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호

“GTX는 청계천보다 더 낫다 이걸 창안한 사람으로 역사에 기억되고 싶어”

김문수 경기도지사 인터뷰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1-04-21 10: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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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TX는 청계천보다 더 낫다 이걸 창안한 사람으로 역사에 기억되고 싶어”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800m쯤 떨어진 곳에 도지사 공관이 있다. 김문수 지사와 가족이 살고 있는 곳이다. 대문이 열리는 틈으로 강아지 한 마리가 쪼르르 나온다. 안으로 들어서자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눈에 들어온다. 군데군데 꽃, 나무가 봄이 왔음을 알린다. 커다란 통유리로 정원이 내다보이는 공관 1층 접견실에서 김 지사를 기다렸다. 실내 어딘가에서 그가 외출하는 딸과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예식장에 가고 없다”는 등 주말에 어느 집안에서나 나올 법한 일상적인 이야기들이었다.

    잠시 후 그가 나타났다. 반갑게 악수를 청하더니 생수병을 따서 기자의 잔에 따른다. 이어 자기 잔에 따른다. 그 모습을 보니 일본에서 원전 폭발 후 생수 품귀현상이 일어난 일이 연상됐다. 그에게 일본의 재난에 대한 감상부터 물어봤다. 그와의 인터뷰에선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질문하거나 말꼬리를 계속 잇거나 논점을 왔다갔다 해도 된다. 사실 그게 사람들이 일상에서 대화하는 방식인데 그는 이런 자연스러움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단한 나라 아닌가요? 중국에서 지진 나고 일본에서 지진 나도 우린 안 나니까. 굉장히 지금 감사하죠”라고 말한다. 이어 “우리 경기소방을 포함해 120명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일본에 가서 가장 늦게 나왔어요. 경기도 공무원들도 3500만원을 모금해 드렸고. 이런 성숙한 모습이 자랑스러워요”라고 했다.

    아무것도 없어요. 연금도, 현금도…

    ▼ 이재민들을 보니 안타깝던데요. 특히 나이 든 분들이나 아이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의 노인복지나 공교육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드네요.



    “우리나라 복지 중에 가장 큰 문제가 노인복지죠. 우리나라 노인의 70%가 빈곤층입니다. 또 노인 자살률이 세계 1위입니다. 이들이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을 성공한 나라로 만들었는데, 세계에서 공이 가장 많은 사람들인데 자살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국민연금제도라든지 이런 것들을 다시 봐야 합니다. 공무원들은 자살하는 사람이 많지 않죠?”

    ▼ 아마 그럴 겁니다.

    “공무원 중에 자살하는 사람, 난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 공무원 연금 아까워서라도 안 죽지. 선진국을 보면 나이가 들면 행복도 커져요. 연금으로 충분히 생활이 되고 주변에서 존중해주면 안 죽습니다. 반면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기다려지는 게 없어요. 살기 힘들고, 거기에다 질병에 걸리고, 또 자식이 사업에라도 실패했다, 이러면 차라리 죽자 이렇게 되는 거죠. 이걸 막으려면 국가가 국민연금이나 노인연금을 조금 강화해줘야 하겠죠.”

    ▼ 도지사께선 노후대책이 어떠한가요?

    “나는 아무것도 없어요. 나이가 들어가니까 조금 두려워지기는 합니다. 겁도 좀, 솔직히. 나는 연금도 없어요. 연금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재산도 없고 현금도 없고.”

    ▼ 성장이냐, 복지냐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죠. 복지를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 같네요.

    “나는 재산이 별로 없지만 나보다 어려운 사람 보면 내 주머니 있는 것 다 내줬어요. 나는 그렇게 살았습니다. 이런 정신이 정책으로 현실화된 것이 바로 ‘무한돌봄’이죠. 대한민국 대표 복지브랜드가 되고 있어요.”

    ▼ 다른 복지사업과 어떻게 다르죠?

    “보통 급식, 진료, 주거 이런 것들이 따로따로 되어 있잖아요. 우린 이를 통합해 한 개인이 전반적으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제공해주는 거죠. 공공예산뿐만 아니라 민간의 기부와 참여를 통해서요. 무한돌봄은 우리나라가 가야 할 복지의 이상모델이라고 봅니다. 지금도 계속 발전 중이죠.”

    이어 그는 공교육을 강하게 비판한다. “내가 (대통령) 하면 싹 바꿔버려요”라고 했다.

