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호

‘대기업 드라이브’엔 한계 ‘빈곤한 중산층’ 구출하라

  • 맥킨지 서울사무소 | www.mckinsey.co.kr

    입력2013-04-19 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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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드라이브’엔 한계 ‘빈곤한 중산층’ 구출하라
    4월 15일 최원식 대표가 이끄는 맥킨지 서울사무소가 1998년 한국 경제를 주제로 발표한 첫 보고서 이후 15년 만에 두 번째 한국보고서 ‘Beyond Korean Style : Shaping a new growth formula’를 발표했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와 공조해 작성된 이 보고서는 중산층의 재정난을 한국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며 ‘새 판’을 짤 새로운 성장모델 구축과 관련한 여러 제안을 하고 있다. 90여 쪽 분량의 보고서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보고서 원문은 www.mckinsey.co.kr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맥킨지가 첫 한국보고서를 발간한 1998년 당시 한국 경제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형 산업재 기업의 높은 부채비율 및 생산성 하락이었다. 이 문제는 해결됐다. 지난 10년간 한국 제조업 대기업들은 연간 9% 이상의 생산성 신장을 기록했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이 확대되면서 국내 고용은 축소되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국내 고용 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서 12%로 하락했다.

    그간 한국 대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왔던 수출 주도 성장모델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국내총생산(GDP)은 꾸준히 오르지만 국가경제와 가계경제 간의 탈동조화 현상으로 한국인의 체감 소득수준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불평등이 심화하고 소비성장이 위축돼 결국 GDP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를 수 있다. 이제 한국은 중산층 가구의 재정건전성 회복을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고, 장기적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신성장모델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재무적 스트레스 ‘빨간불’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는 중산층 가구의 재무적 스트레스 증가에서 기인한다.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주춤해진 소득 증가다. 이는 저임금 서비스 직종 및 중소기업이 고용 창출의 주축이 되면서 발생한 문제로, 한국 특유의 가족경제 구조로 인해 심화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남성 가장이 전적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가 아직도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맞벌이 비율은 57%인 데 반해 한국은 44%에 불과하다. 가계지출 패턴도 재무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인은 고가의 주택 구입 대출금 상환에 매달 막대한 금액을 지출하고,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많은 사교육비를 쓴다.

    그 결과 지난 20년간 중산층 가구(중간소득이 3만7000달러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의 재무상황은 극도로 악화됐다. 중산층 비율이 전체 인구의 75.4%에서 67.5%로 줄었고, 매달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중산층 가구 비중도 15%에서 25%로 확대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매달 높은 원금 상환액을 요구하는 단기대출로 월별 지출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상환액까지 반영할 경우 한국 중산층 가구의 55%가 적자 상태인 ‘빈곤한 중산층’일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만기 10년 이내의 단기대출이다. 이 중에서 90%는 변동금리를 조건으로 하고 있어 금리 상승 시 이자 부담이 급증하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주택 가격을 통제하고 은행 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엄격한 주택담보대출비율(Loan-To-Value, LTV) 역시 의도치 않게 주택융자 비용을 늘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조달 가능한 주택담보대출금은 평균 주택 가격의 50% 수준에 불과해 특히 젊은 세대들이 부족한 자금 조달을 위해 제2금융권 및 기타 사금융기관에 의존한다.

    한편 한국인은 고등교육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해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위해서는 사교육비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다. 고교 졸업생 중 71%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한다. 한국인이 계속해서 현재와 같이 주택자금 및 교육비에 과도한 지출을 한다면, 소비경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국내 소비와 해외 수출을 두 축으로 한 균형적 경제성장은 더욱 요원해지고 말 것이다.

    중소기업→중견기업, 0.07%

    한국 중산층이 재정적 압박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비스와 중소기업 부문에 있다. 이 부문에서 고용과 소득을 기대할 수 없으니 제조업 부문의 고용 축소가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어느 나라든 제조업 부문의 고용 기여도는 산업화와 함께 급상승하다가, 경제가 일정 규모에 도달하고 서비스 부문이 성장하면 그 비중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한국의 서비스 부문은 상점, 운송, 요식업 등 자영업 형태의 소상공인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로 인해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은 제조업의 40% 수준으로 다른 나라보다 매우 낮다. 중소기업 부문도 낙후되어 있다. 현재 한국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35%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전체의 0.07%에 불과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1.1% 수준에 그친다. 재벌 계열사가 아닌 독립적 중소기업의 경우 재벌 계열사 간 내부거래로 인해 사업기회를 확보하기조차 어렵다.

