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호

피부 보호 각질층 파괴…건조증, 염증 위험도

‘때 스프레이’의 진실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입력2013-02-21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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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 보호 각질층 파괴…건조증, 염증 위험도
    ‘때의 종결자’‘때의 혁명’‘때 폭탄’‘아쿠아필링’….

    요즘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에 때 아닌 ‘때밀이 제품’ 바람이 불고 있다. 뿌리거나 바른 후 손으로 슬슬 문지르기만 하면 굵은 때가 비처럼 쏟아지는 이 ‘혁신적 제품’의 총칭은 ‘때 스프레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때 스프레이’를 검색하면 제품 판매 사이트와 광고성 블로그가 끝없이 이어진다.

    광고에 나온 이 제품의 효과는 언뜻 봐도 놀랍다. 한번 쓱 뿌리거나 바른 후 힘주어 밀지도 않았는데 지렁이 굵기만한 때가 새끼 꼬듯 줄줄 엮여 떨어진다. ‘때와 각질, 올 킬(All Kill)’‘심층해양수에 한방 원료를 섞어 특허를 받은 제품’ ‘ 모공 속에 숨은 노폐물과 피지까지 말끔하게’라는 광고 문구가 시선을 잡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때타월’로 때를 박박 밀어야 직성이 풀리는 열혈 ‘깨끗족’이 아니더라도, 속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은 시청자와 네티즌의 구매욕에 불을 댕긴다. 손가락이 슬금슬금 전화기와 키보드 자판을 향한다. 광고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피부를 까칠까칠한 타월로 아플 정도로 밀어야 ‘깨끗해졌다’는 느낌을 받는 한국인의 정서에 교묘하게 영합한다. 아프게 밀지 않고도 저만큼 때가 나오다니…. 때 스프레이 사용 전과 후의 사진과 동영상은 그만큼 리얼하다.

    때 미는 대신 샤워로 충분



    이런 광고를 접한 소비자의 첫 반응은 실제 때가 저만큼 나올까 하는 것. 기자의 사용 경험과 인터넷 사용 후기(비광고성)를 종합하면 2~3주 아예 씻지도 않은 사람은 실제로 비처럼 때가 나오는 게 맞다. 하지만 매일 또는 1~2일에 한번 물로 샤워를 하거나 일주일에 1~2회 보디샴푸 등을 사용해 몸을 씻는 사람들은 손에 약간 힘을 주고 문질러야 때가 조금씩 나온다. 어쨌든 이 제품을 쓰면 손으로 문지르기만 해도 때타월로 미는 만큼의 때가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이 제품은 때가 잘 나오게 하는 기능으로 ‘특허를 받은 제품’이라고 주장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건강에 좋은 기능성 화장품이나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은 제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모공 속 노폐물, 피지까지 말끔하게 제거한다’는 광고 문구는 과장한 측면이 다분하다. 만약 이 제품이 모공 속 노폐물과 피지까지 실제로 말끔하게 제거한다면 기능성 화장품을 넘어 의약품으로 허가받고 임상시험 결과도 대대적으로 공개됐을 것이다.

    건강 상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또 다른 의문이 뇌리를 스칠 것이다. ‘그런데 꼭 저렇게 때를 밀어야 해?’ 다시 말해 지렁이만한 때가 나오도록 피부를 밀어주는 게 실제 피부 건강에 얼마나 유익하냐는 것이다. ‘이태리타월’로 때를 미는 행위는 피부를 강하게 자극해 건조성 피부를 만들거나 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피부 자살’에 가깝다는 것이 건강 고수들에겐 상식이다.

    그런데 이 제품은 ‘각질과 때만 제거할 뿐 피부에는 전혀 자극이 없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손으로 슬슬 문지르기만 하는데, 무슨 일이야 있으려고…’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지나치면 낭패다. 이런 착각은 눈으로 보는 깨끗한 피부와 실제 건강한 피부 사이의 괴리에서 발생한다. 보기에 깨끗하다고 피부가 건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피부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지 않은(탈락하지 않은) 각질층은 ‘때’와 같은 의미가 아니며, 죽은 각질이 떨어지지 않고 피부에 붙어 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피부의 놀라운 복원력

    피부 보호 각질층 파괴…건조증, 염증 위험도

    각질이 일어나 가렵다면 때를 밀지 말고 물로 씻은 뒤 로션이나 크림을 발라주면 증상이 개선된다.