    “지금의 초중고교 교육이 선생님 위주죠. 선생님이 편한 교육입니다. 직장 다니는 엄마는 퇴근 안 하는데 아이에게 오후 1시만 되면 집에 가라고 해요. 그럼 어디 가나요? 학원가를 전전하거나 혼자 지냅니다. 대신 선생님은 자기 마음대로 다녀요. 이걸 고쳐야 해요. 내가 (대통령) 하면 완전히 대혁명이 일어나도록 할 겁니다. 볼 것도 없이 아이들 위주로 가야 해요. 도청도 바꿨어요. 공무원들이 죽을 판이지만 시민이 원하면 밤에도 여권 만들어 줘요. 학교도 못할 게 없죠.”

    “내가 하면 싹 바꿔버려요”

    민주당 소속 서울시교육감과 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을 단행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민들에게 전면 무상급식 반대를 묻는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목표한 서명을 채우면 실제로 투표를 단행할 태세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서울시 주요사업 예산 대부분을 삭감하는 등 양자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 서울과 달리 지사께선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 문제를 도의회와 타협했는데….

    “아이들에게 밥 주는 문제죠. 돈만 있으면 밥 주는 건 좋은 거 아닌가요? 우리는 친환경급식비 400억원을 내놓고 나머지는 도교육청과 시청이 부담하라고 했어요. 시행해보니 아이들이 좋아하고 큰 문제가 없습니다.”

    ▼ 마음대로 해보라고 해도 그렇게 전면 무상급식 할 건가요?

    “물론 밥 먹이는 일보다 더 효과적인 일에, 예컨대 방과 후 학교나 꿈나무 안심학교 같은 데에 쓰겠어요. 그러나 현실이 내 맘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도의회도 민주당이 다수이고 교육청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나마 우리 경기도에서는 서로 간에 원만히 타협했어요. 타협이 민주정치의 기본 정신 아닙니까?”

    ▼ 일전에 오세훈 시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같은 한나라당 소속인 경기지사가 타협해 서운하다고 이야기했는데….

    “글쎄요, 정 안 되면 싸워야 하지만 가능하면 타협해야 하지 않나요? 싸우는 게 능사고 타협은 나쁜 일이고, 이런 건 아니라고 봅니다.”

    ▼ 오 시장이 주민투표로 가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보나요?

    “점점 어려운 질문하네요. 나도 (오세훈 시장 인터뷰 기사가 실린) ‘신동아’를 정독했어요. 자, 서울시내에서 무상급식을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민투표를 해서 주지 말자는 측이 이겼다고 칩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나는 그걸 잘 모르겠어요.”

    ▼ 논리적으로는 급식을 중단해야겠죠. 그러면 ‘아이들에게 주던 밥을 도로 뺏는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는데요.

    “답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정치는 구호 한번 외치고 집에 가면 되는데, 나는 행정을 하다보니까, 행정은 끝까지 책임을 지거든요. 투표에서 이겨도, 져도, 둘 다 답이 안 나옵니다. 나는 간이 작아서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오 시장 입장에선) 그렇다고 중간에 관두기도 뭣하고….”

    “중간에 관두기도 뭣하고…”

    ▼ 투표를 하더라도 투표 결과에 대해 시장 쪽과 의회 쪽이 해석을 달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투표가 사안의 종결이 아니라 또 다른 논쟁의 시작일 거라는….

    “투표가 끝나면 그 다음 수가 또 있겠지, 서로 간에. 오 시장의 명분은 상당히 좋은 명분입니다. 그건 인정해요. 내가 걱정하는 건 따로 있어요. 나는 공장에 다닐 때도 없는 사람들에게 봉급 더 주자고 했고 제때 주자고 했어요. 지금은 복지를 더 확대하자고 해요. 나는 주지 말자는 쪽에 서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돈이 풍족하지 않으니까 한껏 못 주는 거죠. 그러나 기본은, 특히 우리 정치하는 사람들의 기본은,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만약 한나라당이 오 시장의 무상급식 중단을 따라간다면 이것이 내년 총선 때 수도권의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으로 보나요?

    “굉장한 역풍이 불 겁니다. 무상급식이 시행되기 전의 상태가 평지라면 지금은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으므로 산 정상이라고 봐야죠. 평지와 정상은 바람의 세기가 다르죠. 그러니까 엄청난 역풍을 맞을 거라는 얘기죠. 그 에너지가 상당할 겁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오 시장과 관련된 내용은 가급적 (기사에) 쓰지 말아주었으면 해요.”

