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rait of F. Kupka and Mrs. Kupkova’, 프란티셰크 쿠프카, 1908(왼쪽) ‘Morning’, 에밀 필라, 1911
에밀 필라(1882~1957). 그는 체코가 자랑하는 체코 근대미술의 상징 같은 존재다. 1900년대 초반에는 피카소, 브라크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아 큐비즘에 몰두했고, 전운(戰雲)이 온 유럽을 휘감았던 1930년대에는 그림을 통해 파시즘에 저항했다. 체코가 독일 나치에 점령됐을 때 수용소에 수감됐던 그는 화가뿐만 아니라 조각가, 수집가, 편집장, 외교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체코 문화예술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Letna in 1922’, 블라스타 보스트체발로바-피쉐로바, 1926(왼쪽) ‘Memory of Landscape I Have Never Seen’, 요세프 시마, 1936
즈네데크 리르크의 작품 ‘우정’(1938~1939) 앞에 서면 그 시절의 불안과 절박함이 스멀스멀 전해진다. 가녀린 여인이 눈물을 글썽이며 눈을 감고 서 있고 노오란 달빛이 처연함을 더한다. 그녀 옆에는 세워진 현판에는 ‘Amicitia’란 글자가 새겨졌는데 그만 금이 가 있다. Amicitia란 라틴어로 ‘우정’이란 뜻이다. 리르크는 게슈타포의 체포를 피해 달아나다 자살했다고 한다.
28명의 회화작품 107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작가는 프란티셰크 쿠프카다. 프라하, 빈, 파리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그는 피카소, 마티스, 들로네 등과 교유하며 체코 미술을 유럽에 소개하는 등 체코 미술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이번 전시에는 ‘가을 태양 연구’(1906), ‘쿠프카 부부의 초상’(1908) 등 그의 작품 11점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의 포스터에 쓰인 ‘쿠프카 부부의 초상’에는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아내이자 뮤즈 유제니가 수염이 덥수룩한 남편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 있다. 쿠프카가 두른 붉은색 허리띠는 체코의 전통의상. 파리에서 활동하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던 화가의 속내가 엿보인다.
<b>1</b> ‘Tropical Night’, 에밀 필라, 1938 <b>2</b> ‘Study for Autumn Sun’, 프란티셰크 쿠프카, 1906 <b>3</b> ‘Three Sisters’, 프란티셰크 무지카, 1922
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동유럽 도시, 영화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낭만의 도시. 사실 프라하는 오랫동안 이런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부제를 동명의 전시 작품에서 따와 ‘보지 못한 풍경에 대한 기억(Memory of Landscape I Have Never Seen)’으로 정한 주최 측의 절묘한 조어(造語) 감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일시 : 4월 21일까지 오전 10시~오후 7시 (주말은 오후 9시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 장소 : 서울 중구 정동 5-1 덕수궁 석조전 덕수궁미술관
● 관람료 : 성인 1만2000원, 중·고등학생 8000원, 초등학생 5000원
● 문의 : 02-2188-6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