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에 미친 남자가 많아지고 있다. 경기를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치고 달리는 데까지 나아간 이들이다. 전국적으로 10만명 이상의 동호인이 주말이면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우승 이후 일기 시작한 사회인 야구 열풍은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를 일으켜 야구 용품 산업, 야구 관련 교육 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야구에 푹 빠진 대한민국의 오늘을 취재했다.

“남자들은 애나 어른이나 야구에 대한 로망을 품고 사는 것 같아요. 저는 아내에게 ‘토요일엔 하루 종일 야구만 한다’는 조건을 걸고 프러포즈했어요. 그 덕분에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야구를 하고 있죠. 주변 친구들은 주말마다 야구에 푹 빠져 살 수 있는 저를 다들 부러워합니다.”

4월4일 서울 경기고 운동장에서 만난 박준(38·배우)씨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사회인 야구단 ‘야단’ 소속 유격수인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야구에 빠졌다. 친구들과 동네 공터를 주름잡던 시절, 부모님을 졸라 가슴에 ‘화랑’이라고 적힌 야구복을 사 입은 기억은 지금 돌아봐도 짜릿하다. “그때 친구 중에 유니폼을 갖춰 입은 사람은 나 하나였다”는 목소리에서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이날 경기고에서는 ‘야단’과 또 다른 사회인 야구단 ‘지원사랑’의 경기가 펼쳐졌다. 2005년과 2009년 각각 창단한 두 팀은 현재 사회인 야구 리그 ‘한리그’ 소속 11개 팀 중 1·2위를 다투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런 리그와 팀이 몇 개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수시로 팀이 창단되고 해체되기 때문. 사회인야구단연합회를 비롯한 리그 운영 업체들은 대략 1만1000개 정도의 팀이 운영 중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팀당 최소 10명에서 최대 30명 정도의 선수가 뛰는 걸 감안해 평균 20명으로 계산하면 사회인 야구단에 소속된 선수는 20만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전국 규모 야구대회는 약 30개. 뜨거운 야구 열기를 실감할 만하다.

3월31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신생 프로야구단 창단을 발표하며 “2009년 WBC(World Baseball Classic)에서 우리나라가 준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두근거림을 느꼈다. 그때부터 구단주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획득과 WBC 준우승은 김 대표뿐 아니라 대한민국 많은 야구팬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김 대표가 ‘보며 즐기는’ 야구에서 벗어나 프로팀 창단을 꿈꾼 것처럼, 많은 이가 ‘직접 뛰는 야구’에 몸을 던졌다. 대한민국에 아마추어 야구팀 수가 급증한 것도 이때부터다. 2009년 KBS가 최강 사회인 야구단을 꿈꾸는 남자들의 도전을 그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을 방송한 것도 이 열기를 더욱 북돋웠다. ‘천하무적 야구단’ 선수들이 전국을 돌며 지역 사회인 야구단과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며 일반인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품었다.

“열정만큼은 프로페셔널”



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서 야구를 익혔고, 수십 년 동안 야구 경기를 관람해온 이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야단’은 현재 2개 리그에 소속돼 있다. 한 리그의 경기는 보통 격주로 열리는데 멤버들이 토요일마다 야구를 하고 싶어 2개 리그에 등록한 것이다. 실력 역시 아마추어 수준 이상이다.

1회 초 ‘야단’의 공격. 주자 2루 상황에서 경쾌한 방망이 소리와 함께 공이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뚫고 좌측 깊숙이 날아갔다. 양 팀 선수들이 숨을 멈춘 채 공의 행방을 주시하던 것도 잠시, 홈런성으로 보이던 타구가 ‘지원사랑’ 좌익수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면서 ‘야단’ 더그아웃에선 탄식이 쏟아졌다. “사회인 야구단에서 그런 공을 잡아도 되는 거야?”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이날 경기는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야단’의 13대9 승리로 마무리됐다.

지난해 ‘한리그’ 타격왕을 차지한 강타자 박준씨는 “올 시즌 치른 세 경기에서 무안타 상태라 신경이 쓰였는데 오늘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며 부진에서 벗어났다.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엎치락뒤치락하다 3점차로 패한 ‘지원사랑’ 박철민(44·배우) 감독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경기가 있는 날 촬영 스케줄이 잡히면 핑계를 꾸며대고 야구장으로 달려갈 만큼 야구 마니아라는 그는 “시합을 앞둔 날은 어릴 적 소풍 가기 전날 같은 설렘을 느낀다. 소풍 배낭에 과자를 넣었다 뺐다 하고 날씨를 살피며 잠 못 이루던 그런 동심을 이 나이에 어디에서 또 느끼겠는가”라며 웃었다.



