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호

“외국 친구 사귀는 재미에 은퇴생활이 풍요로워요”

‘공유경제’를 사는 글로벌 서울人들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입력2013-02-21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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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한 자녀 쓰던 빈방 공유하는 중장년 주인장들
    • 외국인에게 한국문화 소개하며 보람 느껴
    • 온라인·모바일로 프로필, SNS 공유하며 신뢰 쌓아
    • 창업자 조 게비아 “국경 막론하고 공유경제 확산 속도 빨라져”
    “외국 친구 사귀는 재미에 은퇴생활이 풍요로워요”

    1 서울 가회동 유형건·김미경 부부가 그들 집에 묵으러 온 손님들과 포즈를 취했다. 2 김귀녀 씨는 결혼한 딸이 쓰던 방을 공유경제 장터에 내놨다.

    “오르막으로 올라오면 향나무집이 있어요. 거길 지나 골목으로 들어오면 빨간 구슬을 단 나무가 보여요. 바로 그 집이에요.”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살고 있는 주부 김미경(43) 씨의 설명대로 북촌 골목을 걸었다. 손님 맞으러 미리 나와 서성이고 있는 남편 유형건(49) 씨가 빨간 구슬보다 먼저 보였다. 이들 부부의 한옥은 아담하고 정겨웠다. 마당에선 강아지가 컹컹 짖고 나무 기둥이며 창살은 늦은 오후 햇살에 물들어 감귤색으로 반짝였다. 부부는 1년 전 20년간의 ‘아파트 라이프’를 청산하고 이곳으로 이사 왔다고 한다.

    이날 손님은 기자만이 아니었다. 서울에 출장 온 2명의 미국인이 일을 끝내고 서울 구경할 겸 이틀을 묵고 간단다. 부부는 방 4칸 중 2칸을 ‘공유경제’ 장터에 내놨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아들이 유학을 가는 바람에 비게 된 공간에서 머문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필요한 물건을 사서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거나 서로 바꿔 쓰는 개념의 경제를 일컫는다.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개념을 정립했고, 2011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세상을 바꿀 1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꼽았다. 공유의 대상은 집을 비롯해 자동차, 자전거, 전자제품, DVD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



    “외국 친구 사귀는 재미에 은퇴생활이 풍요로워요”

    3 권혜진 씨가 개인 연구소이자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는 한옥 ‘서경재’. 외국인들이 한글의 아름다움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한글 현판을 달았다.

    에어비앤비(airbnb.com)는 세계 최대의 공유경제 서비스 제공 기업으로 꼽힌다.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192개국 3만4502개 도시의 숙소 정보를 중개한다. 에어비앤비에 내 집을 등록하면 온라인 및 모바일을 통해 내 집에서 머물길 원하는 여행자들로부터 연락이 온다. 지난해 6월 1000만 일 예약을 돌파한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25억 달러(약 2조7000억 원)가 넘는다.

    서울 사람들도 이런 ‘집 공유’라는 낯선 문화에 참여하고 있다. 2008년 첫 번째 서울 주인장이 나왔고, 2월 현재 에어비앤비 홈페이지에서 ‘Seoul’을 검색하면 800개 이상의 집이 뜬다. 실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내놓는 이들이 주류를 이루는 여타 나라들과 달리 서울에선 비즈니스 형태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중장년층 주인장들을 중심으로 공유경제 개념에 충실한 집 공유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비즈니스 형태란 원룸이나 고시원, 여관 등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한 뒤 공유경제 사이트를 통해 여행객들에게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촬영하고 있는 사진작가 조성완 씨는 “주로 30대 직장인들이 ‘투잡’ 삼아 월세 원룸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고 전했다.

    “여기가 손님방이에요.”

