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나를 미행하는 것 같아 깜짝깜짝 놀라요. 늘 불안하고요.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북한의 대남 사이버 심리전을 방어하는 일을 했습니다. 북한을 찬양하는 잘못된 글이 마구잡이로 번져나갈 경우 이에 대해 사이버 공간에 북한을 정확하게 알리는 글을 올리기도 했고요.”
‘신동아’ 출간 후인 1월 31일, 김 씨가 그간 밝힌 적이 없는 새로운 사실이 ‘한겨레’신문을 통해 알려졌다. 기사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김 씨가 11개 아이디로 작성한 글의 내용을 보면, 야당 대선 후보 및 국회의원을 비판한 글 10건, 4대강·제주해군기지 등 사회 쟁점에 대해 정부와 여당을 옹호한 글 25건 등 91건의 게시 글 대부분이 정치·사회·남북·경제 분야를 다뤘다. 김 씨가 제주해군기지 건설 찬성, 4대강 입장 옹호, 북한 비판 등 몇몇 특정 주제에 대해 동일한 입장을 드러내는 글을 반복적으로 올린 것도 확인됐다. 11개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대단히 의도적으로 지속적이며 체계적으로 활동한 것이다.”
“게시 글은 신념에서 비롯한 것”
김 씨는 “내 업무는 사이버 공간에서 종북 글을 추적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야당 대선 후보 및 국회의원과 관련된 글은 종북 세력 추적과는 관계가 없다. 이에 대해 김 씨는 다음과 같이 재반박했다.
“게시 글의 작성, 찬반 클릭 등의 활동은 내가 견지하고 있는 국가 정체성 및 체제 수호에 대한 신념에서 비롯한 것이다.”
‘신동아’는 김 씨의 것으로 알려진 ID로 3개 사이트를 확인했다. 김 씨가 올린 글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탈북자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삐라 살포다’ ‘삐라 살포가 멍청한 짓이면 북한이 저러고 나오겠나?’ ‘NLL 반대하는 사람도 있나요?’ ‘최근 북한군이 귀순하는 이유는 식량보급체제가 배급제에서 자급자족으로 바뀌어서다’….
이러한 글은 “북한을 정확하게 알리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는 증언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씨의 주(主)임무는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대남 심리전과 국내 인사의 종북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그런 김 씨는 이런 글도 올렸다.
‘국보법 없애면 안 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 부르는 사람이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서는 판인데 국보법마저 폐지하면 대한민국이 남아나겠나’ ‘신변안전 보장 강화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 금강산 한번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목숨 걸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특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으나 야당 후보(이정희, 문재인)의 주장을 비판한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무원으로서, 그것도 정보기관 요원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친북 인사들이 인터넷에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북한 찬양활동을 하는 것은 감시해야 한다. 체제 수호적인 내용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정치 개입 의도였다면 야당 후보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공격해야 하지 않나.”
김 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 중 대선 후보를 ‘비방’했다고 볼 만한 것은 찾기 어렵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대선에 개입했다고 볼 만한 글은 ‘남쪽 정부’ ‘금강산’ 관련 글 등 4건 정도가 전부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의 본질이 대선 개입→국내 정치 개입으로 바뀐 측면도 있다.
국정원법 3조 1항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외정보, 국내보안정보(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의 수집 작성 배포 권한을 갖는다. 국내 정보 수집 대상을 대공과 방첩 등으로 한정했지만, ‘좌파’ 혹은 ‘종북’ 꼬리표를 달면 대공과 방첩의 범주로 해석할 수 있어 자의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김 씨가 쓴 게시 글 중에도 안보활동에 속한다고 할 수도, 정치활동에 속한다고 할 수도 있는 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