    ‘때(soil)’라는 말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탈락(脫落)된 피부 표면의 각질층(角質層)과 땀, 피지(皮脂), 외계의 먼지가 섞인 것‘이라고 나온다. 즉, ‘때=각질층’이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탈락된’이란 말이다. 이미 생명을 다하고 죽은 세포(탈락된 각질층)로서, 피부에서 정작 떨어져 나갔어야 할 각질층이 땀과 기름기, 먼지와 범벅이 돼 피부에 그냥 붙어 있는 상태가 순수한 ‘때’의 정의다. 때가 거무스름하게 보이는 것은 먼지와 피지의 색깔 때문이며 각질층의 본 색깔은 살구색이다.

    하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는 굵은 때에는 세게 밀었든 약하게 밀었든 아직 ‘탈락하지 않고’ 피부에 붙어 있어야 할 ‘살아 있는’ 각질층이 대부분이다. ‘순수한 때’, 즉 죽은 각질과 먼지덩어리는 굳이 문지르거나 밀지 않고 물로만 씻어도 한번에 씻겨 몸에서 떨어져 나가므로 눈에 보일 만큼 굵은 때 속에는 살아 있는 각질층이 많은 양을 차지하게 마련이다. 단, 일주일간 몸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았거나 병적으로 각질층이 짧은 시간에 많이 떨어져 나가는 사람은 예외다.

    이가영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교수는 “각질층은 피부의 수분증발을 막는 피부 보호막이자, 콜레스테롤, 세라마이드(각질층 형성 필수 성분), 지방산등을 포함하는 주요 지질층이기 때문에 목욕할 때 벗겨내면 피부가 건조하고 거칠어진다. 따라서 피부 보호와 보습을 위해선 때를 밀지 말고 샤워 정도로 끝내는 게 좋다”고 말한다. “때를 안 밀면 지저분하지 않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더러운 성분은 물로만 씻어도 대부분 없어지며 기름때가 많이 낀 경우라도 저자극성 비누로 씻는 정도로 충분히 제거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건강한 피부는 스스로 조절 능력이 있기 때문에 손가락으로든 뭐로든 때를 밀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비록 각질층이 과다하게 생성돼 언뜻 지저분하게 보여도 스스로 각질층의 양을 조절해 과다한 부분은 없애고 부족한 부분은 새로 생성해 매끈한 피부를 만들어낸다. 때가 많이 나오도록 밀면 다음과 같이 피부가 계속 손상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때 밀기 → 각질층 파괴 → 피부 습기 유지 불가 → 피부, 건조 보호기능 손상 → 손상된 피부 복구 위한 염증 반응(피부가 벌개지고 가려움증 유발) → 부족한 각질층 복구 위해 각질층 과다 생산 → 피부가 거칠고 지저분해 보임 → 피부가 지저분해 보인다고 때 밀면 다시 피부 손상

    사정이 이러한데도 굳이 때를 밀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평생 때를 안 민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1년에 몇 차례 정도라면 때를 밀어 피부에 손상을 준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때를 미는 게 습관화해 꼭 때를 밀고 싶다면 3~4개월에 한번 정도 미지근한 물에 몸을 불린 후, 묵은 때를 가볍게 제거한다는 느낌으로 부드럽게 미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정원순 연세스타피부과 원장은 “때를 꼭 밀어야 한다면 이후의 피부 관리가 중요하다. 때를 민 뒤 수분크림이나 오일 등을 발라 보습을 충분히 해주는 게 중요한데, 지성 피부인 사람은 크림보다 로션 타입을 쓰고 건성 피부인 사람은 비누 사용을 되도록 자제하고 크림 타입의 보습제를 쓰는 게 좋다. 특히 겨울철에 건조해서 일어난 각질층을 때로 오인해 밀어내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충고한다.

    피부 보호 각질층 파괴…건조증, 염증 위험도
    목욕이나 샤워는 피부의 성질에 따라 횟수를 달리해야 한다. 지성 피부는 매일 해도 관계없지만, 건성 피부를 가진 사람은 2~3일에 한 번 정도, 건조가 심한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줄이는 게 좋다. 건성 피부의 경우 물로만 샤워해도 몸에 필요한 살아 있는 각질이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문제가 될 만큼 각질층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손으로 박박 밀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피부 스케일링을 받거나 미세박피술을 받는 게 좋다”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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