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호

위안화 글로벌 통화의 길 아직 멀다

  •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hybae@lgeri.com

    입력2011-04-21 1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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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화 글로벌 통화의 길 아직 멀다
    최근 위안화 국제화를 향한 중국 정부의 행보에 속도가 붙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허용한 위안화 무역결제 지역 범위를 최근 들어 더욱 확대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홍콩의 역외 위안화 금융시장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접 국가들에 대한 위안화 기반의 통화 스와프와 차관 제공을 통해서도 위안화의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과연 위안화가 달러화와 같은 글로벌 기축통화의 지위에 오를 수 있을까. 과거 주요 통화의 국제화 또는 기축통화로의 부상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위안화는 향후 어떠한 경로를 거치며 세력 판도를 확대해나갈지 가늠해보기로 하자.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산업의 혁신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에 힘입어 호황을 누려온 선진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세계경제의 불균형과 그 근간을 이루어온 달러기축통화 제도의 안정적 운용이 한계에 도달했음도 시사했다.

    최근 위안화 국제화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은 이러한 현실인식과 향후 국제통화제도의 개편 또는 보완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누리는 독점적 지위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부담과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제통화체제를 지금보다 더욱 다변화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같은 초국가적 지불·결제수단의 활용도를 높여나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위안화의 사용 확대 및 위상 제고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그리스, 아일랜드 등의 재정위기에서 표출된 유로화의 구조적 문제점이나 중국 자본시장의 낮은 개방 정도를 감안할 때 당분간 달러화를 대체할 만한 대안통화는 나오기 어려우며, 위안화 국제화도 빠르게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가 30여 년 동안 유지해온 금융자유화 및 개방에 대한 소극적 정책기조를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제기되고 있는 국제통화제도의 변화 방향과도 무관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기 이후 원자바오 총리나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등 중국의 주요 정책담당자들은 국제통화제도 개편의 필요성에 부쩍 목소리를 높이면서, 그 개선방안으로 향후 SDR의 역할 확대나 국제통화 사용의 다변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외화 축적의 부담을 줄여라



    하지만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오히려 중국 쪽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중국은 2조8000억달러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이다. 이러한 외환 보유는 자국통화의 국제적 통용력 및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유사시를 대비해 별도의 대외준비자산을 마련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무역불균형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통화가 국제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적인 신뢰를 얻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위안화가 국제화되면 중국은 외환보유액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그러면 과다한 외환보유고에서 비롯됐던 다양한 비용과 위험을 덜 수 있다.

    일반적으로 외환은 수익률은 낮지만 가치변동이 적은 안전자산에 투자된다. 이 때문에 대규모 준비자산을 보유할 때 고수익의 기회를 포기하는 데서 비롯되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또 중국이나 일본, 대만,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외환보유고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도 상당하다. 여기에 최근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달러화의 가치와 국제통화체제에 대한 불확실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향후 달러가치 하락으로 인한 외환보유액의 잠재손실마저 우려된다.

    중국이 보유한 외환의 65% 정도가 달러 및 달러표시자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외환 보유를 비롯해 가치저장수단이나 지급결제의 기준 측면에서 달러화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미국의 경상 또는 재정수지 적자가 누증돼 달러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경우, 달러표시 자산의 비중이 높은 중국은 큰 투자손실을 입게 된다. 위안화의 국제화는 외환 보유액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이러한 비용과 위험요인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더욱이 전세계적으로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자리 잡으면 중국 정부는 시뇨리지(Seigniorage·화폐주조차익) 수입을 향유할 수 있다. 또 위안화가 국제화되면 글로벌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중국의 수출입 기업은 불필요한 환전비용의 지출을 줄이고 환율변동 위험을 덜어냄으로써 경영환경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급속히 확대되는 위안화 결제

    1978년 개혁·개방이 시작된 이래 최근까지 중국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주도하는 고도성장을 이루어온 반면, 시장 메커니즘에 기반을 둔 환율제도 운용을 비롯한 금융부문의 개방과 자유화에는 오랜 기간 상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위안화 무역결제를 시범 실시함으로써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부터다.

