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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박근혜式 대기업 규제 반대 신규 순환출자도 허용해야”

김문수 경기도지사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박근혜式 대기업 규제 반대 신규 순환출자도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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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反재벌 정서 지나치다”
  • ● “인사 검증 기대 못 미쳐”
  • ● “‘손톱 밑 가시’ 제거는 지자체에 맡겨야”
“박근혜式 대기업 규제 반대 신규 순환출자도 허용해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8월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을 향해 날선 공세를 폈다. “박근혜의 가장 큰 악재는 측근과 불통”“만사올(올케)통”이라고 하는가 하면 여권에서 금기시해온 최태민 목사 관련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적어도 김 지사에겐 박 당선인이 비판의 성역(聖域)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김 지사가 지금은 박 당선인을 어떻게 평가하고 그에게 무슨 주문을 하는지 들어 보고 싶었다. 2월 14일 서울 여의도의 경기도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 지사는 박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의 대기업 개혁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인사 검증에도 실망감을 나타냈다.

“나는 親재벌”

▼ 최근 박근혜 대통령당선인과 인수위가 경제민주화, 대기업 규제, 중소기업 육성에 국정의 방점을 두려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분위기도 비슷하게 흐르는 것 같은데요.

“중소기업을 도와주는 것엔 찬성합니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중소기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엔 반대합니다. 골목상권 보호하자며 대형 마트를 규제하겠다는데, 이게 골목상권과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까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봐요.



경기도 의정부역에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백화점 고객의 3분의 1은 서울 북부에서 옵니다. 쇼핑의 허브가 되고 의정부에도 이로운 일입니다. 근처에 의정부 최대 전통시장인 제일종합시장이 있지만, 백화점 때문에 이 시장이 타격을 받는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반면 의정부역에 이마트가 들어오는 것은 반대했어요. 제일종합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대신 의정부의 신도시 지역에는 입점을 허용했어요. 거기엔 재래시장이 없고 주민들이 대형마트를 원하거든요. 대형마트가 서면 아파트 값도 오르고 고용도 창출되며 납품하는 중소기업에도 좋습니다.”

▼ 그렇게 말하면 ‘친재벌’이라고 비난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나는 친재벌이고, 친중소기업이고, 친노동자예요. 3자가 함께 가야 한다고 봐요.”

▼ 박 당선인 측은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겠다는 입장인데요.

“그런 움직임에 반대합니다. 대기업은 투자를 더 많이 해야 해요. 그래서 나는 출자를 더 많이 해달라고 합니다.”

▼ 순환출자는 조금 다르지 않나요?

“순환출자라도 상관없어요.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해야 해요. 현대자동차에도 외국 가서 공장 짓지 말고 여기서 지으라고 했어요. 외국 공항에 내리면 삼성, LG, 현대차 간판이 눈에 들어와요. 그걸 보며 긍지와 자부심을 느낍니다. 나는 재벌이 불법하는 것만 반대하지, 그 외엔 다 찬성합니다.”

“대기업, 가만히 놔둬도 위기다”

▼ 사실 불법은 재벌만 저지르는 건 아니죠.

“재벌도 불법을 하고 서민도 불법을 하죠. 누구든 불법을 하면 응당한 처벌을 받으면 됩니다. 우리는 영세 기업이 중견 기업이 되게, 중견 기업이 글로벌 기업이 되게 도와줘야 합니다. 또 이들 기업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해요.”

▼ 박 당선인 측은 대기업 규제를 개혁으로 보는 것 같은데요.

“경제 여건이 세계적으로 어렵습니다. 삼성이 언제까지 잘나갈 것인가. 언젠가는 지금처럼 잘나가지 못할 수도 있어요. 가만히 놔둬도 어떤 위기를 맞을지 알 수 없어요. 그런데 흔들면 어떻게 될까요?”

▼ 삼성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지난해 삼성전자는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입주하기로 경기도와 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경기도로 봐선 지역개발 성과라고 할 수 있겠네요.

“396만㎡(120만 평)에 100조 원을 투자하는 매머드 계획입니다. 국내 단일 투자 중 최대라고 할 수 있죠. 의료기기, 태양전지, 차세대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 공장이 들어섭니다. 그대로 되면 양질의 일자리 3만 개가 만들어지니 모두에게 좋은 거죠. 외국에도 삼성 공장이 많아요. 제가 ‘경기도 땅 싸게 드릴 테니 나가지 말고 여기에 지어달라’고 했어요. 마침 평택에 미군기지가 오기 때문에 특별법에 의해 삼성을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 규모가 큰 사업인 만큼 앞으로 난관도 없지 않을 텐데요.

“가장 큰 문제는 반도체 공장에 물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죠. 공업용수 파이프를 새로 깔아야 해요. 초기 공사비를 국가가 어느 정도 부담해야 합니다. 수익자는 물 사용료를 지불하므로 공사비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니죠. 삼성 측은 언제든지 바로 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중에선 삼성을 도와주면 ‘부자 특혜’라고 해요. 도로 넓혀주는 것 가지고도 이런저런 말을 해요. 이걸 빨리 해주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데도 그래요. 아무도 삼성을 도와주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 말 하면 ‘친삼성’이 돼요. 우리 사회의 반재벌 정서가 굉장히 강합니다. 문제입니다.”

최근 논란이 된 박근혜 정부의 복지 재원과 관련해 김 지사는 “공약을 지키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대통령 임기 5년 이후도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 건전성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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