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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Ⅱ | 삼성경제연구소

부하가 던진 ‘돌직구’ 피하지 말라

조직의 실패 막는 ‘否定의 힘’

  • 김기호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with1210.kim@samsung.com

부하가 던진 ‘돌직구’ 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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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가 던진 ‘돌직구’ 피하지 말라
둘째, 비판적 직언을 독려하고 수용한다. 많은 리더는 직원의 솔직한 직언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부정적인 지적을 회피하고자 하는 인간 본성 때문이다. 그러나 부하의 부정적 직언을 막는다면 조직이 실패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노키아 경영진은 “아이폰에 버금가는 스마트폰을 빨리 개발해야 한다”는 개발진의 건의를 무시해 급격한 경영 악화를 경험했다. 일본 시사평론가 사타카 마코토 역시 도요타 리콜 사태의 원인을 “비판 자체를 금기시하는 내부 조직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직언을 계속 무시하면 부정적인 것은 걸러지고 긍정적 내용만 경영층에게 전달되는 ‘조직침묵효과(Mum Effect)’가 발생하는데, 이런 침묵효과로 인한 대표적 참사가 챌린저호 폭발 사건이다. 1986년 1월 28일 승무원 7명을 태운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폭발 확률에 대한 내부 견해에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원들은 0.33~0.5%, 중간 관리자는 0.001% 확률로 응답해 330~500배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결국 조사팀은 긍정적·낙관적 태도로 일관하던 중간 관리자들이 실무 연구원의 의견을 상부로 전달하지 않은 ‘조직 침묵’으로 인해 참사를 초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리더는 반대 의견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서슴없이 개진되는 분위기를 장려하고 합리적인 직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닛산자동차 CEO 카를로스 곤은 “비판으로부터 지혜를 배운다”며 “부하의 직언이야말로 확실한 경영자문”이라고 말했다. 세종대왕도 형식적으로 토론하거나 무조건 찬성하는 신하를 경계하고 신하들의 의견을 두루 들으며 끊임없이 직언을 요구했다고 한다. GM의 전 CEO 알프레드 슬론은 내부의 반대 없는 안건에 대해서는 ‘검토 불충분’이라며 최종 의사결정을 유보했다. 경영 컨설턴트 제임스 루카스는 직언 활성화를 위해 ‘반대 의견란’을 보고서에 삽입하고, 회의 말미에 ‘반대 타임’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빌 게이츠의 ‘악몽 메모’

직원의 ‘돌직구’를 수용해 막대한 손실을 막은 재미난 사례가 있다. 미국 투자회사 뱅가드는 미국 경제위기 전, 당시의 대세였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에 대한 투자를 피하라는 어느 애널리스트의 반대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상품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를 붕괴시킨 주범이 됐고, 이 상품의 주요 매도자이자 매수자였던 리먼브러더스는 결국 파산했다. 이후 뱅가드는 직원 단 1명의 반대 의견이라도 타당성이 있으면 당연히 받아들이는 고유의 조직문화를 구축했다고 한다.



셋째,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한다. 위대한 리더들은 모든 것이 순조로운 상황에서도 항상 경계하고, 최악의 순간을 대비하는 습성을 갖는다. 짐 콜린스는 저서 ‘위대한 기업의 선택’에서 이런 리더의 행동양식을 ‘생산적 피해망상’이라고 표현했다. 1991년 미국 언론에는 빌 게이츠의 ‘악몽 메모’가 공개돼 많은 화제를 모았다. 경쟁사, 기술, 소송문제, 고객 불만 등 앞으로 회사에 닥칠 위협요소들을 깨알같이 적어놓았던 것이다. 빌 게이츠는 ‘생산적 피해망상’의 대표 격으로, 그 스스로도 “나는 주기적으로 실패 가능성에 대해 고려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빌 게이츠는 악몽 메모 작성을 통해 두려움을 실천력으로 바꿀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인재 채용, 기술 개발 등 미래를 대비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더가 낙관적 데이터만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며, 최악의 부정적인 상황을 가정해 선제적인 예방 조치를 준비해야 한다. 성공한 기업들은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수많은 위험 가능성을 고려하며 위험을 극복할 수 있도록 미리 조치한다. 사우스웨스트는 미래를 대비해 호황기에도 긴축전략을 시행함으로써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미국 항공사 중 유일하게 이익을 창출했다. 미국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불확실한 미래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선이 아닌 최악의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직에는 현재를 포기할 줄 아는 ‘자기부정’의 자세도 필요하다. 자기부정이란 지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과거와 과감히 결별을 시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기업 듀폰의 ‘자기부정 메커니즘’은 이 회사가 200년 이상 위대한 기업으로 명맥을 이어온 토대로 평가된다. 듀폰은 1802년 화약회사로 시작해서 화학, 솔루션, 소재 등 기업의 정체성을 몇 번이고 부정해가며 혁신한 결과 현재까지 기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타이어업계 1위 기업인 브리지스톤의 ‘자기부정’ 사례를 보자. 이 기업은 불황 이전부터 재생 타이어를 핵심사업으로 삼아 글로벌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재생 타이어 사업을 ‘신상품에 대한 제 살 깎아먹기’라며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는 내부 정서가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브리지스톤은 이를 극복하고 높은 수익을 창출했다.

낙관만 하던 포로는 사망

부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균형이 중요하다. 긍정과 부정의 황금비율 3:1을 기억하자(바버라 프레드릭슨, ‘긍정의 발견’). 성공하는 사람은 ‘긍정:부정’ 비율이 3:1이고, 화목한 부부생활에서는 이 비율이 5:1이라고 한다(프레드릭슨, ‘긍정의 발견’). 상황이 어려울 때는 현실을 수긍하면서도 긍정적인 희망을 품고, 반대로 모든 일이 순조로울 때는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란 말이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포로가 된 미군 스톡데일 장군은 “막연한 긍정과 지나친 낙관은 실패로 향하는 함정이자 덫”이라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곧 풀려날 것이라고 무조건적인 낙관만 하던 포로들은 가장 먼저 사망한 반면, 반드시 포로생활에서 풀려날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면서도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갖고 대비하던 포로들은 석방 때까지 생존했다고 한다.

긍정에도 힘이 있지만, 부정에도 중요한 힘이 있다.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한 말로 마무리한다.

“결국에는 성공하리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동시에 눈앞에 닥친 현실의 냉혹한 사실을 직시하라.”

신동아 2013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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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with1210.kim@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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