명이 현장에서 즉사하고, 1899명이 현장에서 사망할 확률이 50%에 달하는 방사선에 피폭되며, 30일 이내에 사망할 수 있는 인원은 6304명 수준이다. 10년 이내 사망자 숫자는 1만5800명, 후유증에 시달리게 될 경상북도 일대 주민은 10만3000명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람이 불지 않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ICRP 허용기준치가 넘는 방사능에 노출되는 인원의 규모는 총 59만9000명이 될 것이라고 HPAC는분석했다.
월성에서 수도권을 향해 초속 3m의 바람이 꾸준히 불었을 경우를 상정하자, 4단계 수준의 방사능 물질이 25㎞ 이상까지 날아가 경주 시가지 인근에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단계 방사선은 대구와 영천을 거쳐 군위 일부 지역에까지 이르고, ICRP 허용치를 넘는 방사능 물질은 경북 서북부와 충북 동북부를 관통해 0.5~1rem 수준의 방사선이 경기도 남부 지역에까지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든 방사선의 영향 범위 내에 놓이는 사람은 도합 250만명이 수준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월성1호기 폭발 시 주변지역 최대 피해범위 및 피폭인원
4. 울진1호기
끝으로 경북과 강원도의 경계 인근 동해안에 위치한 울진1호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경우를 가정해보았다. 역시 바람 없는 상태를 설정해 방사성 물질이 퍼져나갈 수 있는 범위를 살펴보니 거리 자체는 영광1호기의 경우와 매우 흡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1단계는 반경 2.3㎞, 2단계는 2.7㎞, 3단계는 4.8㎞, 4단계는 6.9㎞, 5단계는 17.2㎞, 6단계는 54.5㎞ 범위다. 북으로는 삼척과 동해, 동으로는 봉화와 영양, 안동 일부가 포함되는 범위지만 인구 밀집지역이나 대도시는 들어있지 않다.
이 때문에 인구 데이터와 결합해 HPAC가 도출한 인명피해의 숫자도 가장 적다. 969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50% 사망확률이 1365명, 30일 이내 사망가능자가 3497명, 10년 이내 사망자가 8824명 수준이다. 5만6800명 내외가 후유증과 유전질환에 시달리게 되고, 허용치를 넘는 방사선에 노출되는 인원은 총 47만명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앞선 경우처럼 수도권으로 초속 3m의 바람이 계속 불었을 경우다. 퍼져나가는 방사능 물질의 양도 많을뿐더러 전체 원자력단지 가운데 서울과의 거리가 가장 짧아 사실상 수도권 전 지역이 피해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우선 4단계 수준의 방사능 물질은 40㎞ 가까이 날아가고, 5단계 방사선 물질은 영월과 제천을 거쳐 원주 일부 지역까지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ICRP 허용치 이상의 방사선은 수도권과 서울, 인천 전역을 관통해 서해에 닿는다. 이 경우 방사선의 영향 범위 내에 놓이는 사람의 수는 총 1900만명 수준이라는 결론이다.
수도권에만 국한해서 살펴보면 광주와 성남 등 동남부 일대는 2~2.5rem, 서울 전체가 1.5~2rem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일산과 김포, 인천 지역에 미치는 방사선은 1~1.5rem에 해당한다. 각각 ICRP 허용 기준치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울진1호기 폭발 시 주변지역 최대 피해범위 및 피폭인원
연구에 따라 편차가 크긴 하지만, 체르노빌 사고의 경우 첫날 최고 수위의 피폭자가 1000여 명에 달하고 총 500만명이 거주하는 지역이 자연 수준 이상의 방사선 피해를 당했다는 게 IAEA와 WHO 등 국제기구 보고서의 결론이다. 평균 10rem 이상의 방사선 노출지역에 60만명이 있었고 사고 이후에도 5rem 이상 지역에 27만명이 살았다는 것. HPAC가 시뮬레이션한 한국의 원전사고에서 체르노빌보다 더 큰 인명 피해가 예상된 것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높은 인구밀도 때문이지만, 바람이 전혀 불지 않거나 최대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을 향해 고정적으로 바람이 부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앞서의 인명피해 수치는 분명 최악에 최악을 거듭한 상황을 가정한 최대치인 것이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한국에서 체르노빌 수준의 초대형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 역시 극히 낮은 것이 사실이다. 2011년 현재 한국 원자력산업의 기술 수준과 관리 노하우는 분명 1986년 당시의 소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고, 원자로의 종류 역시 전혀 다르다. 그러나 그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실제로 사고가 벌어질 경우 얼마나 큰 피해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되고 또 논의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완벽하게 안전한 원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입증된 만큼, 원자력발전이 제공할 수 있는 엄청난 경제적 이익과 장점 못지않게 최악의 시나리오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선택의 기본전제이기 때문이다.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총 전기생산량의 3분의 1, 전체 에너지량의 15%에 달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위험만을 거론하며 원자력발전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굳이 부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간 대부분의 사람은 ‘더 많은 에너지를 더 싸게 이용하는 윤택한 생활’의 뒤에 깔려 있던 잠재적 위험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의 삶을 이어나갈 것인지 아니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더 확실한 안전을 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선택의 문제이고, 그러한 선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정보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를 상정한 피해규모 데이터다. ‘신동아’가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한 결론이 그것이고, 이를 독자 앞에 공개하는 이유 또한 바로 그것이다.
울진1호기 폭발시 수도권의 피폭량 (초속 3m 동풍이 고정적으로 부는 경우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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