    김귀녀 씨(57·서울 광진구 자양동) 가 방문을 열었다. 침대와 책상, 그리고 그가 그린 그림 한 점이 걸린 정갈한 방. 창 밖으로는 복닥복닥한 서울 시내가 펼쳐졌다. 지금은 결혼해 홍콩에 살고 있는 딸이 쓰던 이 방을 김씨는 2011년 10월부터 외국 손님들에게 내어주고 있다. 그의 집은 방 3칸짜리 아파트라 거실과 부엌은 손님들과 함께 쓴다. 김 씨처럼 중장년층 주인장 중에는 장성한 자녀가 분가해 남은 방을 공유경제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교직생활을 하다 정년퇴직한 오숙자씨(66·서울 강남구 양재동)도 아들 둘을 결혼시키고 4년간 비워둔 2층을 에어비앤비에 내놨다. 오 씨는 “남편과 친분 있는 일본인 사업가가 우리집에 와서 ‘이렇게 좋은 공간을 내버려두는 비생산적인 일을 해서 되겠느냐’고 핀잔 준 일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에 오 씨는 부부가 쓰는 1층과 2층을 분리하는 공사를 한 뒤 지난해 가을부터 외국인들에게 빌려주기 시작했다. 디지털 저널리스트 권혜진 씨(48)는 개인공간을 활용하는 경우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살림집이 있고 경복궁 근처에 개인연구실 용도로 한옥 ‘서경재’를 마련한 그는 “절반은 내가 사용하고 나머지는 다른 이들과 나누자는 생각에 에어비앤비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손님과 우정 쌓는 주인장들

    “외국 친구 사귀는 재미에 은퇴생활이 풍요로워요”

    4 에어비앤비 창업자 조 게비아. 노트북 화면은 에어비앤비 홈페이지다.

    ‘아일랜드 Brendan, 샌프란시스코 Andrea, 블라디보스토크 Sergei, 말레이시아 Fiona….’

    김귀녀 씨의 수첩에는 그간 그의 집을 다녀간 ‘친구들’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지금까지 39팀이 다녀갔다. 서울 가정집을 찾아오는 이들 중에는 단체관광을 주로 하는 중국인, 일본인은 거의 없고 개별여행이나 출장으로 온 서양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서경재의 첫 손님은 스웨덴 총리실 직원 가족이었고, 미국 미시간대 교수 가족이 두 달간 장기 체류하기도 했다. 여수엑스포에 참가하러 온 과학자, 댄스 퍼포먼스를 하는 벨기에 사람들, 그리고 몇 십 년 만에 자녀들을 데리고 추억여행을 온 미국 보스턴의 한인교포 가족도 있었다.

    한 지붕 아래서 함께 지내다보니 주인장과 손님들은 자연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밥도 같이 먹고 얘기도 하고, 종종 함께 여행을 떠난다. 김귀녀 씨는 손녀를 보러 온 캐나다 할머니와는 함께 아침을 먹으며 두세 시간씩 수다를 떨었고, 서울 밖에 나가보고 싶어 하는 손님들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 다녀오기도 했다. 김 씨는 “이제는 손님이 집에 없으면 심심하고 외로울 정도”라며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김미경 씨는 슬리퍼를 신고 마당을 오가는 자신에게 두툼한 털신을 선물로 사다주고 간 캐나다인 손님을, 남편 유형건 씨는 싱가포르에서 온 친구들을 북악스카이웨이로 드라이브시켜준 일을 꼽았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이었는데, 너무나 좋아하는 거예요. 어린아이들처럼 뛰어다니고 눈싸움도 하면서 사진 찍어달라고 하고요. 그런 모습을 보니까 저도 기분이 좋더라고요.”

    오숙자 씨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고 했다. 다도(茶道)를 취미로 삼고 있는 그는 손님들에게 차를 권하며 한국의 차 문화에 대해 설명한다. 또 직접 만든 한식으로 식사 한 끼를 꼭 대접하고도 있다.

    “한국 가정집의 식탁 문화를 알려주고 싶어서죠. 물김치, 떡국, 팥죽 등 두세 가지를 만들어 대접해요. 싱가포르 분들은 맛있다며 김치를 싸가기도 했고, 프랑스 분들은 너무 감사하다며 프랑스에서 가져온 치즈와 식탁 러너 등을 선물로 주고 갔어요. 외국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정말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요. 새롭게 배우는 것이 참 많습니다.”

    김귀녀 씨는 손님들에게 ‘카카오톡’을 알려준다. 그들이 떠난 뒤에도 서로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서다.

    “영어 때문에 집 공유를 망설이는 이들이 많은데, 영어는 하면 늘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단어 하나하나 찾아가며 대화하곤 했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함께 있어도 영어 때문에 힘들진 않아요. 서로 대화하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어떻게든 다 통하더라고요.”

