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프랑스에서는 1998년 임금을 그대로 둔 채 근로시간만 주 39시간에서 주 35시간으로 단축했다. 이를 통해 고령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줄고 청년 실업자의 취업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했지만, 임금삭감 없이 근로시간만 단축하다보니 기업의 인건비만 상승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지 않았고 그 결과 실업자는 계속 증가했다.
시간제 일자리 늘리기는 한정된 일자리를 분배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과 중·고령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촉진하고 청년들에게도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도 시간제 일자리가 나쁜 일자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성공사례 만들고 점진적 접근해야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회의적으로 보는 이유는 풀타임을 선호하는 그릇된 직장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늘 상사의 지시를 받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위계문화, 그리고 직무 중심의 근로보다 출근과 자리 지키기를 중시하는 업무방식이 좋은 예다. 여기에 시간제 근로자의 희생정신과 충성심 부족을 질타하는 기업문화도 한몫하고 있다. 따라서 시간제 일자리가 안착하려면 기업의 직장문화가 변해야 하며, 어렵더라도 중간관리자부터 시간제 근로를 경험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제 일자리가 순조롭게 정착하려면 정규직 근로자의 시간제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 여성 근로자 상당수가 출산과 육아 때문에 휴직 또는 퇴사해 사실상 경력이 단절되는 문제를 해소하려면 현행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와 같이 채용 당시부터 개인이 가사와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가 꾸준히 제공돼야 한다.
또한 근로조건뿐만 아니라 승진이나 교육훈련 등에서도 풀타임과 차별하지 않아야 진정한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근로자가 풀타임과 파트타임 자리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전환청구권이 인정돼야 한다.
기업들은 시간제 일자리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시간제 일자리 만들기에 선뜻 동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 논의, 근로시간 단축 등의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까지 늘리라는 것은 상당한 비용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이 먼저 고용 차별 없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해 성공사례를 만들고, 민간이 이를 자율적으로 따르게 하는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로드맵의 취지에 부합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는 전폭적인 지원책으로 보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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