    오 시장에 대한 이야기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다른 대선주자들에 대한 화제로 옮겨졌다. 박 전 대표는 20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 지사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해 “지금 대세죠. 분명히 대세죠. 그러나 대세가 끝까지 간 경우는 아직 없습니다. 아직까지 없으니까 앞으로도 없으리라는 법도 없고 그렇다고 끝까지 간다는 법도 없고. 민심은 파도처럼 출렁이는 존재죠. 2년 뒤의 일기예보를 내가 어떻게 알겠어요?”라고 말한다.

    ▼ 대세론을 가지고 갈 만한 자격이 된다고 보나요?

    “인지도 자체는 우리보다 높다, 많이 알려져 있다는 건 사실이죠.”

    ▼ 지금의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에 어떤 의미를 두고 있습니까?

    “(내 지지율이) 조금 더 나오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니까 답답하죠.”

    측근들에 따르면 답답하면 답답하다고 이야기하는 점이 네티즌들에게 그럭저럭 어필하는 모양이라고 한다. 김 지사는 ‘김문수 스타일’이라는 아이폰용 앱에 이어 안드로이드 앱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아이폰 앱은 3700여 명이 다운로드했고 그의 트위터는 2만여 명의 팔로어를 가지고 있다. 그는 올라오는 모든 글에 직접 답장을 쓴다.

    그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서울대, 민주화운동, 경기도지사 등 살아온 이력에서 유사점이 많다. 이 때문에 지지율도 겹친다고 한다. 이에 대한 그의 설명은 초점을 달리한다. “겹치는 사람이 더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박근혜 대표와도 겹치죠, 대구·경북이. (그의 고향은 경북 영천이다) 나는 아직 세가 약하고 대구·경북의 지지가 박 대표 본인에게 다 가니까 본인은 겹치는 게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겹친다고 봐요.”

    “이 대통령의 人事, 문제 있다”

    ▼ 손학규 대표의 4·27 재·보궐선거 성남 분당을 출마에 관심 있으시겠네요?

    “우리는 선거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속으로는 관심이 있는데, 겉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물어볼 수도 없고.”

    ▼ 내년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출마할 의향이라든지, 이런 건 언제쯤 밝힐 건가요?

    “그때 가봐야 알겠죠? 미리 말할 수는 없고요.”

    ▼ 내년이 되어봐야 알겠네요?

    “지금 공무원들이 너무 쳐다보고 있어서…. 내가 뭐 한다고 그러면 흔들릴 거 같은데….”

    그는 여당 소속 수도권 광역단체장이지만 사안에 따라선 정부에 대항해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한다는 평이다. 최근 정부는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주 세원인 취득세를 감면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힘없는 도(道)만 ‘쪼인트’를 까더라” “이럴 바에야 차라리 도를 없애라” “국세인 양도소득세부터 감면하라”라고 맞섰다.

    ▼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레임덕이 올 것이라고 하는데요.

    “임기가 조금 더 남았는데 우리 대통령께서 더 잘하시면 최소화할 수 있을 거예요. 인사나 행보를 더 심사숙고하시고 더 폭넓게 더 공정하게 하시면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대체로 측근들만 뽑아 쓰고 있지 않나요?

    “인사문제에서 좀 좁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 넓게 공평하게 써야 한다고 봐요. 그 점은 문제가 있어요.”

    ▼ 여론조사상의 국정 지지율과는 다르게 이 대통령에 대한 바닥민심이 굉장히 나쁘다는 이야기가 여당 원내대표의 입에서도 나오는데요.

    “물가, 전세 값이 요즘 많이 오르죠. 차에 기름 넣을 때마다 불편합니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청년실업률도 높아요. 많은 사람이 상당히 절망적으로 살고 있어요. 대통령도 힘들겠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오죽하면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겠어요. 대통령도 힘든데 민심이 나쁜 건 대통령이 권력을 너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죠. 무조건 첫 번째 장관에게, 두 번째 국회에, 세 번째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나눠줘야 해요.”

    ▼ 이 대통령이 혼자 다 쥐고 가려고 한다고 보나요?

    “특히 장관들이 자기 재량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청와대에 결재를 받고 그럽니다. 자기들 할 일은 자기들이 해야지.”

