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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는 퇴직자 전관예우…수의계약으로 톨게이트영업소 싹쓸이

한국도로공사 영업소 비리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도 넘는 퇴직자 전관예우…수의계약으로 톨게이트영업소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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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소 96% 도공 퇴직자가 운영

도 넘는 퇴직자 전관예우…수의계약으로 톨게이트영업소 싹쓸이

경기 성남시 한국도로공사 본사 전경.

도로공사는 200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는데, 3급 직원은 정년 3년 전부터 매년 10%씩 임금이 차감된다. 57세에는 임금의 90%, 58세는 80%, 정년인 59세에는 70%를 받는다. 2급 이상은 정년 4년 전부터 임금이 10% 차감돼 59세가 되면 전체 임금의 60%를 받는다. 따라서 현재는 임금피크제가 적용되기 직전 퇴직한 직원들에게 남은 정년만큼의 영업소 운영권을 주고 있다는 게 도로공사의 설명이다.

“정년이 보장된 상황에서 4,5년 먼저 나가는 직원에게 영업권을 줘 남은 정년만큼의 임금을 받아가는 걸 특혜로 볼 수 있나. 현직에 있으면 연봉 1억원 이상 받는다. 퇴사하지 않고 버티면 내보낼 방법도 없다. 그렇다고 고령층 직원에게 맡길 일도 별로 없다. 책상에만 앉아 있어도 월급을 줘야 한다. 영업소 운영권을 주는 것은 그 돈(정년 잔여임금)이라고 보면 된다.”

도로공사 관계자 A씨의 말은 류철호 전 사장의 인식과 같다. 사실상 강제퇴직인 만큼 퇴직 이후를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감사원 지적을 받고, 국정감사 때마다 영업소 외주화 문제를 개선하라는 질타를 받는 것은 왜일까.

먼저 영업소 외주화 이유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1995년 시작된 고속도로 영업소 외주화는 도로공사 직원들의 인건비가 과다하고, 오래된 일부 직원들을 조기 퇴직시켜서 총 경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고속도로 신설로 영업소가 늘자 정규직원이 많아진 이유도 컸다. 이때부터 일부 퇴직 직원들에게 정년까지 영업소 운영권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는 1998년 외환위기 구조조정으로 더욱 빨라졌다. 1995년 17곳이던 외주영업소(당시 직영은 89곳)는 1999년 116곳으로, 2001년 198곳으로 급격히 늘었고, 2009년 1월 전 영업소 외주화를 완료했다. 도로공사 직원들의 수의계약에 대한 비판이 일자 2006년 9월부터 공개경쟁입찰을 시작했지만 공개입찰 영업소는 거의 없고, 공개입찰을 해도 대부분 도로공사 출신이 낙찰받았다. 이 문제는 기사 후반부에 살펴보기로 하자.



2006년 도입한 임금피크제 역시 인건비 부담을 덜고 고령층의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거나, 조기 퇴직을 유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노린 제도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1995년 도입 이후 퇴직 직원 대부분이 영업소 외주화 수의계약을 통해 운영권을 따면서 이 제도는 일반화됐고, 사실상 전직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영업소 외주화’가 아니라 ‘영업소 전직화’라는 비아냥을 듣게 됐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도, 적용 직전에 직원들이 퇴직해 기존 임금을 보전해주는 통로로 활용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도 살리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효율성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이 제도를 두고 도로공사 직원에 대한 특혜로 보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16년간 체결해온 수의계약 자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수의계약은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거나 경쟁에 부쳐서는 계약 목적 달성이 곤란한 경우 △특정인의 기술이 필요하거나 해당 물품의 생산자가 1인뿐인 경우 등 경쟁이 성립될 수 없는 경우 등으로 한정한다. 도로공사는 이 법률 시행령 26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제1항 제2호 ‘차’목을 수의계약 근거로 든다. 그러나 ‘차’목은 ‘특정인의 기술·품질이나 경험·자격을 필요로 하는 조사·설계·감리·특수측량·훈련 계약, 특정인과의 학술연구 등을 위한 용역 계약, 관련 법령에 따라 디자인공모에 당선된 자와 체결하는 설계용역 계약의 경우’인데, 영업소 수의계약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 기획재정부 계약제도과도 이미 “통행료 수납업무가 특정 범위로 한정된다 할지라도 2인 이상이 존재하는 경우라면 제한 또는 지명 경쟁 등이 가능하므로 수의계약은 곤란하다”고 해석한 바 있다.

법적 근거 없는 수의계약

공공기관이 ‘제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법적 근거가 없는 영업소 수의계약으로 민간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을 바꾸든지, 법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하지만 도로공사는 16년간 이 제도를 이어오고 있다. 법적 문제 외에 특혜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또 있다.

도로공사는 해마다 위탁수수료를 산정해 각 영업소와 위탁운영 계약을 한다. 해당 영업소의 차량 통행량과 요금 수납 직원의 최저임금, 경비와 이윤 등을 고려해 용역비(설계예산서)를 산출하고, 계약자와 계약금액 협상을 한다. 경쟁 입찰일 경우 최저가 입찰자가 낙찰받는다. 그 결과 도로공사 직원의 수의계약인 경우 영업소 위탁수수료 평균 낙찰률은 93.1%, 경쟁 입찰은 83.1%이다. 예를 들어, 도로공사가 A영업소의 1년 전체 운영비용으로 10억원이 든다고 설계(위탁수수료)했다면, 도로공사 출신 수의계약자는 9억3100만원, 공개경쟁 낙찰자는 8억3100만원에 1년간 운영계약을 맺는다는 얘기다. 도로공사 출신이 1억원가량 더 받는데, 이로 인해 한해 150억원 이상의 돈이 더 쓰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통행료 29억9270만원을 걷은 동해고속도로 망상휴게소는 공개입찰을 통해 위탁수수료 4억1513만원에 낙찰됐지만, 19억2700만원을 걷은 동해고속도로 현남휴게소는 4억6000만원에 도로공사 출신 인사와 수의계약을 했다

영업소 배정과 위탁수수료 산정에 명확한 원칙이 없는 것도 특혜 의혹을 부풀리는 이유다. 퇴직 시 직급이 높으면 위탁수수료가 높은 3,4개 영업소 운영권을 함께 배정하거나 수의계약 때 낙찰률을 높게 조정해준다. 도로공사는 매년 회계법인이 전국의 40,50곳 영업소에 용역비 산출을 의뢰해 그 결과를 가지고 인근 영업소의 위탁수수료를 산출한다고 설명하지만, 실제 위탁수수료 산정과 낙찰률은 그때그때 다르다는 게 전직 도로공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2010년 87억여 원의 통행료를 걷은 경기 광주영업소의 위탁수수료는 7억8000여만원, 155억여 원을 걷은 곤지암영업소는 8억500만원에 각각 수의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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