    많은 한국 여성은 결혼 혹은 첫아이 출산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둔다. 30~39세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국가 평균(57%) 대비 15%p 낮다. 하지만 출산 후 여성의 직장 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기업 혹은 정부 차원의 노력은 미미한 실정이다. 한국 기업이 요구하는 장시간 근로 역시 맞벌이 부부가 동시에 풀타임으로 근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중산층의 재무적 스트레스가 초래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출산율 급락이다. 주택구입 자금 및 사교육비 마련을 위해 한국의 젊은이들은 결혼을 미루고, 스스로 자녀 수를 제한한다. 낮은 출산율의 여파는 노동인구 감소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의 GDP 중 근로가능 인구의 기여도는 연간 1.1%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독일 및 기타 고령화 선진국보다 큰 폭의 하락세다.

    ‘대기업 드라이브’엔 한계 ‘빈곤한 중산층’ 구출하라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제언

    한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정책적 전환은 물론 민간부문 및 일반 국민의 인식과 행동에 이르는 총체적 변화를 모두 요구한다. 이 보고서는 △중산층의 재정건전성 회복 △서비스 부문 내 양질의 고용 창출 △중소기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 △저출산율 등 인구학적/가계구조 문제해결이라는 4대 영역으로 구분해 각각의 영역에서 필수적인 실행안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중산층 재정건전성 강화

    내수 신장을 뒷받침할 강력한 중산층 가구 형성을 통해 성장, 고용 창출 및 투자라는 선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려면 현재 중산층에게 부담이 되는 과도한 주택구입비 및 자녀 교육비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우선 대출비용 절감에는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타 선진국에 보편화한 장기 및 확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둘째는 LTV 규제 완화를 통해 제2금융권 및 비금융권을 통한 고금리 대출 비용을 축소하는 것이다.

    주택대출 상환금 경감을 위한 또 다른 정책으로 임대주택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영국에서 시행하는 지분공유제 방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는 부동산에 대한 부분 지분 소유를 허용함으로써 기존 주택소유자의 월 대출상환금을 경감하는 제도다(주택의 지분을 투자자들에게 판매).

    자녀 1인당 대학교 졸업까지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를 상회하는 중산층의 사교육 지출 부담을 축소하려면 창의적인 정부 정책과 함께 고등교육에 대한 한국인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 캠페인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한국인은 대학교육이 훌륭한 직장에 취직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을 고수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와 다르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 대졸자의 평생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나 대학입시 준비를 위한 교육비는 물론 사립대 등록금에 부모가 투자한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대학교육의 순현재가(NPV)는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은 중등교육 및 중등교육 이후의 과정에 대한 이원적 교육체계를 전격 도입해, 고등학교에서부터 철저한 직업교육이 시작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최근 한국이 도입한 ‘마이스터’ 고등학교 프로그램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시도다.

    ‘대기업 드라이브’엔 한계 ‘빈곤한 중산층’ 구출하라
    2. 서비스 부문 확대·강화

    이제 한국은 국가 경제정책의 핵심 목표를 서비스 부문의 역량 개선, 생산성 향상 및 고부가가치 고용 창출에 둬야 한다. 서비스 부문의 규모 및 경쟁력 확보야말로 국가경제의 핵심적인 우선 과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 경제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미래는 상당 부분 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에 달렸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관광에서부터 비즈니스 서비스에 이르는 전체 서비스 부문이 선진국의 전체 수출 비중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정부는 과거 제조업을 지원했던 것과 같이 서비스 산업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서비스 부문의 성장을 저해하는 걸림돌을 해소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서비스 부문의 잠재력에 대한 한국의 리더, 기업, 근로자 및 공무원들의 인식을 개선함으로써 고품질 서비스 부문에서 한국이 지니고 있는 탁월한 역량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자신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서비스 부문 중 성장 및 고용 창출 잠재력 면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4대 영역을 도출했다.

    ① 보건의료 한국은 GDP 대비 6.9% 수준의 낮은 보건의료 지출을 유지하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건강보험 보유 국가로 익히 알려졌다. 그러나 서비스 품질 및 보건의료 서비스의 결과 면에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으며, 아직 실현하지 못한 성장 기회도 많다.

    특히 개선이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는 1차 진료 및 요양/회복기 의료 부문이다. 이 부문은 인구 고령화 및 만성적 질병 증가와 함께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아시아로 향하는 의료관광객 규모 증가세를 고려할 때 한국의 보건의료산업은 보다 많은 의료관광객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도 지녔다.

    ② 사회복지 한국은 육아 및 노인요양 등 사회복지 서비스 부문에 대한 투자 역시 매우 미흡하다. 현재 한국의 사회복지 서비스 지출은 GDP의 6%로 OECD 국가 평균 9%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공공 및 민간 부문의 사회복지 서비스 역량을 강화할 경우 신규 고용 확대는 물론 육아 및 노인요양 부담 경감을 통해 여성의 노동 참여율을 대폭 확대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사회복지 서비스는 노동집약적 특성으로 인해 매우 큰 고용승수 효과를 가져온다. 현재 한국이 10억 원의 추가 생산을 위해 필요한 신규 사회복지 서비스 인력은 40명에 육박하는데, 이런 고용 창출은 여타 산업들과 비교해 3배를 상회하는 규모다.