    ▼ 내년 총선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여당이 굉장히 힘들다고 봅니다. 그러나 더 잘할 수 있는 길이 있어요. 몸을 더 낮추고 마음을 더 낮추고 더 겸허하게 국민을 섬기고 사심을 버리면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 이명박 정권 심판론 같은 것 때문에 선거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나요?

    “심판론도 심판론이지만 첫째는 민생이죠. 삶이 좀 나아졌느냐는 거죠. 둘째는 하는 꼴이 어떠한가라는 거죠. 자기 측근, 동향사람만 자꾸 쓴다든지 하면 문제가 됩니다. 공평무사하게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겸허하게 일하면 심판받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최근 동남권 신공항에 이어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이 지역갈등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는 “완전 무료니까 각 지역이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툽니다. 데모 몇 번 하면 공짜로 줘요. 방식이 틀렸어요. 자기 지역 발전하는 건데 지자체도 단돈 1원이라도 내놔야죠. 이렇게 하면 갈등이 상당히 완화될 것이라고 봐요”라고 말한다.

    그는 이제는 대북 쌀 지원에 나설 때가 됐다고 보는 편이다. “대북교류, 협력, 인도적 지원은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내가 통치하면) 20년 안에 북한을 남한만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남이 200년 한 거 우린 60년 만에 해치웠는데 우리 경험을 잘 활용하면 20년이면 될 거예요.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도 도와줄 거고요. 러시아에서 가스관 들여오고 고속철도, 시베리아 횡단철도 설치하면 북한은 남한과 대륙을 잇는 요충지가 되는 거죠. 북한의 산에 나무가 없고 임진강에 올라가 보면 강의 둑도 망가져 있어요. 하천, 도로, 산림, 농지, 학교, 주택, 병원, 항구, 공항 전부 새로 세워야죠. 전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입니다. 조그마한 북한에 갖다 퍼부으면 금방 올라옵니다. 더구나 북한 주민들은 똑똑하고 우리와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인건비도 싸니까요.”

    그는 이어 “핵 가지고 자살골 찰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쏘겠어요? 아니면 일본이 그거 맞고 가만히 있겠어요? 김정일 정권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먹고살 생각해야 해요”라고 말한다.

    “언론에 나오니 미치겠더라고요”

    지난 3월11일 수원지검 공안부는 경기도 산하 경기신용보증재단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 재단이 지난해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직원들 이름으로 김 지사 후원계좌에 약 6000만 원을 쪼개기 입금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재단 박모 이사장은 “자발적으로 낸 후원금으로 강요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언론보도에서 다른 사람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되지만 나만 실명으로 나오니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말한다.

    ▼ 후원금 수사 있잖아요?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청렴영생 부패즉사가 내 신념입니다. 누구보다 깨끗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검찰이 하루빨리 정확하게 수사해서 명백히 가려줬으면 해요.”

    ▼ 그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는 말인가요?

    “나는 피의자도 아니고 수사대상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데 언론에서 계속 사진 내고 이러니까 미치겠더라고요. 피해가 막심합니다.”

    사실 ‘신동아’가 김 지사를 인터뷰하게 된 계기는 GTX(Great Train Expre- ss·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 때문이었다. 그가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해온 GTX의 3개 노선이 4월3일 국토해양부의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1~2020년)’으로 확정된 데 따른 것이다.

    노선A는 일산-강남-성남-용인-동탄 구간 46.2㎞, 노선B는 인천 송도-여의도-청량리 구간 48.7㎞, 노선C는 금정-양재-의정부 구간 45.8㎞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하 40~60m에 터널을 뚫어 최고시속 200㎞로 고속열차가 달리는데 동탄~삼성역 19분, 일산~삼성역 22분, 의정부~청량리 12분밖에 안 걸린다고 한다. 경기도는 13조638억원의 사업비 대부분을 민간투자로 충당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민자사업으로 추진한다면 민자적격성 조사를 거쳐 2015년 이전에 착공될 수 있다는 게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교통지옥 해소하는 통쾌한 선물”

    ▼ GTX 사업을 구상하게 된 배경은 뭔가요?

    “극심한 체증, 지옥철, 만원버스…. 경기, 인천에서 서울로 오가는 게 보통 문제가 아니죠. 예컨대 경부고속도로는 고속주차장이 되어 있습니다. 베드타운 중심의 분당, 수지, 죽전, 동탄이 경부고속도로 주변에 포도송이처럼 붙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처음엔 2층 고속도로를 구상했었어요.”