    2009년 7월 ‘위안화 결제 시범관리방법’을 제정·시행함으로써 상하이, 광저우, 선전, 둥관, 주하이 5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 및 아세안 10개국(ASEAN10)과의 무역거래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시범실시한 이래 중국 정부는 무역결제 분야에서 위안화 사용을 제한했던 제반 규정 및 제도들을 지속적으로 완화해나가고 있다. 2010년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지역을 베이징을 비롯한 20개로 확대해 결제허용기업의 수를 크게 늘리는 한편, 해외 대상지역에 대한 제한도 철폐한 데 이어, 올 3월에는 위안화 무역결제가 가능한 지역을 중국 내 전역으로 확장했다. 한편 북한, 대만,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과는 정부 간 접촉을 통해 양국 간 교역에서 달러나 엔, 유로가 아닌 양국 통화 결제를 늘려나갈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위안화 무역결제 실적은 2009년 하반기 36억위안에서 2010년에는 4394억위안으로 1년 만에 100배로 늘어났으나, 지난해 위안화 무역결제 누계액 5063억위안(약 770억달러)은 전체 교역에서 2%밖에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제도가 바뀐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은 중국 안팎에서 무역거래를 중심으로 위안화가 점차 선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 결제에 참여하는 해외은행 수도 크게 늘어나 2009년 말 기준으로 160개이던 국외은행의 은행 간 위안화 결제계좌 수가 2010년 3분기에는 493개로 급증했다.

    금융부문의 위안화 국제화 시도는 주로 홍콩지역을 역외 금융시장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홍콩 내 개인이 위안화 계좌를 개설하거나(2004년), 홍콩에서 일부 외국인투자자(2005년)나 중국 정부 및 본토의 국책은행(2007년)이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일은 수년 전부터 가능했으나, 그 규모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과 홍콩 간에 ‘위안화 청산협정’ 개정이 이뤄지고 중국 내 채권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참여가 제한적이나마 허용되기 시작하면서, 위안화 금융거래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이다.

    2010년 1월 말 기준으로 640억위안 규모에 그치던 홍콩 내 위안화 예금액이 올해 1월에는 3707억위안으로 1년 사이 5배로 증가했다. 또 위안화 표시 채권의 발행잔액도 2009년 말 160억위안에서 지난해에는 357억위안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홍콩시장을 통한 위안화 금융상품의 증가는 금융자유화 및 개방이 본토의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최소한으로 차단하면서, 무역결제를 통해 수취한 위안화를 예치 또는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을 제공한다는 의미도 동시에 지닌다.

    해외원조를 비롯한 중국 정부의 대규모 대외거래에서는 위안화 사용을 공식화하려는 의지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2008년 하반기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충격으로 신흥국들이 외화유동성 위기에 빠질 조짐이 보이자, 인민은행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8개국과 8035억위안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향후 정부조달에 대한 국제입찰이나 해외원조 또는 차관을 제공할 때 되도록 위안화를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위안화 글로벌 통화의 길 아직 멀다


    국제통화의 조건

    일반적으로 통화의 ‘국제화’는 한 나라의 화폐가 발행국가 이외의 지역 및 국가에서까지 널리 사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기능적 측면에서는 국가 간 무역이나 자본거래에서 계산단위로 사용되면서 그러한 교역을 매개하고, 나아가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널리 선호되는 단계에 이르면 해당 통화가 충분히 국제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는 달러화가 가장 강력하고 광범위한 통용력을 지닌 국제통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유로화나 엔화 또한 국제적인 투자통화이지만, 실물경제 측면에서 사용과 유통은 각각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이밖에 달러 이전에 기축통화 지위를 누렸던 영국의 파운드화, 같은 영연방 국가 통화인 호주달러 및 캐나다달러, 그리고 스위스프랑 등이 국제통화로 간주된다.

