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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농협 출범 50년, 한국농업이 사는 길 ④

농촌 총각에게 희망 주는 농협의 국제결혼 중개사업

현지 취재 - 경상도 사나이들, 베트남에 장가들던 날

  • 김희연│신동아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농촌 총각에게 희망 주는 농협의 국제결혼 중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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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총각에게 희망 주는 농협의 국제결혼 중개사업

김종삼 허우 커플이 베트남 하이펑 집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신부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운 좋게도 첫 번째 맞선에서 결혼 상대를 찾았으나, 결혼식 일정이 이번에 베트남을 방문한 세 부부보다 늦어진 이정훈(29), 르엉(22)씨 부부는 이번 결혼 중개의 자율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르엉씨는 결혼을 결정하기까지 거절과 승낙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는 결혼을 결정할 때 부모와 형제들의 영향력이 한국보다 훨씬 큰 편이다. 르엉씨는 이정훈씨와 교감했다가도 집에 돌아가서는 마음이 흔들려 매일 자신의 결정을 번복했다. 르엉씨는 결국 결혼 결심을 굳혔으나 결혼에 골인하기까지는 함께 선을 본 다른 부부들보다 오래 걸릴 듯하다.

까다로운 절차 통과해야

두 번째 베트남 여행의 중심 일정은 결혼식이라기보다 법무부 인터뷰였다. 베트남에서 국제결혼에 관계하는 조직은 여성연맹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불법 국제결혼 중개행위를 단속하는 공안부, 국제결혼 법령을 시행하고 관리하는 법무부, 해외 주재공관에서 관리와 감독을 맡는 외교부 등의 협조를 받아야 결혼이 인정된다. 한국에서는 부부 동의 후 혼인신고만 하면 결혼이 성립되지만, 베트남에서는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국제결혼이라면 결혼에 강제성은 없는지, 베트남 여성이 외국에 가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지를 엄격하게 심사한다. 미리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여권 외에 출생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건강검진 결과 등 여러 가지다.

베트남 신부들은 약혼 후부터 결혼식을 치르기 전 두 달 동안 베트남여성문화센터에서 한국어와 한국요리를 배웠다. 주 5일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6시간 동안 매일같이 교육이 이뤄졌다. 인터뷰 예상 질문에 대한 대답도 사전에 연습했다. 신부들의 결혼 절차를 도맡아 지원한 베트남여성문화센터는 베트남 여성이 한국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돕는다.

베트남 법무부에서 인터뷰가 있던 날, 한국에서 온 신랑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성이 자의로 선택한 결혼인지,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는 없었는지, 한국에 가서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한지를 보는 인터뷰지만 신랑에게도 여성과 책임 있는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가늠하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 신부 허우씨가 사는 하이펑 성 법무부에서 인터뷰를 마친 김종삼씨는 인터뷰 중에 당황했다고 한다.



“제가 재혼이다 보니, 왜 이혼을 했는지 묻더라고요. 왜 하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려는지도 궁금해 하고요. 속으로는 깜짝 놀랐지만 올바른 배필을 만나느라 여기까지 힘들게 왔고, 놓치면 서로 후회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답변을 했죠.”

신부 마이 캉씨가 사는 하이즈엉 성 법무부에서 인터뷰를 마친 엄문섭씨는 세 쌍 가운데 가장 먼저 결혼 인정서를 받았다. 엄씨는 신랑, 신부를 앞에 세워놓고 담당 공무원이 서약을 하게 하는 절차가 결혼식만큼이나 떨렸다고 털어놨다. 김종삼-허우, 조찬형-타잉 부부도 하이펑 성 법무부의 인터뷰를 무난히 통과했다.

멀리 베트남에서 신부를 맞아들이는 세 신랑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축산업을 하는 엄문섭씨와 농업에 종사하는 김종삼씨는 이번이 재혼이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조찬형씨는 혼기를 놓친 초혼남이다. 셋 다 본인의 자발적인 생각보다는 주변에서 권유해 국제결혼을 고려했다고 말한다. 조찬형씨의 경우 농협 조합원인 부모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혼기가 늦어져도 부모님이 부담을 주거나 압박하시진 않았어요. 그런데 농협에서 하는 국제결혼 설명회를 듣고 나서는 성화를 하시더라고요. 믿을 만한 자리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김종삼씨와 엄문섭씨는 자녀들이 등을 떠밀었다. 열두 살짜리 딸을 둔 김종삼씨는 자신의 아내이자 딸의 어머니가 되어줄 여성을 찾았다. 아이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20대 여성은 맞선 단계에서부터 거절하기도 했다. 결국 막내딸이지만 지병이 있는 아버지를 구완하느라 혼기를 놓친 허우씨가 배필이 됐다. 첫 번째 여행에서 결혼을 결정한 후, 허우씨는 김종삼씨의 딸과도 자주 통화한다. 김씨의 딸은 “학교에 필리핀이나 베트남 출신 어머니를 둔 친구들이 절반이 넘는다”며 “엄마, 보고 싶어. 빨리 한국에 와요”라고 살갑게 받아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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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신동아 객원기자 foolfo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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