‘지원사랑’이라는 이 팀의 명칭은 배우 엄지원(34)씨의 이름에서 따온 것. 2007년 개봉한 야구영화 ‘스카우트’의 배우·스태프들이 의기투합해 지인들과 더불어 만든 야구단이기 때문이다. 당시 주연배우였던 엄씨는 기꺼이 이름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지원사랑’ 구단주도 맡고 있다. 박 감독은 “‘스카우트’가 평론가들 반응은 꽤 좋았는데 흥행에 참패했다. 그때 함께 작업한 김현석 감독과 엄지원씨, 나 세 사람이 술을 마시다 야구단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창단 첫해 6위를 기록하며 리그 플레이오프전에 올라간 ‘지원사랑’은 뒷심을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며 순항 중이다.

리그 단위로 치열한 우승 경쟁

국민생활체육회 산하 전국야구연합회(이하 연합회) 측에 따르면 사회인 야구가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건 20여 년 전. 그러나 베이징올림픽 전까지 연합회에 등록된 사회인 야구단 수는 전국적으로 2640개 팀, 등록선수는 6만6000명이었다. 이후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해 현재는 5200개 팀, 10만여 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다. 연합회가 주최하는 전국 규모 대회는 국민생활체육회장기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배 등 12개가 있고 대회마다 약 30개 팀이 출전한다.

사회인 야구단이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이는 리그는 1년을 기준으로 운영된다. 2~3월경 소속 팀 모집이 끝나면 시즌이 개막되고 그해 10~11월이면 막을 내린다. 사회인 야구단 중 특정 리그에 소속돼 활동하는 팀은 약 6000~7000개로 추산되는데, 리그 소속 팀은 연간 12~14게임을 뛰게 된다.

전국에 있는 1만1000개 정도의 야구단 가운데 절반 정도만 리그에 소속될 수 있기 때문에 리그에 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일정 수준의 야구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리그 등록은 꿈도 꾸지 못한다. 지난해 5월 한 인터넷 쇼핑몰이 주최한 사회인 야구대회의 경우 128개 팀 선정에 6400여 개 팀이 지원해 5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사회인 야구단 사이에서는 “리그 우승보다 리그 참여가 더 어렵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사회인 야구단은 동창, 인터넷 동호회, 직장 동료, 친구와 지인 등 다양한 인맥을 중심으로 결성된다. 문인 야구단, 국회의원 야구단, 연예인 야구단, 시니어 야구단, 장애우 야구단, 여자 야구단 등 면면도 다양하다. 최소 10명의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이들은 야구 관련 카페 등을 통해 선수 영입에 나서기도 한다.

사회인 야구단 전용 야구장인 인천 IPA볼파크 김대웅(34) 대표는 “우리 리그 소속 팀은 50개로 주말마다 경기를 치른다. 가끔 번외경기로 리그에 속하지 않은 일반 팀에도 경기장을 대관하는데 그때 보면 사회인 야구가 각계각층에서 얼마나 큰 인기를 끌고 있는지 실감한다”고 했다. 그가 소개한 일화 한 토막. 어느 날 조직폭력배로 구성된 야구팀이 구장을 대관했다. 경기 도중 비교적 매너 있게 굴던 이들은 타석에 선 ‘형님’이 상대 투수의 공에 맞는 순간 전부 그라운드로 달려 나와 ‘형님 괜찮으시냐’며 수선을 피웠다. 이후 경기 진행 내내 심판도, 상대 팀도 엄청 떨었다.

땀 흘리는 쾌감, 승부의 짜릿함

사회인 야구단에서 뛰는 선수들의 나이는 주로 30~40대. 1980년대 초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아버지 손에 이끌려 야구장을 찾았던 아이들이 이제 아버지 세대가 돼 그라운드를 누비는 셈이다.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청룡기와 봉황대기 등 고교야구 열기도 뜨거웠던 그 시절 동대문운동장과 잠실야구장을 찾아 열광하던 이들에게 야구는 잊지 못할 추억과 향수의 대상이다. 김 대표는 “젊은 아빠들은 과거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듯 자녀들을 야구장에 데려온다. 하지만 이제는 나란히 앉아 관람하지 않고 자신이 선수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사회인 야구 마니아들은 “선수가 되어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야구는 ‘보는 야구’보다 훨씬 재미있고 매력적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2000여 개의 팀을 회원으로 둔 전국사회인야구연합회 회장이자 사업가인 성상민(39)씨는 대구 지역 야구단 ‘마당놀이’에서 2루수와 유격수로 뛰고 있다. 그는 “시합을 앞둔 금요일 밤은 잠을 못 잔다. 주말이 지나면 월요일 아침부터 다음 주말을 기다린다. 안타 치는 순간의 짜릿함, 안타성 타구를 잡아냈을 때의 희열에 빠지면 거의 중독 수준이 된다”고 했다.

