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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인 연구 | 채포기 영종산업 대표

“고비용-온실가스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친환경 아스콘 ‘그린시스템’ 공법 개발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고비용-온실가스 두 마리 토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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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온실가스 두 마리 토끼 잡는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비포장도로엔 전국적으로 검은색 아스팔트가 깔리면서 ‘신작로(新作路)’ 전성시대가 열렸다. 곳곳에 신작로가 들어서면서 자동차가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모습은 빛바랜 ‘대한늬우스’에서나 볼 수 있는 추억이 됐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대한민국 근대화,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다.

2000년대 들어 아스팔트 포장에 친환경 공법이 더해졌다. 폐(廢)아스콘(아스콘은 ‘아스팔트 콘크리트’의 준말)을 다시 사용하는 순환골재 시스템이 도입돼 폐아스콘 매립에 따른 토양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폐아스콘을 재활용하면 석분과 골재 등 원자재 구매 부담이 줄어 원가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폐아스콘 재생에서 한발 더 나아가 ‘포밍’(거품) 기술을 아스콘 제조공정에 적용, 연료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신기술도 개발됐다.

선박 도장(塗裝) 기술에서 착안

채포기 영종산업 대표는 폐아스콘 활용 및 포밍 기법을 접목해 아스팔트 제조공법을 혁신하고 있다. 4월 1일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영종산업에서 채 대표를 만났다.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에 너털웃음이 인상적인 그는 걸려온 휴대전화를 모두 스피커폰으로 받을 만큼 거리낌 없이 화통한 성격이었다.

▼ 도로에 깔린 아스팔트를 무심코 봐왔는데, 제조과정에 어떤 신기술이 활용됐습니까.



“우리가 특허 받은 게 폼드 아스팔트(Foamed Asphalt)라는 겁니다. 아스팔트 까는 것 봤죠? 골재와 아스팔트를 섞어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혼합물을 도로에 까는데, 가열된 아스팔트에 물을 분사하면 거품이 생기거든요. 그러면 접촉면이 넓어져 아스팔트가 (골재에) 고르게 입혀집니다. 그게 기술인 거죠.”

일반적으로 아스팔트 콘크리트는 고온으로 가열한 아스팔트에 골재를 섞어 만든다. 영종산업에서 특허를 받은 폼드 아스팔트 제조공법은 가열한 아스팔트에 물을 고압으로 분사해 아스팔트 거품을 먼저 만들고, 여기에 골재를 넣어 섞는다. 물을 분사해 만들어진 아스팔트 거품은 접촉 면적을 확대하기 때문에 골재에 균일하게 아스팔트를 입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포트 홀’도 줄어든다. 포트 홀은 포장 도로 표면의 조그만 구멍인데, 시공할 때 콘크리트가 골고루 입혀지지 않아 결합력이 떨어진 탓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폼드 아스팔트는 골고루 잘 섞이기 때문에 포트 홀이 생길 염려가 거의 없다고 한다.

채 대표는 인터뷰 도중에 폼드 아스팔트 제조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줬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에 물을 분사하니 부글부글 끓는 폼드 아스팔트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골재를 넣은 뒤 ‘더블 배럴’이라는 통에서 골고루 섞어 혼합물을 만들었다. 단순한 공정 같지만 끈적끈적한 아스팔트에 고압으로 물을 뿌려 거품을 일으킴으로써 표면적을 넓히는 것이 핵심기술인 듯했다.

▼ 폼드 아스팔트 제조공법은 채 대표께서 직접 개발한 건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더블 배럴은 미국 회사(Astec社)에서 들여왔어요. 우리나라 아스콘 공장들의 제조과정은 대개 컨테이너 박스처럼 만들어져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섞이는 구조로 돼 있어요. 그에 비해 더블 배럴은 이중 구조의 원통형으로 서로 맞물려 반대로 돌면서 섞으니까 더 잘 섞이고, 한꺼번에 많은 양의 아스콘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핵심기술은 ‘그린시스템’입니다. 아스팔트에 고압으로 물을 뿌려 거품을 만들어주는 장치죠. 이것도 기존에 나와 있던 겁니다. 조선소에서 배를 건조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선체에 도장을 할 때도 이 장치를 씁니다. 거품을 일으켜 표면적을 넓히면 페인트가 더 곱게 입혀지니까요. 이처럼 다른 분야의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던 기술을 우리가 아스콘 제조공법에 처음 도입한 겁니다.”

▼ 그렇다면 특허를 받은 기술은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입니까.

“그린시스템을 장착하더라도 최적의 거품을 만들어내는 게 관건입니다. 물을 어느 정도 압력으로 얼마만큼 뿌려줘야 하는지를 우리가 알아낸 거예요. 너무 세게 뿌리거나 너무 약하게 뿌리면 거품이 나지 않습니다. 물의 양도 중요해요. 물의 양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거품도 잘 안 나지만, 아스팔트가 골재에 고르게 묻지 않아요. 그 황금비율을 알아내려고 수백, 수천 번의 시험을 거쳤습니다.”

“정부가 인정한 친환경 공법”

▼ 기존 제조공정에 그린시스템을 들여와도 같은 효과를 냅니까.

“아스팔트 거품을 발생시켜 아스콘을 만들면 품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집니다. 더블 배럴을 사용하면 더 좋겠지만, 더블 배럴 기계 1대 설치하는 데 10억 원 정도가 드는 게 문제죠. 기존 아스콘 공장에서 더블 배럴 없이 그린시스템만 채택해도 상당한 수준의 폼드 아스팔트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 그린시스템 설치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국내에서 제작하려면 3억~4억 원, 수입해서 설치하면 1억 원쯤 듭니다. 우리나라엔 그린시스템이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기계를 깎아서 만들어야 해요. 제작단가가 그만큼 높아지죠.”

▼ 폼드 아스팔트 제조공법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아스팔트 거품 특성을 이용하면 낮은 온도에서 아스팔트를 혼합할 수 있습니다. 보통 아스팔트 혼합물을 제조할 때 170도까지 아스팔트를 가열하는데, 폼드 아스팔트는 이보다 20~30도 낮은 온도에서도 가능합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아스콘을 만든다고 ‘중온 아스콘’이라고 하는데, 낮아진 온도만큼 연료비가 적게 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듭니다. 친환경 아스콘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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