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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이제 ‘정치 노조’는 끝내야”

김재철 前 MBC 사장 사퇴 후 첫 인터뷰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이제 ‘정치 노조’는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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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꿈은 부국장”

“후배들에겐 미안하지만 이제 ‘정치 노조’는 끝내야”

3월 26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해임 의결된 김재철 당시 MBC 사장.

▼ 그들을 정규직으로 돌려 말이 많은데.

“파업 후 한 달째부터 사람을 뽑자고 했는데 임원 10명 중 8명이 반대했다. 파업이 이렇게 오래갈 줄 몰랐으니까. 경영본부장은 ‘사람을 지금 채용하면 내보내지도 못하는데 뒷수습을 어떻게 할 거냐’고 걱정했다.

▼ 맞는 말 아닌가.

“다행히 본사에 정규직 사원만 지금 1700명쯤 되는데 앞으로 4년 내 정년퇴직하는 인원이 250명 정도다. 방송이 컬러화하면서(인력이 많이 필요해) 그만큼 인력을 뽑을 수 있었다. 다른 데도 마찬가지지만 1~2년에 한 번씩은 후배들을 뽑아야 한다. 10년, 5년씩 갭이 생기면 별로 안 좋더라.”



▼ 방문진에서 해임 의결한 뒤 사표 내기 직전에 그 사안에 대해 결재했나.

“그렇다. 보도국 같은 데서 평가를 다 했다. 새로 밖에서 후배들이 3~4차에 걸쳐 들어왔다. 1차에 들어온 사람 대부분은 보도국에서 써보고 괜찮다고 했고, 2명 은 보도국 간부들이 안되겠다고 해서 글로벌사업본부 사원으로 다 채용했다. 기자 출신이니 적응력이 뛰어나고 경영 쪽에만 있던 사람들과는 다른 시도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 방문진의 해임 결의 후 착잡하지 않았나.

“그보다는 시원섭섭하다고 할까? MBC 입사했을 때 꿈은 부국장이었는데 그 이상을 누렸고 하고 싶었던 일을 했다. 대학 다닐 때는 언변도 좀 있고 나서기도 좋아하고 서클활동도 하고 해서 꽤 유명했는데 MBC 들어와보니 우수한 놈이 너무 많았다. 그때는 정치부가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난 사회부 기자, 보도 제작,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았다. 1985년에 처음 남극을 탐험한 일이 생각난다. MBC가 주최한 행사였는데 그때 남극탐험에 성공해서 우리나라가 남극조약에 가입하고 남극에 기지를 만드는 게 가능해졌다.”

▼ 거기서 죽을 뻔했다던데.

“다큐멘터리 오프닝 커트 찍느라고 배경이 멋진 언덕으로 갔는데, 가도가도 거기가 거기인 것 같더라. 고글을 쓰고 있었는데도 완전히 설산이라 착시현상이 일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헬기 조종사가 위에서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고리도 안 맨 상태였고 순간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푹 꺼지면서 늪처럼 가라앉았다. 일종의 크레바스였다. 한쪽으로 쓰러지면서 단단한 곳을 잡고 내 발자국 따라 기어나오는데 ‘이제 죽는구나’ 싶더라. 알고 보니 조종사는 크레바스 지역이니 오지 말라고 신호를 보낸 거였다. 그 뒤로는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그때를 떠올린다. 죽을 고비를 넘긴 걸 보면 내 목숨이 질긴가보다.”

▼ 노조에서는 반정부적인 기사, 정권에 민감한 기사들을 걸러냈다고 주장했다.

“힘들게 취재해온 기사를 빼면 나라도 항의했을 거다. 그런 주장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난 기사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 MBC에 언제부터인가 ‘정치 사원’이 많이 생겼다. 나도 예전엔 노조원이었다. 1987년에 노조가 처음 생겼고 보직부장이 되면 자동 탈퇴하게 돼 있는데 내가 탈퇴 2호였다. 사실 내가 좀 반골이었다. 옛날 생각해서 취재에 간섭하지 않는다. 기자가 종일 죽기 살기로 취재해 온 걸 모두 담아낸 기사를 빼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그럼 ‘PD수첩’이 취재한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은 왜 방송을 취소시켰나.

“그건 내가 아니라 임원회의에서 조치했다. 회사에서는 우리 PD수첩팀을 ‘독립군’이라고 한다. 그 팀은 50분짜리 방송을 만들면 그걸 그대로 내보낸다. 담당 국장이 있는데도 지금까지 거의 그랬다. 그런데 PD수첩 때문에 광우병 문제가 발생한 거 아닌가. 그래서 정권 들어설 때 난리가 났었고. 광우병에 대한 녹화테이프도 우리 임원들이 다 같이 봤다. 토론을 벌이고 필요한 부분은 설명도 듣고 그랬는데, 이후 어떤 생각을 갖게 됐냐면…MBC 이름으로 나가는 프로그램이면 PD수첩이건 뭐건 간에 담당 국장과 본부장이 잘 봐야 하고, 만일 거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보충취재를 요구하거나 타당성을 설명하도록 하기로 했다. ‘4대강 수심 6m의 비밀’은 편성본부장이 본 다음 문제를 제기했고, 담당 PD에게 설명을 요구했는데 부족한 게 있었다.”

▼ 어떤 문제였나.

“직접 보진 않았다. 사장이 보면 곡해할까봐 보고만 들었는데 한쪽으로 몰아갔다. 담당자들이 일부 인정했다. 임원들이 논의한 결과 이대로 방송 내보내면 안 된다고 해서 보완하라고 했다. 일부 수정해서 일주일 뒤에 방송 내보냈고.”

MBC, 좌편향서 중도로

▼ 그럼 왜 공정보도 논란이 끊이지 않은 건가.

“예전엔 MBC가 중립이었다. 노조도 항상 우린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보도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 중도가 아닌 좌쪽으로 기운 기사를 쓰는 경향이 강해졌다. 민노총, 민노련, 그다음이 MBC 본부 아닌가. 우리 선배들이 보기에 그건 아니거든.”

▼ 너무 좌편향이다?

“그렇다. 이걸 중도로 돌리려고 한 거다. 어느 정권에 유리하게가 아니라. 그런(‘4대강 수심…’ 방송 최소) 요청은 한 적도 없고 내 자신이 용납하지 않는다. PD수첩을 없애자는 얘기 나왔을 때도 반대했다. PD수첩이 우리 회사의 힘인데 그걸 왜 없애느냐, 바보같이. PD수첩은 당연히 있어야 된다. 그래야 사장한테 항의하는 사람도 있고 항의하러 오는 데도 있고 재벌도 견제하고 정부도 견제할 수 있다. 그게 언론의 기본 사명인데 그걸 놓쳐선 안 된다. 공정방송을 해야 하고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민주당이나 시민단체, 진보 언론에서 볼 때는 MBC가 지금까지 좌로 기울어져 있어서 정도(正道)를 간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쪽저쪽 다 비판하니까 기분 상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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