    ③ 금융 한국의 금융서비스 산업은 선진화한 국가경제에 걸맞지 않게 여전히 소규모에 머물러 있다. 영국, 싱가포르 및 홍콩 등의 선진국에서 고부가가치 금융서비스가 GDP에 기여하는 비중은 7% 정도이나 한국은 현재 4.7%에 불과하다. 금융서비스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할 경우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 전반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중추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우선 국내 금융 부문 합병 및 역내 규모 확대, 규제 및 거버넌스 이슈 해결, 성공적 공략이 가능한 틈새시장 발굴 등에 주력해야 한다.

    ④ 관광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관광산업 비중은 평균 4%이나 한국은 현재 2.5%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는 현재 증가세이지만, 대다수가 저비용의 단체 관광객이며 재방문객 수는 감소하는 실정이다. 보다 적극적인 MICE(회의, 인센티브, 컨벤션, 박람회) 사업 유치, 관광지 다각화 및 외국인 불편사항 해소 등을 통해 재방문 관광객 수를 늘리는 동시에 고액 지출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80%는 서울 이외의 지역을 방문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방문할 만한 관광지를 대폭 다각화해야 한다. 유망한 후보로 겨울스포츠를 위한 리조트를 들 수 있다. 한국의 스키 리조트를 찾는 외국인 방문자가 2007년 19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2배 이상 늘었으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한국의 스키리조트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3. 중소기업 부문 강화

    한국 경제에서 고용의 90%를 중소기업이 책임지고 있다. 그리고 ‘취업 기회 부족’을 이유로 창업에 나선 생계형 자영업자도 많은 편이다. 성공적 창업자로 꼽힐 만한 롤모델이 별로 없기 때문에 대다수 한국 부모는 자녀가 위험을 감수하며 차세대 스티브 잡스를 꿈꾸기보다는, 고용이 보장된 대기업에 취직하기를 희망한다.

    이와 같은 기업가적 역량 부재 및 중소기업 혁신의 미흡은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중산층의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서비스 수출에 기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역동적인 중소기업 부문이 반드시 조성돼야 한다. 소규모로 시작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더 늘어야 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대기업으로 성장해가는 중견기업의 수도 더욱 확대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해소하고, 아울러 중소기업의 규모 확대를 도울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시행할 수 있는 일은, 중소기업의 성장의지를 저해하는 정책들을 개정하는 것이다. 현재 법규에 의하면 1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해온 중소기업 사업주는 상속 자산이 100억 원 이하일 경우 상속세를 부담하지 않고도 해당 사업체를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다. 이처럼 중소기업으로 분류될 경우에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사업주가 파트너십을 통한 사업 확장 및 합병에 굳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현대적인 파산법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혁신 추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실패할 경우 쉽게 극복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을 위해서는 지적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 또한 제공해야 한다. 특히 기술부문에서 기업가 정신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본 보고서는 영세 기업의 혁신기술 확보를 위한 정부 지원(국부) 투자펀드 신설을 제안한다. 싱가포르의 국영투자기관 테마섹(Temasek)과 같은 기관을 설립해 신생기업 및 신기술 육성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운영 및 전략 수립 역량을 전격 제고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중소기업대학교에 버금가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의 사례에서처럼 국가 소유 펀드를 통해 벤처캐피털 산업 활성화를 꾀하는 것 역시 방법이 될 수 있다. 벤처캐피털 산업은 사모펀드에 대한 접근성 개선은 물론 인수합병(M·A)을 촉매로 한 산업 발전의 차원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4. 여성 노동참여 확대, 출산율 하락 저지

    한국 가정은 인식 면에서 대개 남성인 가장 한 명의 임금 소득만으로 중산층 살림을 유지하며 주택 구입비와 자녀 교육비 모두를 충당할 수 있었던 시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중산층 재정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국가적으로는 수백만 명의 역량 있는 여성 근로자가 사장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 정부는 여성의 출산 후 직장 복귀를 지원하고자 보육 관련 지출을 연간 20% 이상 확대해왔지만 맞벌이 가족 수는 아직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성이 출산 후에도 자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일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지원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탄력근무제, 출산수당 대폭 확대, 육아서비스 및 방과 후 돌봄 활용의 기회 확대 등이 그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수년째 경제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간 한국 사회의 빈곤 탈출 및 부의 창출을 뒷받침해온 성장경로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모든 국민이 ‘번영의 열매’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대기업의 발전과 함께 가계경제 구조개선, 중소기업 및 서비스 부문의 성장이 균형을 이루는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이 실현되어야만 한국의 새로운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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