한국방송아카데미 교수로 ‘야단’의 감독과 중견수를 맡고 있는 손석우(40)씨는 “야구의 진짜 매력은 전체가 하나가 될 때 나오는 힘에 의해 승패가 좌우된다는 점”이라고 했다. ‘야단’의 박준씨도 “그라운드에 선 선수 9명 모두가 조화롭게 뛰어야 승리하는 게 야구다. 조화 속에서 작은 공 하나를 두고 일희일비가 교차하는 점이 매력적이다. 수비를 할 때 글러브로 공을 받는 순간의 팽팽한 긴장감도 좋다”고 했다. 손씨 역시 ‘긴장감’을 야구의 또 다른 재미로 꼽는다. 야구는 투수의 손에서 시작돼 투수의 손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다. 손씨는 “야구 경기에서 투수는 그 어느 포지션보다 높은 긴장감을 느낀다. 그런 부담감 때문에 연습 때는 잘하다가 마운드에만 서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삼진을 잡는 순간의 짜릿함 같은 게 있어 더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창단 한 달 만에 유니폼과 야구화도 없이 치른 친선경기가 기억나요. 상대 팀은 우리와 달리 유니폼을 다 갖춰 입었고 구력도 꽤 있어 보였는데 그 시합에서 우리가 이겼어요. 그때 희열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승패가 주는 그런 자극 때문에 야구에 더 미치는 것 같아요.”

유통업체 대리점 사장으로 사회인 야구단 ‘고려워터스’의 감독 겸 1루수를 맡고 있는 남순복(43)씨는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는 동안 생기는 끈끈한 우애’를 야구의 매력으로 꼽았다.

1985년생 소띠 친구들이 뭉쳐 결성한 인천 지역 사회인 야구단 ‘연안85카우보이즈’의 단장 겸 포수 또는 1루수 이진우(26)씨는 “공 하나하나가 유발하는 긴장감, 매순간 발생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섬세한 플레이가 좋다”고 했다. 2008년 11월 팀 결성 후 벌써 세 번이나 홈런을 쳤다는 이씨는 “그 짜릿함을 한 번 경험하고 나면 헤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 강습 등 관련 산업 부상

야구가 좋아 취미 삼아 시작하는 것이 사회인 야구지만, 리그에 소속돼 경기를 치르면 그때부터 개인 성적이 빠짐없이 기록되기 때문에 야구는 더 이상 취미가 되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슬라이딩으로 무릎인대가 파열되거나 데드볼에 맞아 멍이 들어도 부상 사실을 숨기고 뛰는 선수가 많다. 김대웅씨는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다음 타석에 또 나오는 친구들이 있다. 또 경기 스코어가 10대0이 돼도 개인 기록과 팀 기록 때문에 결코 지는 팀을 봐주지 않는다. 경기를 하다보면 다들 죽기 살기가 되는 것”이라며 웃었다.

야구 실력을 쌓기 위해 개인 또는 팀 단위로 야구 교실을 찾는 이도 많아지고 있다.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투수 출신인 최재호(38)씨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야구교실을 대구에서 운영 중이다. 현역시절 신인 최다승과 올스타전 올스타에 선정되며 명성을 날린 그는 은퇴 후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대표 투수코치를 거쳐 현재 야구 꿈나무와 사회인 야구 선수를 길러내고 있다. 2008년 1월 야구교실 개설 이후 그를 거쳐 간 사회인 야구단 제자는 2000명 정도. 현재 레슨을 받고 있는 사람도 100여 명에 달한다. 연령층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 대부분이고, 직업은 일반 회사원이 가장 많지만 공무원과 경찰, 의사 등도 있다. 최씨는 “6개월 정도 가르친 60대 초반 선수가 리그 다승왕을 차지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투수와 야수를 모두 길러내는 최 코치가 레슨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스윙. 그는 “야구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든, 좀 더 잘하려고 오는 사람이든 대부분 야구할 수 있는 몸이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공을 던지고 치는 훈련을 많이 시킨다. 순발력을 기르는 훈련도 집중적으로 한다”고 했다.

중독 수준의 야구 마니아 중에는 경기가 없는 겨울철에 운동을 쉬었다가 실력이 녹슬까봐 자체적으로 동계 훈련을 하는 이들도 있다. 배팅, 투구 등이 가능한 설비를 갖춰 놓은 일명 ‘하우스’라 불리는 비닐하우스나 가건물 실내야구장에서 개인 훈련에 열정을 쏟는 이들이다. 전국 규모 야구대회 출전을 목표로 1인당 수십만원의 경비를 들여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거나 현지 아마추어 팀과 친선경기를 하는 팀들도 있다. 여행사들은 이들을 겨냥해 일본·필리핀 등 해외로 떠나는 야구 투어 상품을 출시해 손님을 끌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 코치를 동반해 현지에서 레슨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친선게임을 통한 훈련 프로그램도 제공하는 스포츠 관련 전문여행사까지 등장했다.



