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오라는 이름이 국민 뇌리에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지난해 6월경. 서울 양천서 강력팀 경찰관 5명이 피의자 6명에게 수갑을 채운 채 팔을 꺾어 올리는 이른바 ‘날개꺾기’ 고문 등 가혹행위 혐의가 드러났고, 곧이어 채수창 당시 강북경찰서장이 ‘양천서 사건은 과도한 실적주의의 산물’이라며 조현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퇴진을 요구한 ‘항명파동’이 그 발단이었다.
8·8 개각으로 경찰청장에 내정된 이후 그의 이름 석 자는 더욱 깊이 각인됐다. 서울경찰청장 시절이던 2010년 3월31일 서울청 소속 5개 기동단 팀장급 464명을 대상으로 한 특강 동영상이 보도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천안함 유족의 ‘동물처럼 울부짖는 모습’ 발언은 청문회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올 1월 ‘함바 비리’까지 감안하면 역대 경찰청장 중 조 청장처럼 취임 전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경찰청장도 드물다. 그러나 거기까지. 더 이상 경찰 관련 뉴스는 드물었다.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잘한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4월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장 접견실에서 만난 조현오(56) 경찰청장은 평온한 낯빛이었다.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카락과 굵은 목소리, 주먹을 쥐면 툭 튀어나오는 정권(正拳)은 그의 성품과 무골 기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임명되지 못할 사람이 임명됐다”는 말로 시작한 인터뷰는 쉬는 시간 없이 작은 수첩과 물 두 잔을 앞에 놓고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열심히, 마음 편하게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경찰청장에 내정되자마자 ‘동영상 차명계좌’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습니까. 저는 임명되지 못할 사람이 임명됐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하고 있다고 봅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지 못하면 언제든 물러날 각오입니다.”
“감동 주지 못한 경찰활동 해왔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머릿속에 담아 온 듯했다. 처음 1시간가량의 인터뷰는 그렇게 그가 준비한 얘기로 채워졌다.
“국회에서 이런 얘기를했더니 비아냥거리는 국회의원도 있었지만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처럼 유능한 경찰이 없어요. 4대 범죄만 놓고 보더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7개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범죄 발생률은 5분의 1 수준, 강도사건은 11분의 1 수준입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는 경찰이 완벽에 가깝게 뒷받침했습니다. 미국 신문도 한국 경찰의 집회 시위 관리능력을 배워야 한다고 썼습니다. 경찰 본연의 의무가 강력범죄를 막고 사회질서를 잡는 거 아닙니까. 경찰의 봉사와 희생으로 우리 치안이 유지되고 있다고 봅니다.”
▼ 국민도 그렇게 본다고 생각하십니까?
“국민이 경찰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느냐. 행태가 좋지 않아서 그래요. 경찰은 그동안 상사가 시키니까 기계적으로 해왔습니다. 인정합니다. 어떻게 잘하고 필요한 일을 하기보다는 무조건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도 있었어요. 일은 열심히 하고, 완벽한 치안상태 유지했지만 감동을 주지 못한, 그런 경찰활동을 했다 이겁니다. 이건 계급 높은 사람들의 잘못입니다. 원죄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