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밀리터리블’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공군 장병들. 왼쪽부터 김경신 중위, 이민정 중위, 이현재 병장, 김건희 병장(전역), 정다훈 중위.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홍보실에서 기획하는 홍보 소재는 정책 공급자의 시선에서 기획된 것이 많다. 정책 수요자인 국민이나 고객 처지에서는 일방적인 메시지라는 인상을 받기 쉽다. 공군 미디어영상팀은 ‘레밀리터리블’을 통해 이런 일방적 정보전달 방식을 극복하기 위해 결점을 과감히 드러내는 ‘모험’을 시도했다. 이는 공공업무에 관한 홍보활동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레밀리터리블’은 장점을 극대화할 때 긍정적인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제설작업의 단점을 유머러스하게 승화함으로써 더 큰 호응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공공 홍보 최초의 ‘슈퍼데스크’
글로벌 정보업체 ‘트렌드워칭닷컴(trendwatching.com)’이 지난해 말 발표한 ‘2013 글로벌 트렌드’ 보고서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플로섬(flawsome)’ 전략이 뜬다고 소개했다. 플로섬은 결점을 드러내 소통하는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을 지칭하는 용어로, 일부 글로벌 기업이 고객에게 친구처럼 다가가려고 도입하는 기법이기도 하다. 군의 제설작업처럼 스스로의 결점을 위트와 유머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자신의 강점은 ‘남의 입’에서, 약점은 ‘내 입’에서 먼저 나올 때 PR효과가 커진다.
‘레밀리터리블’ 성공사례에 담긴 또 하나의 시사점은 창의성을 독려하는 조직운영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미디어영상팀은 기획부터 사전 전략 수립, 콘텐츠 제작 및 미디어 확산과 사후 대응까지 원스톱으로 작동하는 ‘슈퍼데스크’ 체제다. 슈퍼데스크는 기업과 공공조직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일원화한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말한다.
미디어영상팀은 상급기관인 공군본부의 배려로 15명으로 구성된 독자적인 팀을 꾸려 1년 전부터 자체 제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왔다. 한마디로 콘텐츠 생산과 확산에 대해서는 완벽한 책임과 자율권한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민간조직보다 한결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유연성은 상급기관과 실행 팀의 높은 신뢰와 확신이 있어야 발휘될 수 있다.
미디어영상팀장 권용은 중령은 “콘텐츠의 소재와 형식에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는다.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팀 차원에서 자유롭게 결정한다”고 운영원칙을 밝혔다. 그는 또 “큰 방향에 대해선 팀장으로서 ‘스크린’하지만 창작영역은 철저히 실무자에게 맡긴다”며 “기획회의에서는 젊은 감각의 아이디어가 언제나 자유롭게 나오고, 30대만 되어도 제작과정에 못 낄 정도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군은 ‘레밀리터리블’을 미래 사업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했다. 동영상에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로 등장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 포스터가 좋은 예다. 이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김경신 중위다. 김 중위는 촬영 장소인 무궁화회관에서 촬영 동선을 확인하다가, 차세대 전투기 사업 포스터를 붙여서 노출하자고 제의했다. 깨알 같은 재미 속에 ‘전투 의지’를 심어놓은 제작진의 재치가 웃음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