    국제통화로서의 이러한 위상은 기본적으로는 두말할 나위 없이 발행국가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한다. 파운드화에서 달러화, 엔화와 유로화로 이어지는 주요 국제통화들의 이력은 발행주체의 경제력 판도와 그 부침(浮沈)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주요 국제통화들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발행국인 미국의 지배적인 경제력에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형성된 미국의 정치, 군사적인 패권까지 더해짐으로써 가능했던 결과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이 지속되고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위안화의 해외유통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이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시장환율 기준)로 2010년을 기점으로 일본(8.7%)을 추월했으며, 교역규모도 일본(1조4000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2조900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중국 본토 및 홍콩, 마카오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무역에서는 향후 위안화 결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국가들 간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부품 및 반제품의 역내무역이 크게 활성화돼 있는데, 현재는 달러결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설령 위안화를 사용하고자 하더라도 달러를 경유해야 하기 때문에 환전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말레이시아에서 자국의 링기트화와 위안화를 직접 환전하는 스폿 거래가 개시되는 등 여건 변화와 함께 동아시아 지역에서 위안화 무역결제 비중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중국의 실물경제 규모나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국제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은 대단히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례로 2010년 기준으로 전세계 외환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0.2%로 헝가리(포린트)나 말레이시아(링기트), 태국(바트) 등 중소 신흥국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채권발행이나 은행 간 대출 같은 국제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아직까지는 미미한 상황이다.

    이는 중국의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이 외국인 직접투자와 국내거주기업(주로 외국기업의 중국현지 법인)에 대한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이동경로, 즉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나 금융기관 간의 대출 및 차입에 관해서는 대단히 부분적으로만 개방돼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내국인과 외국인 투자자를 각기 다른 시장에 참여시킴으로써 분리하고 있으며, 국유기업의 자산 및 부채구조 개선을 위해 도입한 비유통주도 따로 관리된다. 중국 내에서 외국기업의 회사채 발행이나 외국 금융기관의 채권거래가 부분적으로나마 허용되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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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거래에도 적지 않은 제약이 존재한다. 중국은 1996년 IMF 8조국으로 이행함으로써 경상거래와 관련된 태환성과 자본이동을 형식상으로는 보장하는 체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외국환거래 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은행에 제한을 두고 비거주자의 위안화 계좌 개설을 금지하는 등 적지 않은 제약요인이 존재해왔다. 더욱이 자본거래에 따른 외환거래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전심사와 자금출처 조사를 실시해 원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 금융상품에 이처럼 근본적인 제약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무역결제를 통한 위안화 사용 확대에도 중대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해외의 수출업자가 수출대금으로 위안화를 수취하더라도, 그의 거래은행이 위안화를 운용할 만한 자산이 없거나 있더라도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른다면 위안화 수취를 기피하게 되면서 그 가치도 절하될 수밖에 없다.

    짧은 시간 내엔 어려워

    이러한 장애요인을 극복하고 위안화 국제화를 보다 온전하게 추진해나가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을 지금보다 훨씬 폭넓게 개방하면서 위안화와 외화 사이의 완전한 자유태환을 보장하는 외환자유화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당면 목표는 위안화를 신중하면서도 점진적으로 국제화하는 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위안화 국제화가 가져다줄 이익보다는 그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비용에 초점을 맞춰,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 전반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단시일 내에 금융자유화 및 개방화를 단행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충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위안화의 실질가치가 매우 저평가된 상태에 있어 향후 큰 폭의 절상이 예상되는 데다 지금까지 금융시장을 제한적으로만 개방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규제체제를 일거에 완화하게 되면 핫머니를 비롯한 해외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가외환관리국(SAFE)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핫머니 유입 억제책을 마련한 것도, 선진국의 저금리 지속에 대한 대처일 뿐만 아니라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금융시장을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자유화해나가기 위한 과정의 일환인 것으로 여겨진다.

    나아가 금융자유화 및 개방은 그간 중국 경제가 성공리에 진행해온 것으로 평가 받는 정부(공산당) 주도의 경제발전모델과는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측면을 지닌다.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증가는 금융시장을 통한 정책수단에 독립성과 재량, 유효성의 저하를 의미한다. 현재 중국 경제는 경기변동이나 대외충격 문제로부터 중장기적인 경제구조의 개선에 이르기까지 국가경제의 많은 부분을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조정보다는 정부의 권위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 및 인위적 조정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이를 대체할 만한 경제 및 사회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중국 정부의 관리능력 저하는 그간 달성한 고도성장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됨을 의미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에 옮기는 중국의 집권층이 스스로의 국정관리능력 저하와 그로 인해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정책을 단시일 내에 도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또 경제의 양적 성장과는 별도로 중국 경제의 작동원리가 변화, 발전해나가는 데에는 앞으로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되는 본토 금융시장의 소극적인 개방 및 자유화를 보완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홍콩지역을 역외 위안화 금융시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를 통한 점진적인 개방의 성과는 앞에서 살펴본 대로 어느 정도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또 2020년경에는 이러한 모델을 국제금융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상하이로까지 확장해 나갈 계획인 듯하다.

