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 운영자인 A씨는 대학 동창으로부터 개인 정보가 담긴 특정 종교의 교인 명단을 e메일로 받았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올려 다른 회원들이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개인 정보가 유출되자 교인들은 “A씨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 규정된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비밀 누설’의 죄를 저질렀다”며 고소했다.
1심과 2심은 A씨가 정보통신망법 제49조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설령 명단이 타인의 비밀에 해당해 보호받을 필요성이 있다 하더라도 교인 명단의 작성자나 그 취득 경위가 적시되어 있지 않고, 정보통신망을 침해하는 방법 등으로 명단의 작성자나 관리자의 승낙 없이 부정한 방법을 이용해 취득된 것이란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A씨가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의 판단도 이와 같았다.
[대법원 2012.12.13. 선고 2010도10576 판결]
■ 경찰의 음주단속에 불응하고 도주했다가 검거된 경우
화물차 운전자인 B씨는 경찰의 음주단속에 불응하고 도주했다. 다른 차량에 막혀 더 이상 진행이 어려워지자 운전석에서 내려 도주를 시도했다. 그러나 곧 경찰에 검거됐다. B씨가 술에 취했다고 판단한 경찰은 그를 지구대에 보호조치한 뒤 음주측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B씨는 2회에 걸쳐 측정을 거부했다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 거부)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B씨가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술에 취해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와 재산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던 B씨를 지구대로 연행한 경찰관의 행위는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판단했다. 또 술에 취해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B씨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한 것도 적법한 행위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술에 취한 사람에 대한 경찰의 보호조치는 최소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했다. 경찰서로 연행하기 전에 먼저 가족 등에게 연락해 인계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구대로 데려간 행위가 적법한 보호조치가 아니라면, 이처럼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했다고 해서 음주측정 거부에 관한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음주측정을 위한 강제연행은 과도한 공권력의 남용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2012.12.13. 선고 2012도1116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