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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군사개입과 석유 패권

검은 대륙 향한 미국·유럽·중국의 세력다툼 결정판

  • 김중관│동국대 교수·국제통상학 marcojk@hanmail.net

리비아 군사개입과 석유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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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살을 막기 위한 인도주의적 개입.’
  • 그러나 명분은 명분일 뿐이다. 리비아에 대한 서방의 강도 높은 군사개입에 어떠한 이해관계가 깔려 있는지 가늠해보는 일 역시 낯선 작업은 아니다. 이번 공습의 배경에 리비아 석유산업 민영화를 통해 아프리카 전체에 대한 자원 지배권을 재편하려는 다국적 에너지 자본의 뜻이 숨어 있다는 주장을 소개한다. 이러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 세계전략과 맞아떨어져 현재 상황으로 이어졌다는 것.
  • 특히 이번 공습에 동참한 국가들 사이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을 분석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편집자>
리비아 군사개입과 석유 패권

3월19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리비아 관련 주요국 회의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유엔의 비행금지구역 설정부터 공습에 이르기까지 양국은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종일관 주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10년, 이라크 전쟁 8년 만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리비아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으로부터 시작된 중동의 민주화 바람은 이제 리비아 사태에 서방국가들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석유개발의 기존 계약관계가 붕괴된 리비아의 유전에서 자국의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리비아의 분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2003년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침공했던 과정과도 유사하다. 다만 이라크의 경우는 수년에 걸쳐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정보를 조작해가며 개입의 명분과 상황을 만들어왔지만, 리비아에는 일단 자생적으로 상황이 발생한 후에 워게임 시뮬레이션을 적용했다는 점이 차이일 것이다. 또한 이번 서방의 군사개입은 해당 국가 무기산업의 재고 처리 시점과도 관계가 있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작전에는 이렇듯 명확한 목표와 전략이 있고 공습만으로는 리비아 사태의 장악이 어렵기 때문에, 다국적군은 앞으로도 지상군 투입과 리비아 점령 시도를 포함해 개입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의 이면에는 석유를 둘러싼 패권을 놓고 각국이 벌이는 줄다리기가 숨어 있다. 이미 중국은 미국이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세계에 인플레이션과 정치 혼란을 조장하고 있으며 리비아에서 국제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 글에서는 리비아 개입과 석유, 무기산업의 상관관계를 포함해 이번 군사작전에 얽힌 서방의 이해관계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 연장선 위에서 다국적군과 카다피의 힘겨루기를 해부함으로써 향후 리비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접근해보겠다.

단기 수급안정을 넘어



내란이 일어나기 전 리비아 내의 석유 개발에 참여하고 있던 외국계 석유기업으로는 영국의 석유 메이저 BP(British Petroleum), 프랑스의 토탈(Total), 이탈리아 ENI, 중국석유연합(CNPC), 스페인 석유연합(REPSOL), 미국의 엑손모빌(Exxon Mobil), 쉐브론(Chevron), 옥시덴탈석유(Occidental Petroleum), 헤스(Hess), 코노코필립(Conoco Phillips)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미국계인 쉐브론과 옥시덴탈석유는 이미 2010년 10월에 리비아의 석유, 가스개발권을 갱신하지 않고 떠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반면 독일계 석유자본은 리비아 석유공사(NOC)와 석유개발 및 생산 공유에 대한 광범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의 정유공장은 리비아 경질유 수입에 크게 의존해왔다. 리비아 석유의 85%가 유럽 국가들에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리비아 사태가 심각해지면 유럽 국가의 석유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심각한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이탈리아 석유수요의 30%와 천연가스의 10%가 리비아에서 수입되기 때문이다. 리비아산(産) 가스는 지중해의 그린스트림(Green stream)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운송된다.

이러한 배경을 들어 그간에는 이번 군사작전의 핵심목표가 리비아 석유생산의 안정화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틀은 현재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다국적군이 군사적 지원으로 조속한 안정화를 이뤄 석유수급을 정상화하길 원한다는 논리만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카다피 정권 역시 지난 수년 동안 강대국 석유자본에 협조적이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노르웨이의 석유회사들은 그간 카다피 정부와 협력하면서 리비아 석유산업에 참여해왔다. 물론 리비아에 유전이 없었다면 다국적군의 적극 개입도 없었겠지만, 이는 안정적인 석유수급을 넘어 ‘유전과 연계된 패권의 장악’이라는 틀로 설명해야만 이해가 가능하다. 우선은 리비아의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지만, 다음으로는 반정부군이 집권하도록 유도한 뒤 현재 리비아의 국영 석유체제를 와해시키는 것이 이들 국가의 장기적인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리비아 석유공사는 세계 25위 수준의 거대한 석유기업으로, 이를 해체하는 것은 국가 소유의 석유를 민영화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다시 말해 리비아 석유자원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소유권을 이라크에서처럼 해체해 자국의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이에 참여하거나 장악하도록 만드는 것이 서방국가들의 가장 큰 목표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리비아에 대한 군사작전은 2003년 이라크 침공과 마찬가지로 세계 석유재벌들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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