    집을 ‘공유’하는 대가로 주인장들은 손님으로부터 숙박료를 받는다. 집마다 다르지만 대개 1박당 6만~15만 원.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한국 주인장들은 집 전체를 빌려줄 경우 연 평균 700만 원, 방 하나를 빌려줄 경우 180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고 한다. 권혜진 씨는 “외국인들이 한옥에 관심이 많아 평균보다 더 많이 벌었다”고 귀띔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 공유경제가 주는 첫째 소득이고, 금전적 수익은 그 뒤를 잇는 셈. 덕분에 권 씨는 한옥을 수리하는 데 든 비용을 벌충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고, 김귀녀 씨는 홍콩에 사는 딸의 집에 더욱 자주 갈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집 전체를 빌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그렇게 해주고 나도 여행을 떠난다”며 “집 공유를 통해 은퇴생활의 활력을 찾았다”고 했다.

    김미경 씨는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애초에 거주 공간 중 일부를 빌려주는 것이 큰 돈벌이가 될 수 없을뿐더러 수입에 연연하다보면 인생을 풍요롭게 살고 싶어 시작한 집 공유의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우리 부부가 살면서 다른 이들과도 한옥 문화를 나누며 교류하고 싶어 시작한 일이기에 예약이 없다고 한 숨쉬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 에어비앤비 창업자 조 게비아

    “공통점 갖는 사람들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발전”


    “외국 친구 사귀는 재미에 은퇴생활이 풍요로워요”
    에어비앤비는 1월 말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아시아본부가 위치한 싱가포르에 한국 전담 직원을 두고 한국 내 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 ‘선언’을 위해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조 게비아(31) CPO(Chief Product Officer)가 1월 말 한국을 찾았다. 1월 29일 만난 그가 내민 명함 뒷장은 천장이 돔처럼 둥근 독특한 집 사진이었다.

    -여기가 어딘가.

    “(명함 여러 장을 테이블에 깔면서) 보다시피 명함마다 사진이 다르다. 우리는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숙소 사진들로 명함 뒷장을 꾸미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숙소 중 하나는 영국 런던에 있는 옛날 물탱크를 개조한 아파트다. 유명 디자이너가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주인장들 중 연령이 많은 이가 꽤 된다고 들었다.

    “우리도 통계를 보고 놀랐다. 주인장 연령이 18세부터 80세까지 다양한데, 그중 35세 이상이 66%나 된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을 한 뒤 주인장이 되는 사람이 많다. 모든 연령층에 고루 공유경제와 에어비앤비가 어필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낯선 사람을 집에 들이고, 낯선 사람 집에서 머문다는 게 가능한가.

    “서로 신뢰를 가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손님이나 주인장 모두 내가 누구고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 관심사는 무엇인지 프로필이나 소셜네트워크를 공개하게 한다. 손님이 쓰는 숙소에 대한 리뷰, 주인장이 남기는 손님에 대한 평판 등도 중요한 정보다.

    이런 정보는 서로 공통점을 가진 주인장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데도 활용된다. 이 부분은 앞으로 더 진화할 것이다. 나도 얼마 전 도쿄에 여행 가서 취미가 비슷해 죽이 잘 맞는 주인장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편 오이타로 건너가서는 스님의 집에 머물며 함께 사찰도 둘러보고 전통 음식도 맛봤다. 이런 게 공유경제를 통해 여행하는 즐거움이다.”

    -에어비앤비는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에 곧잘 비교된다.

    “우리 스스로를 전통 숙박업체와 비교하진 않는다.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같은 금액으로 빌릴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넓고, 현지인의 집에 지냄으로써 말 그대로 ‘동네’를, ‘이웃’을 경험할 수 있다. 또 손님과 주인장이 서로 교류하며 우정을 쌓는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그리고 에어비앤비에서는 숙소뿐만 아니라 비행기나 성(城), 개인 소유 섬도 빌릴 수 있다!”

    -공유경제의 공동체 정신을 어떻게 평가하나.

    “지난해 10월 허리케인 샌디가 뉴욕을 강타했을 때 에어비앤비 주인장들이 이재민들에게 1200칸 이상의 방을 기부했다. 공유경제 내에서 공동체가 갖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는 사례다. 세계 각 나라나 문화권마다 특성과 차이가 있게 마련이지만 어디서든 공유경제의 정신이 점점 더 널리 수용되고 있는 것 같다.”

