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호

미운 오리 소셜커머스, 백조 될까

  • 김지현│IT 칼럼니스트 http://oojoo.co.kr

    입력2011-04-21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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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운 오리 소셜커머스, 백조 될까

    주부 블로거의 공동구매 비즈니스 모델.

    지난해 5월 약관의 청년이 설립한 티켓몬스터라는 공동구매 서비스는 월 매출 200억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어 위메프, 쿠팡 등 거대한 자본을 가진 기업이 속속 참여하고, 미국에서 성장한 그루폰이 한국지사를 설립하며 소셜커머스가 새로운 사업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빠른 성장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기 마련이다. 과연 소셜커머스는 PC통신 시절의 공동구매나 인터넷 카페와 와이프로거의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오픈마켓에 버금가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온라인 커머스 변천사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 중 경제의 원천이 되는 것은 소유욕이다. 가지고 싶어하기에 상거래가 싹트고 이로 인해 경제가 돌아간다. 상거래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다. 그래서 팔고 사는 장터 즉 유통망은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유통을 장악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전통적으로 유통산업은 거대 자본을 가진 기득권자의 소유였다. 대자본이 있어야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동인구가 많은 노른자 땅에 커다란 건물을 지어 판매자들을 입점시킬 수 있다. 그렇다보니 동네 상가나 전통시장보다는 거대 마트와 백화점이 유통을 지배하며 시장을 독점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승자독식의 세상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같은 PC통신이 등장하면서 동호회에서는 공동구매가 성행했다. 판매자는 박리다매의 이득을 노리고, 구매자는 한 번에 많은 사람이 모여 구매력을 발휘함으로써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이러한 공동의 니즈가 만나 공동구매가 싹텄다. 공동구매를 통해 판매자는 한꺼번에 대량 판매를 해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고, 구매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동호회 중심의 이 같은 공동구매로는 지속 성장을 이끌어낼 수 없었다.



    이후 웹의 등장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유통 비즈니스가 싹텄다. 오프라인의 백화점은 온라인 쇼핑몰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자유롭게 만나는 시장은 오픈마켓으로, 벼룩시장은 옥션으로 재해석됐다. 이렇게 등장한 온라인 커머스는 큰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성장한 온라인 쇼핑시장의 규모는 연간 25조원에 육박한다. 오프라인의 백화점 규모가 24조원, 슈퍼마켓 시장이 23조원이니 오프라인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은 이후 제2의 진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과거 PC통신 그리고 카페에서의 공동구매와 같은 작은 커머스가 유명 블로거와 카페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것은 찻잔 속의 작은 태풍일 뿐이다. 옥션·쇼핑몰·오픈마켓과 같은 거대 규모의 유통사업으로 자리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새로운 커머스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소셜쇼핑이라는 이름의 색다른 공동구매, 즉 모바일을 통한 커머스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루폰이라는 소셜커머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루폰은 창사 2년 만에 2010년 매출이 7억6000만달러를 돌파하며 연일 성장 중이다. 웹 기반의 온라인 커머스가 모바일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소셜커머스라는 이름을 달고 2.0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SNS와의 연계 강화

    미운 오리 소셜커머스, 백조 될까

    한국에 진출한 미국 소셜커머스 업체, 그루폰의 홈페이지.

    소셜커머스는 기존의 공동구매와 유사하지만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수백 명의 사용자가 함께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구매가를 낮춘다’는 특징은 같지만, 판매하는 물건의 특징과 구매자 확보 방식 그리고 모바일의 특성에 부합한다는 점이 다르다. 소셜커머스에서 판매되는 물품은 기존 웹에서 판매하던 제품 외에 특정 지역의 음식점 티켓, 놀이공원 이용권 등으로 그 영역이 확대됐다. 또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참여자의 범위를 빠른 속도로 확산할 수 있는 마케팅 소구점(appeal point)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의 소셜커머스는 해외의 정통 소셜커머스처럼 SNS와의 연계성이나 스마트폰에서의 자유로운 사용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소셜커머스의 급격한 성장 요인은 초기 PC통신의 공동구매처럼 큰 폭의 할인율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PC통신과 카페의 공동구매가 오래가지 못했던 것처럼 소셜커머스 역시 단지 할인율로만 소구점을 찾는다면 지속 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실제 국내의 소셜커머스 산업은 수십 곳의 업체가 난립하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업체는 거래액은 늘지만 정작 수익률은 기대 이하이고, 판매자는 마진율이 형편없어 정작 판매를 하고도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판매자나 유통업체는 낙전수익(구매를 하고도 오지 않는 소비자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을 기대하기도 한다. 특히 소비자는 할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받다 보니 제값 주고 서비스를 받는 고객과 다른 대접을 받는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한다.

    판매자는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제품을 대체로 반값 정도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등록한다. 1만원에 팔리던 제품을 5000원에 등록하는 것이다. 그 비용 중 많게는 50%, 적게는 20%가 커머스 업체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다. 즉, 판매자는 1만원에 팔 제품을 2500~4000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자칫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심각한 경우 팔고도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소셜커머스에 제품을 등록하고 오히려 사업이 더 어려워졌다는 판매자들의 불만도 간간이 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소셜 공동구매 서비스인 티켓몬스터는 지난해 240억원의 거래액에 60억원의 수수료를 기록했다. 회사가 지난해 5월 설립된 것에 비춰볼 때 대단한 실적이다. 그루폰의 기업가치가 10조원을 넘어 30조원에 육박하는 것 역시 다른 IT 서비스와 달리 당장의 수익모델과 유통망을 장악하는 기본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 덕분이다. 하지만 2000년대 ‘닷컴 버블’로 잘나가던 기업들이 순식간에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소셜커머스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소셜커머스는 판매자와 구매자, 두 고객군(群)을 상대하는 양면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양쪽 모두에 만족을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두 가지 진화가 필요하다. 첫째는 기존의 공동구매나 오픈마켓이 주지 못하는 쇼핑의 즐거움을 줘야 한다. 그것이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은 아닐 것이다. 손쉬운 검색, 맞춤형 판매 상품 정보 제공, 신뢰도 있는 환불·사후서비스(AS) 정책, SNS와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 특성에 맞는 기능 제공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그루폰과 페이스북의 딜은 기존 온라인 커머스에서 누릴 수 없었던 유용한 기능이 돋보인다.

    미운 오리 소셜커머스, 백조 될까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소셜커머스 플랫폼, 딜.

    판매자가 기다릴 필요 없이 오늘의 특가를 바로 등록할 수 있는 그루폰 스토어, 구매자가 관심 있는 판매자가 올린 그루폰 스토어 목록을 구독할 수 있는 딜피드 등은 그루폰의 새로운 기능이다. 또한 페이스북은 소셜커머스를 위한 딜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를 이용하면 페이스북의 파트너들이 주, 월 단위로 딜 플랫폼에 다양한 상품을 등록하고 거래할 수 있다.

    둘째는 이미 상품력과 시장 지배력, 기득권을 갖춘 파워 판매자들이 지속적으로 소셜커머스를 이용하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시장이 안정기, 성숙기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영향력을 갖춘 판매자가 플랫폼을 떠나지 않고 안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판매자가 안정적으로 입점해서 상품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즉 거래액을 분배하는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 외에 광고 비즈니스 모델 구축도 필요하다.

    아무쪼록 한국의 소셜커머스가 무늬만 소셜이 아닌, 진정한 새로운 커머스 2.0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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