    위안화 글로벌 통화의 길 아직 멀다


    아시아부터, 무역결제부터

    향후 위안화는 중국의 실물경제 성장속도보다는 느리게 서서히 국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가전략 차원에서 우선순위가 부여된 브라질, 호주 등 자원부국과 함께 중국 입장에서 수입의존도가 높은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에서 위안화 사용을 장려함으로써, 최소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달러화와 더불어 주요한 결제통화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최근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가 대중국 수출입 기업 104곳과 중국 진출 법인 13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위안화 결제를 하지 않는 기업 가운데 향후 위안화 결제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의 비중이 76.5%에 달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자기업, 즉 일본이나 한국 소재 기업의 중국 현지법인이 모기업과 거래하면서 위안화 결제를 늘릴 유인도 작지 않다. 이들 모기업과 현지법인 사이에서는 부품이나 반제품 교역을 매개로 하는 가공무역의 비중이 큰 데다 안정적인 거래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환위험을 제거하고 불필요한 외환업무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위안화 결제를 도입할 유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위안화 무역결제의 확대 또한 중국의 금융자유화 및 개방이 어느 정도 전제된 상태에서만이 달성 가능하다. 궁극적으로는 중국 본토 금융시장의 개혁, 개방 같은 가시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위안화 국제화는 지역 내 주요 무역통화 가운데 하나가 되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과거 일본도 1970년대부터 엔화 국제화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의 엔화 국제화 시도는 미·일 간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미국의 압력에 의해 추진된 측면이 있었다. 또 일본의 경제·금융정책 당국자들에게도 금융시장의 자유화 및 개방으로 인해 일본 경제에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관념이 만연해 있었다. 그 결과 일본 국내 금융시장은 끝내 개혁에 이르지 못했고 일본 밖에서의 엔화 사용은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무역결제 용도에 그쳤다. 특히 1990년대 들어 자산 버블 붕괴와 함께 금융 불안이 심화되고 일본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면서 투자 및 보유통화로서의 엔화에 대한 신뢰는 크게 타격을 입었으며, 무역결제 용도의 해외사용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일본의 전철?

    고도성장기 일본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점증하는 위안화에 대한 신뢰 또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지속과 대외 순자산의 증가에 따른 것이다. 특히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의 일본을 훨씬 능가한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국제통화로서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도 있다. 일본은 자본시장 개방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버블 붕괴로 경제의 안정성을 상실하면서 엔화 국제화의 좌절을 경험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위안화 국제화 또한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무역수지 흑자기조와 고성장에 따른 해외자본 유입 유인으로 인해 위안화 유동성을 해외로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은 구조다.

    중국은 전세계적으로는 무역흑자국이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역내에서는 무역적자국이다. 따라서 중국의 수입업체가 위안화 지급을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지역 내에는 위안화의 국외유통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역내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출기업들은 금융기관을 경유해 수취한 위안화 자금을 다시 위안화 표시 자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 중국 금융시장의 적절한 개방과 자유화를 전제로, 동아시아 역내에서 위안화의 위상은 주요한 무역결제 통화의 지위를 넘어 투자 및 외환보유 통화로도 어느 정도는 선호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가 역내 주요 통화로 자리 잡으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 및 기업들은 높은 달러 의존에서 비롯되었던 환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위안화 국제화를 통해 국제통화 사용을 보다 더 다원화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달러화에 집중되었던 기축통화의 특권과 부담을 동시에 경감시키고 글로벌 불균형 완화를 통해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우리로서는 중국 금융시장의 개방 및 자유화 진척이 더딘 가운데 정부주도 경제성장 모델의 지속가능성 여부와 향후 개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핫머니 유입 등의 부작용이 인근 국가에 미칠 파장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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