    “GTX는 청계천보다 더 낫다 이걸 창안한 사람으로 역사에 기억되고 싶어”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GTX노선을 설명하고 있다.

    ▼ 그건 미관이 별로일 것 같군요.

    “공기(工期)도 너무 오래 걸리고 부작용이 큰 것으로 나와 다른 대안을 찾아봤어요.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아무 결론 없이 임기가 끝나겠다 싶었죠. 좀 다른 방법을 찾던 차에 철도학회, 터널학회, 토목학회, 교통학회 전문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짜낸 게 GTX였어요.”

    ▼ 이번에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으로 확정 고시됐다는 건 이 사업을 실제로 진행한다는 의미인가요?

    “고시라는 것은 국가의 의지를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니까요.”

    ▼ 경기, 인천 시민들이 GTX에 거는 기대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열화와 같습니다. 일산에서도 그렇고 동탄, 금정, 의정부 등 가는 곳마다 반응이 뜨거워요. 김포, 동두천, 안산, 남양주에선 자기 도시로 노선을 연장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쳐요.”

    ▼ 주민이나 시민단체, 정치권, 다른 지역의 반대는 없나요?

    “없어요. 야당 국회의원들도 지역 주민들이 원하니 찬성합니다.”

    ▼ 사실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 문제가 경기, 인천 시민들에겐 큰 스트레스이긴 하죠.

    “경기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장 큰 고충으로 교통을 꼽는 응답이 50%였어요. 그 다음 교육이 20%고요. 교통이 압도적이죠.”

    ▼ 그렇다면 GTX가 수도권 시민들에게 어떤 편익을 줄 것이라고 보나요?

    “교통지옥 해소에 제일 좋은 통쾌한 선물이죠. GTX는 기존 교통체계에 지장을 주지 않는 신개념의 초고속 대량운송수단입니다. 서울, 인천, 경기 세 권역 도시를 30분 안으로 통합합니다. 그 효과는 상당할 겁니다. 수도권의 출퇴근 혁명을 불러올 거예요.”

    ▼ 언제쯤 그 열차를 타게 될까요? 만약 너무 먼 미래의 일이면….

    “주변에서 정부를 좀 다그쳐주었으면 해요. 그냥 놔두면 철도는 완공하는 데 한 20년 걸리죠? 20년도 더 가지 뭐. 이번에 고시된 것도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 편이긴 하지만 6개월은 더 당길 수도 있었어요. 우리가 제안할 때 충분히 검토하고 또 검토했는데 국토부에서 재차 검토했거든요. 노반은 어떠한지 등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 자꾸 늦어진 거예요. 과학적으로 타당성을 검증한 뒤 추진하는 것이고 나랏돈도 거의 안 들어가니 분란이 없어요. 상위 10대 건설사 모두 참여하기로 한 만큼 3개 노선이 동시착공으로 빨리 진행될 겁니다. 착공 후 5~6년이면 개통이 가능해요.”

    ▼ 민자사업은 이용자에게 부담을 많이 지우지 않나요? GTX의 요금은 어느 정도 될까요?

    “기본 1800원 선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 안전 문제는 없을까요? 예를 들어 지하터널에서 화재가 난다면….

    “화재 시 열차 진행방향의 반대방향으로 배기를 시켜 열차에는 지장이 없도록 할 거예요. 또한 2.5㎞마다 환기구를 설치해 연기를 제거하게 됩니다. 서울의 자동차 지하차도보다 더 안전할 거예요.”

    “청계천이 뭐 특별한 게 있습니까”

    ▼ 이 대통령의 청계천과 비교한다면 어떤가요?

    “청계천이 뭐 특별한 게 있습니까? 그보다 훨씬 낫죠. 청계천은 고가도로를 걷어내고 서울 중심가에 친수공간을 만들어낸 발상의 전환 정도죠.”

    ▼ GTX가 지사의 대선 행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고 기대하는 건가요?

    “역사적인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내 임기 내에 완성은 안 되지만 대한민국의 중심적 교통수단을 내가 창안해 추진한 거지. 그런 사람으로 역사에 기억되었으면 해요. 이건 남이 알아주든 말든 스스로에게 흐뭇한 일이죠.”

    그는 GTX가 ‘내년 6월 이전’ 착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6월은 4월 총선이 끝나고 한나라당이 본격적으로 대선후보 경선 국면에 접어드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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