사회인 야구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도 생겼다. 최근 ‘양평군수배 사회인야구대회’를 개막한 경기도 양평군은 생활야구 활성화를 위해 강상야구장에 전광판과 이동식스탠드를 설치하는 등 시설 개선에 힘을 쏟았다. 내년에는 추가로 야구장을 건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경남 통영시는 3억7500만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지역 사회인야구협의회가 10년 넘게 염원해온 명정야구장을 만들어 지난해 3월 개막식을 치렀다. 2009년 전남 강진군에 개장한 강진베이스볼파크는 야구장 시설전문 업체 대표가 강진군의 지원을 받아 지은 것이다. 4개로 구성된 야구장 시설은 사회인 야구단이 연중무휴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난지한강공원에 난지야구장이 개장돼 그동안 한강 둔치나 학교 운동장을 주로 사용하던 사회인 야구단들의 환호를 받았다.

인천 중구 신흥동 아암물류단지에 자리잡은 IPA 볼파크는 인천항만공사가 지난해 말 완공해 입찰방식으로 운영업체를 선정한 곳. 잔디구장에 야간 조명시설까지 갖춰 사회인 야구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김대웅씨는 “항만공사 사장님이 야구에 관심이 많다. 현재 야구장 자리가 원래는 공원부지였는데 주변에 주택가가 별로 없어 야구 활성화 차원에서 사회인 야구단을 위한 야구장으로 지었다”고 했다. 그는 “경기를 보러 야구장을 찾는 선수 가족들을 위해 유아방을 꾸미고, 아이와 아빠가 공을 주고받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실내야구장도 만들었다. 앞으로 포토존에 가족사진을 전시하는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사회인 야구 경기장 증설 목소리

스포츠 관련 사업을 하는 임창진(42)씨는 지난해 초 경기도 가평군에 사비 1억여 원을 들여 야구장을 짓고 사회인 야구단 리그인 ‘UB 리그’를 출범시켰다. 임씨는 “현재 리그에 68개 팀이 소속돼 있으며 운영을 다른 업체에 위탁해둔 상태”라고 했다. 한편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프로야구단 ‘넥센히어로즈’ 출범을 기념해 사회인 야구단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넥센타이어 홈페이지에 사회인 야구단을 소개한 뒤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팀을 선정해 경품을 증정한 것. 모바일 게임업체 ‘EA모바일’은 최근 300만원의 상금을 걸고 제1회 EA컵 전국 사회인 야구대회를 개최해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야구용품 관련 유통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경쟁적으로 늘고, 서점에선 골프와 축구 서적을 제치고 야구 관련 책이 스포츠 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 전국에서 야구장 건설이 이어지고, 운동장 대관비로 해마다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는 학교가 나오는 등 사회인 야구단의 폭발적 증가세가 우리 사회 곳곳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회인 야구단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며 우수카페로 선정된 인터넷 야구용품 쇼핑몰 ‘야구용품싸게사기(야용사·http://cafe.daum.net/baseballsale)’는 회원 수가 25만명에 육박한다. 하루 방문자 수만 4만~5만명에 달하는 이곳에서 회원들은 각종 야구 관련 신상품을 구매할 뿐 아니라 중고용품을 사고파는 벼룩시장, 물물교환 시스템 등도 운영한다. 이권(41) ‘야용사’ 실장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매출이 2배로 늘었다. 지금도 하루 1000건 이상 거래가 이루어질 정도로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 사회인 야구단이 늘면서 야구용품 판매 사업이 잘되다보니 최근 이쪽으로 진출한 업체가 많아져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회인 야구 마니아들이 가장 바라는 야구장 증설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야구 마니아들은 “전국적으로 일반인이 야구를 할 수 있는 그라운드는 600개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별다른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학교 운동장을 빌리는 것조차 여의치 않아 상당수 야구단이 “이번 주는 어디서 야구를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사회인 야구단들이 리그 등록에 매달리는 이유는 리그 운영자들이 연간 300만원 안팎의 대관비를 내고 운동장을 확보해 최소한 장소 걱정 없이 게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상민 전국사회인야구연합회장은 “하천 부지도 사회인 야구단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인데 최근 4대강 개발 때문에 대구·경북 지역 야구단이 많이 이용하던 낙동강 주변 장소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정식 야구장이 아닌 곳은 땅이 고르지 않아 불규칙 바운드로 인한 부상 위험이 늘 따른다. 학교 운동장이나 공터라고 해서 무조건 야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이가 야구를 즐기는 만큼 플레이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