    에어비앤비는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같이 살던 3명의 젊은이가 집세를 마련할 목적으로 호텔을 구하지 못한 여행자 몇 명에게 자신들의 아파트를 빌려준 데서 시작됐다. 게비아는 “의외로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 주민의 눈으로 여행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며 “공유경제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통해 진정 의미 있는 경험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에 낯선 이를 들인다는 것이 여러 걱정을 가져오진 않을까. 권혜진 씨는 “에어비앤비는 회원들의 프로필과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알려준다”며 “그런 정보를 통해 사전에 손님들과 신뢰를 쌓게 된다”고 했다. 대부분 주인장들은 손님들에게 대문 열쇠를 쥐여주고 번호키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김미경 씨는 “손님들이 에어비앤비에 보증금을 내도록 되어 있어 기물 파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대비가 된다”고 했다. 손님이 체크아웃한 지 48시간 내에 주인장이 에어비앤비 측에 신고하지 않으면 보증금은 고스란히 손님에게 되돌아간다. 김귀녀 씨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고, 오히려 손님들이 청소도 해놓고 사용한 수건을 깨끗이 빨아 널어놓고 간다”고 전했다. 오숙자 씨는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사람들은 머무는 집의 분위기에 맞게 알아서 행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징검다리 예약을 하는 까닭

    ‘낯선 이와의 동거’로 의외의 부수입도 생기고 세계 각지에서 온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는 서울의 중장년층 주인장들은 각기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공유 생활을 즐긴다. 김귀녀 씨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길 원하기 때문에 장기 투숙은 최대 2개월까지만 허락한다. 김미경 씨는 예약날짜 사이마다 며칠간의 휴지기를 둔다. “예약이 꽉 차 있으면 아무래도 피곤해서 손님에게 귀찮은 내색을 하지 않을까 싶다”며 “오는 손님마다 정성을 다해 대하기 위해 징검다리 식으로 예약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권혜진 씨는 일산에 살지만 손님 오는 날이면 꼭 서경재로 미리 나와 손님을 맞이한다.

    “공유경제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니까요. 우리 집에 머문다는 건 실로 대단한 일이잖아요. 정현종 시인이 시 ‘방문객’에서 말했듯이 말이죠.”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의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그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시 ‘방문객’ 전문

    자동차에서 면접용 정장까지…

    날로 다양해지는 공유경제 세상


    한국에서 공유경제는 얼만큼 성장했을까. 아동복부터 자동차, 생활용품까지 현재 국내 공유경제가 껴안고 있는 서비스 품목은 다양하다.

    아동복을 교환하는 커뮤니티 키플(kiple.net)의 현재 회원 수는 3300여 명. 작아서 못 입는 아동복을 골라 보내면 그 수량과 품질에 따라 ‘키플머니’를 받는다. 이 사이트 내에서 다른 옷을 구입할 때 결제금액의 최대 50%를 키플머니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일반 결제하면 된다. 아동복 가격이 2000~3만 원으로 저렴하다는 것이 키플의 장점. 이 사이트를 1년간 이용한 오수영 씨(35)는 “아이들은 금방 커서 옷 하나를 입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비싼 새옷을 사는 건 낭비”라며 “새것이나 다름없는 옷을 저렴하게 마련할 수 있어 키플을 애용한다”고 말했다.

    한 벌에 30만~50만 원에 달해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부담인 면접용 정장을 대여하는 곳도 있다. ‘열린옷장’(theopencloset.net)이 그것으로 직장인들이 무상으로 기부한 정장을 1만~2만 원의 비용을 받고 청년 구직자들에게 대여해준다.

    자동차를 공유하는 카셰어링도 있다. 하루 단위로 빌려야 하는 렌터카와 달리 자동차 한 대를 30분, 1시간 등 짧은 시간 단위로 나눠 쓰는 서비스다. 이용 요금도 시간당 5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다. 현재 그린포인트컨소시엄(greecar.co.kr)과 쏘카(socar.kr) 두 군데가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홈페이지에서 자신과 가까운 주차장에 주차돼 있는 차량 현황 등을 참고해 예약하면 된다.

    한편 국민도서관 책꽂이(bookoob.co.kr)는 책을 한 공간에 모아놓고 서로 빌려보는 커뮤니티다. 자신의 책을 빌려주면 최대 25권까지 두 달간 대여받을 수 있다(제주도 및 도서 지역 제외). 대여료는 없고 택배비만 지불하면 된다. 원더렌드(wonderlend.kr)는 김치냉장고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기기, 생활용품 등을 빌릴 수 있는 곳이고, 코럭스(colux.co.kr)는 명품 가방을 회원들끼리 공유하는 커뮤니티다.

    이시내│인턴기자·숙명여대 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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