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호

의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

  • 입력2011-04-20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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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

    음식도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

    우리 땅에서 나는 신선하고 깨끗한 농산물이 우리 몸에 맞다’는 뜻을 담고 있는 토물기완(土物氣完)의 논리는 우리 역사 속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조선 초기 ‘향약제생집성방서’는 “그 지방에서 산출하는 물건은 완전한 기를 갖추고 있다. 먼 곳의 오래되어 썩고 좀이 나서 약 기운이 다 나간 것보다 병을 고치는 데 반드시 힘은 적게 들고 효력은 빠르다”고 기술하고 있다. 세종 때 발간된 ‘향약집성방’은 그 같은 논리를 더욱 확신을 갖고 기술한 것이다.

    “민간의 옛 늙은이가 한 가지 약초로 한 병을 치료하여 신통한 효력을 보는 것은 그 땅의 성질에 적당한 약과 병이 서로 맞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물론 ‘토물기완’이 언제나 정답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 모든 농산물에 최적의 조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실제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약재 중 대표적인 외국산이 바로 ‘감초’다. 가장 대중적이고 흔한 감초조차 우리 땅에선 잘 자라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는 음식도 의약학의 연장선에 두고 다룬다. 그래서 ‘의학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뜻의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말로 섭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기에 대한 처방만 봐도 그렇다. ‘약은 약이고 음식은 음식’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현대의학은 음식이 가진 영양과 칼로리에만 집중하다보니 감기에 좋은 음식, 감기에 나쁜 음식 같은 개념이 없다.

    섭생의 중요성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의 배설을 촉진하는 음식에 많은 관심을 둔다. 감기 환자에게 콩나물국이나 김칫국, 생강차 등을 권한다. 한의학에서는 칼로리가 높은 고기나 달걀이 소화기관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적(감기)과의 전쟁에 필요한 에너지의 보급에 차질을 준다고 염려한다. 이런 경우 ‘의식동원’은 ‘내 몸에 맞는 병의 치료나 예방에 효과가 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적극적 의미로 해석된다.

    그래서 음식을 먹을 때도 약을 먹을 때처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턱대고 먹었다가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토리나 생감에는 타닌이라는 떫은맛의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성분은 도토리나 생감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독(毒)이다. 도토리를 좋아하는 다람쥐조차 도토리가 땅에 떨어지면 흙과 섞여 이 독(타닌)이 제거되기를 기다려 먹는다. 그냥 먹으면 두말할 나위 없이 치명적인 독이 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매실은 대부분 완숙하기 전의 과실을 소금에 담갔다가 말리거나 증기에 쪄서 말려서 땀이 나거나 기침설사가 심할 때 사용한다. 씨앗이 만들어지기 전의 매실은 새끼를 밴 개처럼 가장 사나운 독을 품고 있다. 메밀도 혈압이 높은 사람이나 더운 체질의 사람이 먹으면 혈관벽도 튼튼해지고 음양의 균형이 맞지만, 냉한 체질이나 혈압이 낮은 사람은 설사를 하거나 더욱 더 냉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의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
    李 相 坤

    1965년 경북 경주 출생

    現 갑산한의원 원장, 대한한의사협회 외관과학회 이사, 한의학 박사

    前 대구한의대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

    저서 : ‘콧속에 건강이 보인다’ ‘코 박사의 코 이야기’


    식품이 약에 가까울수록 먹어서 좋은 사람과 안 될 사람의 편차가 생기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효험을 봤다고 해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각자의 개인차를 알아내는 것은 자기에 대한 고민과 관심에서 출발한다. 건강은 절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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