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용인
빌보드차트 2위에 오른 기념공연이라던가
팔만 명의 인파가 말 춤판을 벌인 다음 날
한 여자가 세종로 이순신 동상 앞에
삐뚤빼뚤 손 글씨 적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세 아이의 아빠에게 일터를 돌려주세요!
쌀쌀한 환절기의 아침을
홑 것으로 견디며 서 있는 일인시위에
광화문 사거리를 메운 출근 인파들
눈길 줄 틈도 없이
지하도로 하수처럼 몰려 내려간다
스모그로 음울하게 낮아진
서울 하늘이라도 뚫을 듯 높게 든
여인의 팔이 너무 가늘어 보인다
온통 바위로 덮인 광화문광장에
홍도 풍란 한 송이 활짝 피어
지워지지 않는 향기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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