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밀리터리블’의 한 장면.
이날 박 대통령이 언급한 ‘레밀리터리블’은 2월 6일 유튜브에 업로드된 지 두 달 남짓한 4월 11일 현재 조회수 477만여 번을 기록한 공군 홍보 동영상이다. 군 조직의 홍보 동영상을 두고 최고위직 리더 간에 대화가 오가게 된 것은 이 동영상의 엄청난 대중적 인기 때문이다.
국내 유력 미디어뿐 아니라 미국 ‘뉴욕타임스’가 ‘레밀리터리블’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만큼 중독성 있는 영상이라고 평한 데 이어 CNN, BBC, 알자지라 방송 등 해외 유수의 미디어도 집중 조명했다.
또한 ‘레밀리터리블’을 패러디한 ‘레스쿨제라블’ ‘레공대라블’ 등 2차 패러디 영상이 속속 등장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육군은 ‘레밀리터리블’의 기획과 제작을 담당한 공군본부 정훈공보실의 미디어영상팀을 벤치마킹해 미디어홍보팀 ‘밀리미터’를 2월 중순 창단하고 패러디 영상들을 내놓고 있다.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요즘, 기업이나 공공기관 홍보 책임자들은 어떻게 하면 합리적인 예산으로 효과적인 홍보활동을 펼칠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 이들에게 촬영기간 3일, 실제작비용 100만 원이라는 ‘초단기·저예산’으로 완성된 ‘레밀리터리블’은 분명 눈여겨볼 만한 성공사례다. 필자가 몸담은 피크15 커뮤니케이션은 2월 8일 공군본부 정훈공보팀으로부터 이 동영상이 세계인의 뜨거운 관심을 모은 비결과 커뮤니티 형성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한 달여간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결점을 유머 코드로 전환

‘레밀리터리블’ 포스터
정 중위는 배경음악에 삽입할 노랫말을 직접 만들었다. 유년기를 해외에서 보낸 덕분에 운율을 잘 살린 영어 가사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처음 해보는 배경음악 작업은 미디어영상팀원들의 의견을 참조해 수정과 보완을 거듭해나갔다. 제설 장면에 출연한 엑스트라는 지원자가 15명밖에 되지 않아 공군중앙전산소에 차출을 요청했다. 차출된 병사들을 통솔한 주임원사는 “특별출연하는 대가로 1억 원은 주셔야죠”라고 농담을 했지만, 병사들은 출연료 대신 지급한 찐빵과 어묵으로도 흐뭇해했다.
군인 특유의 협동심과 지속적인 연습, 철저한 동선(動線) 파악 등 사전 준비에 힘입어 1월 29일 시작된 촬영은 사흘 만에 끝났다. 제작과정에서 기계적 오류가 생겨 보컬 녹음 분량을 재녹음하고, 제대로 된 그림 콘티가 없어 현장 촬영분을 거칠게 편집하는 등 어려움이 따랐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계급장 떼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 끝에 ‘군미제라블’이었던 원제는 외국인도 이해할 수 있는 ‘레밀리터리블’로 바뀌고, 지루한 부분은 가차 없이 편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