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호

재채기에 무너진 척추 뼈 骨시멘트로 15분에 치료

노인성,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

  • 김경한│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www.cheilos.com

    입력2013-02-20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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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채기에 무너진 척추 뼈 骨시멘트로 15분에 치료

    척수성형수술 장면

    서울 천호동에 사는 양모 할머니(70)는 3년 전 허리와 등이 끊어지는 것 같은 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골다공증으로 인해 제1 요추가 주저앉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이 두려워 아픔을 참고 지내다 2년 전부터는 종일 방 안에 누워 있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증세가 악화돼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번에는 가슴 부위의 흉추 3개가 더 주저앉아 있었다. 전형적인 골다공증성 척추압박골절 상태였다. 양씨는 곧바로 골(骨)시멘트를 주입해 뼈를 단단하게 굳히는 척추성형술을 받고서야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골다공증을 당뇨병과 고혈압처럼 심각한 성인병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드물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데다 아주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뼈가 부러지거나 주저앉아야 그 심각성을 실감한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골다공증은 국민 건강을 해치는 주요 질환으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골다공증 환자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새 44.3% 늘었고 그중 50대 이상이 93.7%를 차지했다. 이 중 여성의 점유율은 92.5%로 남성에 비해 12.3배나 높았지만 연도별 증가율은 남성이 더 높아 남녀 모두에게 안심할 수 없는 질환이 되고 있다.

    골다공증이 많이 진행된 노년층의 뼈 조직은 크게 약화돼 낙상뿐 아니라 재채기나 기침과 같은 작은 충격에도 척추압박골절과 같은 심각한 질환이 올 수 있으므로 고령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지난해 제일정형외과병원에 내원한 척추압박골절 진단 환자의 90%가량이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척추압박골절은 골다공증으로 골밀도가 낮아지면서 푸석푸석해진 척추 뼈가 기침이나 재채기 같은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주저앉고 깡통처럼 찌그러지는 질환이다. 정상 척추 뼈와 비교해보면 앞쪽으로 납작하게 찌그러진 형태가 되기 때문에 압박골절이라 한다. 서 있을 때 힘을 가장 많이 받는 부위인 중간 흉추 또는 흉추와 요추의 접합부위에서 흔히 발생한다. 이렇게 골절된 부위를 빨리 회복시켜주지 않으면 주저앉은 부위에서 미세 골절이 계속 일어나고, 그 안으로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이 자라나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깡통처럼 찌그러진 뼈



    재채기에 무너진 척추 뼈 骨시멘트로 15분에 치료
    척추압박골절이 노인층과 폐경 이후 여성에게 많은 이유는 폐경 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격하게 줄기 때문이다.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에스트로겐이 줄면 뼈를 파괴시키는 파골세포의 기능이 불필요하게 활성화돼 골밀도가 떨어진다. 골조직이 약화돼 구멍이 숭숭 뚫린 뼈는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져 내리는데 여성의 척추골절 발생빈도가 60대 이후 급격히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두 배 이상의 골량을 가지지만 지나친 흡연 등으로 남성호르몬이 줄면서 파골세포의 수명이 증가해 골밀도를 떨어뜨린다.

    척추압박골절이 생기면 허리나 등에 심한 통증이 오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고, 척추 뼈가 찌그러져서 몸이 점점 앞으로 굽는 척추전만증이나 몸이 옆으로 구부러지는 척추측만증 같은 변형이 올 수 있으며 어깨 등 신체 다른 부위에서도 2차 통증이 발생한다. 또한 주위의 척추 뼈도 약해져 연쇄적으로 골절이 일어날 확률도 커진다. 이로 인해 키가 줄고 허리는 굽는다. 구부러진 척추 뼈는 가슴과 배를 압박해 심장, 폐 기능을 떨어뜨리고, 소화기능을 약화시킨다.

    거동이 불편해 누워 있으면 심부정맥 혈전증이나 폐렴, 욕창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고 골다공증도 더 악화된다. 누워만 있을 경우 매월 5% 정도의 골 소실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다른 부위 뼈가 골절될 위험도 더 커진다. 이렇게 척추압박골절은 사소한 충격이 발단이 되지만 방치할 경우엔 여러 후유증과 합병증으로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척추압박골절은 사망률을 무려 25~35%나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의 한 조사에서는 노인에게 척추골절이 발생할 경우 5년 생존율이 78%에서 61%로 줄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러한 신체적 고통은 치매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까지 일으키기 쉽다.

    재채기에 무너진 척추 뼈 骨시멘트로 15분에 치료
    재채기에 무너진 척추 뼈 骨시멘트로 15분에 치료
    국소마취로 간단하게 시술

    과거엔 척추압박골절의 치료법이 6~8주 동안 침대에 누워 절대안정을 취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 개발된 방법이 척추성형술(골시멘트 보강술)이다. 척추성형술은 주사기와 비슷한 특수장비로 골절된 부위에 액체상태인 골시멘트를 주입해 굳히는 방법으로 간단한 국소마취로 15~20분 만에 시술이 끝난다. 절개하고 꿰매는 수술적 부담이 없으며 시술 직후 통증이 사라지고, 입원기간도 길어야 1~2일로 일상생활 복귀도 빠르다. 간단한 치료에 대비해 효과가 매우 뛰어나 많은 사람에게 시술되고 있다.

    골시멘트는 주입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뼈의 강도로 굳어 골절 부위를 고정시킨다. 또한 허리가 굽은 환자의 대부분은 주저앉은 척추 뼈에서 오는 통증으로 인해 허리를 구부리게 되는데, 척추성형술로 통증을 완화시키면 구부러진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다. 하지만 치료가 늦어져 허리 근육에 변성이 온 경우에는 통증 완화의 효과만 있을 뿐 허리를 펴고 걸을 수 없다. 따라서 2차 변화가 오기 전에 빨리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만 시술 과정에서 골시멘트가 뼈 밖으로 새어나올 경우 신경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시술을 받아야 한다.

    척추압박골절을 예방하려면 우선 뼈를 건강하게 해야 한다. 하루 필수 칼슘 섭취량은 1000~1500mg이다. 가능한 한 음식물을 통해서 충분히 섭취하고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는 하루 30분 정도의 일광욕으로 충분히 생성되므로 일광욕을 겸한 적절한 야외 운동을 매일 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매일 30분만 시간을 내도 평형감각과 근력이 좋아져 골절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담배는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술은 칼슘이 뼈로 흡수되는 것을 방해하므로 금주, 금연도 중요하다.

    재채기에 무너진 척추 뼈 骨시멘트로 15분에 치료
    특히 뼈가 약해진 노인들은 골절이 쉽게 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요즘 같이 날씨가 차가울 때는 굽이 낮고 발이 편한 신발을 신고 되도록 미끄러운 곳은 피해야 한다. 또한 잘 보이지 않으면 넘어지기 쉬우므로 어두운 곳에선 불을 켜고 시력을 교정하는 것이 좋다. 척추압박골절로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경험 많은 전문의를 찾아 적기에 치료받는 게 시간과 비용, 통증, 수술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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