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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흥부기행

‘친환경·나눔·이노베이션을 실천하는 흥부가 살아 있다’

  • 이명재| 저널리스트 promes65@gmail.com

‘진정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흥부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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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인 한택식물원, 한국 와인의 메카인 영동 와인코리아,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 무소유 삶을 실천하는 장수 좋은 마을에 흥부 정신을 좇는 일단의 사람들이 모였다. 친환경 정신, 이노베이션에 입각한 대박 실현 정신, 나눔과 불유(不有)의 정신을 실천해가며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을 만나러 간 것이다.
‘진정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흥부기행

흥부기행에 참가한 사람들이 축령산 편백나무 숲에서 숲해설가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1 4월9일 아침 7시40분경. 일행 90여 명을 태운 버스가 서울 양재역 서초구청 앞을 떠나자 김영호 유한대 총장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말을 건넸다.

“반갑습니다. 작년에 왔던 제비들 이렇게 다시 만났네요. 우리 시대 흥부들을 만나러 또 떠나봅시다.”

#2 1박2일의 일정이 모두 끝난 이튿날 오후 전남 장성군 축령산 입구 금곡마을 어귀. 기행에 참가한 이들이 버스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제는 흥부기행이 아니라 놀부기행도 가봅시다.” 누군가 농담처럼 말하자 다른 사람이 이를 받아 얘기했다.

“흥부기행이 곧 놀부기행이죠. 우리 마음속에 흥부와 놀부가 다 있을 테니까요. 천사와 악마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듯이 말이에요.”



4월의 둘째 주말인 9,10일 이틀간 있었던 ‘흥부기행’의 처음과 끝 장면이다. 이들은 누구이고, 또 ‘흥부기행’은 무엇인가? 매년 4월 초에 흥부기행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을 찾아다니는 이 여행 프로젝트는 올해로 13회째. 이제는 문화답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특별한 주제를 갖고 떠나는 여행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흥부기행은 여느 여행과 다른 특별한 기행이다. 여행이기도 하고, 문화 답사이기도 하고, 세미나이기도 한 이 기행은 이 시대의 흥부 찾기를 통해서 한국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발전을 모색하는 기행이다.

김영호 총장은 “21세기는 이전과는 또 다른 시대다. 천연자원의 고갈, 환경오염, 금융위기 등이 실제로 우리 삶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흥부는 이러한 시대 상황에 맞춰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왜 흥부인가?

흥부기행은 글자 그대로 흥부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왜 이 시대에 저 옛날의 소설 속 인물인 흥부를 찾는 것일까? 이들에게 흥부는 착한 자본가이며, 생태주의자이며, 박애주의자다. 제비의 생명을 살린 선행으로 큰 재물을 얻었지만 그걸 혼자 차지하지 않고 가난한 이웃을 도운 박애주의자이고,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준 ‘착한 자본가’의 원형이며, 제비를 해치려 한 구렁이조차 죽이지 않고 놓아준 ‘생명운동가’다. 그와 같은 흥부의 삶과 철학을 실천하는 이 시대 흥부의 후예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흥부기행은 무엇보다도 흥부의 명예를 복권시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선 한때 흥부를 새롭게 보려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흥부를 격하하고 놀부를 높이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재평가를 하듯 흥부전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놀부를 자본주의 정신의 구현자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흥부는 못난 인간으로 보는 시각이 대두됐다. 즉 흥부는 게으르고 타성에 젖었으며 책임도 지지 못하면서 자식만 무조건 많이 낳은 부정적인 인간형으로 비판받았다. 이 같은 논리는 꽤 그럴싸했고 사람들 사이에서 적잖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흥부기행을 주도한 김영호 총장이 당시 놀부 재평가에 앞장섰던 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그는 “내가 흥부를 깊게 발견하지 못하고, 그를 죽였다”고 말한다.

흥부의 재발견은 이에 대한 반성에서 나왔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흥부를 ‘제대로 알기’ 위한 노력이다. 그건 우리가 흥부를 알기도 전에 그를 죽여버렸다는 자각이었다. 흥부의 인간상을 제대로 알기도 전에 그를 못난 인간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그를 몰아낸 자리에 놀부를 불러들이고 놀부형 인간을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높여 놓았다. ‘이웃 간에 화목하고, 친구에게 믿음이 있는(신재효 판본 ‘흥보가’ 중)’ 흥부를 몰아내고 ‘남의 선산에 묘지 쓰고, 일년 품팔이 외상 사경(私耕)에 농사지어 추수하면 옷을 벗겨 내쫓은’ 놀부를 우리가 본받아야 할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받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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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저널리스트 promes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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